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회생 가능성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기로에 섰다. 회사는 재매각에 나섰고, 조종사노조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회생을 가로막는 변수가 숱하다는 점이다. 날카로운 변수들을 극복하고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생 의지가 있는 인수자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스타항공의 회생 가능성을 사례별로 짚어봤다.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을 가로막는 변수가 숱하다.[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을 가로막는 변수가 숱하다.[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의 매각이 좌초됐다. 지난 7월 23일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의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제시한 인수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게 포기 이유였다.

선행조건이란 체불된 임금과 유류비ㆍ운영비 등 미지급금 1700억원가량을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계를 덮치고 제주항공의 경영 사정까지 악화하자,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을 우려해 한발 뺀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제 이스타항공에 남은 선택지는 크게 두가지다. 재매각에 나서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번 실패의 쓴맛을 본 이스타항공은 가장 먼저 인원 감축에 나섰다.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제주항공과의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50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번 정리해고로 지난해 1600여명이었던 직원은 5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딜로이트안진, 흥국증권, 법무법인 율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수자 후보를 찾기가 쉽진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변수가 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가 부실하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에도 자본 총계가 -632억원으로 좋지 않았지만 올 1분기엔 -1042억원으로 더 악화했다. 1분기 기준 부채만 2187억원에 달한다. 

사실 재무상태만 부실하면 자금을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에는 ‘더 나쁜 악조건’이 있다. 노사 갈등, 해직 노동자 고용, 체불임금 등 복잡한 문제들이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M&A 시장에선 구조조정 이후 인수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스타항공의 경우 인수자가 M&A 이후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누군가 나서서 이런 걸림돌을 해소해야 하지만 지금 이스타항공엔 그럴 의지가 있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항공업계 관계자의 지적도 맥락이 같다. 그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LCC가 많기 때문에 굳이 각종 문제를 안고 있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선 선뜻 인수에 나서기가 더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항공사 이용객은 2510만명에 그쳤다. 전년 동기 이용객(6405만명) 대비 무려 60.8%나 감소했다. 

물론 현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전을 감안해 부담을 떠안기엔 단기 전망이 어둡고 예상 회복시기가 생각보다 너무 늦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세계 항공업계의 손실 규모가 840억 달러(약 9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심지어 2022~2023년은 돼야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 괜찮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국내 LCC 업계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상범 한국항공대(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가 없었다고 해도 한번쯤 시장이 재편됐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LCC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생각해 많은 사업자가 뛰어들었고, 정부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면허를 내준 측면이 있다. 원래 항공운송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관광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데다, 정치적인 이유로 지역 공항을 근거지로 하는 LCC의 면허를 쉽게 내주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졌다.”

이 말은 여객 수요가 살아난다고 해도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LCC의 회복은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것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감안해야 할 리스크다. 더구나 신생 LCC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까지 운항을 시작하면 공급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지난해 3월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두 LCC는 현재 운항에 필요한 운항증명(AOC)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달라진 사정 때문인지 AOC 발급이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는데,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두 항공사의 손해도 막심하기 때문에 곧 발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출혈경쟁이 불보듯 뻔한 시장에 선뜻 뛰어들 만한 인수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처음 활주로를 달린 플라이강원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스타항공엔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것이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기업회생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체불임금을 우선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경영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업회생절차를 이끌 주체가 얼마나 단단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변수다. 기업회생절차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황용식 교수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나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 등이 회생을 주도할 주체가 된다”면서 “앞선 재매각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회생 의지가 있는 잠재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현재로써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은 회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써는 자력으로 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재매각을 추진하든,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 관건은 회생 의지를 가진 인수자가 나타나느냐다.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스타항공의 일그러진 현주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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