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유후팀의 유휴공간 사용법

도심 속에는 개발의 잔재인 유휴 공간이 숱하다. [사진=연합뉴스]
도심에는 개발의 잔재인 유휴 공간이 숱하다. [사진=연합뉴스]

# 끊임없이 짓고 부수고 세우던 시대는 지났다. 격동의 산업화 시기를 지나 도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개발이 줄면서 도시 곳곳엔 쇠퇴하는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빽빽한 빌딩숲과 산등성이까지 타고 오른 아파트 단지를 보면 어디가 그런가 싶지만, 버려진 공간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 을씨년스러운 폐교, 입주민 없는 상가, 무엇에 쓰려는지 도통 모를 공터, 폐자재가 굴러다니는 고가도로 아래. 알면서도 지나치는 유휴공간들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공간은 갈수록 망가진다. 치안이 약해 우범지역이 되거나, 낡아 허물어지며 경관을 해치기도 한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된다. 

# 가톨릭대 정영훈·이성민·염나경·장성민 학생이 부천 심곡고가교 밑단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건 그들 주변의 공간이라서다. 학생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버려진 공간이 우리 주위에 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가톨릭대 LINK+ 사업단이 교과목으로 개설한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에서 ‘유후’라는 팀으로 뭉쳐 고가도로 아래에 ‘예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 학생들은 공간의 쓰임새를 정하기 위해 지역사회로 파고들었다. 지역의 청년 예술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공간과 인접한 부천 자유시장의 상인들은 어떤 시설을 원하는지 물었다. 도시재생 경험이 있는 멘토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고, 각종 기관을 방문해 도시재생 정책을 검토했다. 수차례의 피드백 끝에 유후팀은 ‘청년예술복합공간’을 설계했다.  

# 아쉽지만 이들이 꿈꾼 공간은 도면 속에만 남았다. 코로나19도 문제였지만 학생의 힘으로 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유후팀은 오늘도 꿈을 꾼다. “유휴공간을 향한 관심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큰 성과예요.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참여까지 유도한다면 충분히 현실로 만들 수 있어요.” 어둡고 삭막한 다리 밑이 반짝이는 예술의 장으로 바뀔 수 있을까. 청년의 제안에 지역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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