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한계와 태생적 리스크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름값’ ‘권력값’ 있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뒷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가 약해지면서 예견된 사태였다. ‘사모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다름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태생적 리스크’를 취재했다. 펀드 전문가 조경만 엉클조아카데미 대표가 도움을 줬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49인 이하)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한다. 당연히 비공개이고, 투자금액은 ‘억 단위’다. 지난해 11월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사모펀드가 자산가나 권력자의 ‘전유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역으로 풀어보면, 사모펀드는 ‘태생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셈이 된다.

돈 있는 투자자를 모으려면 ‘이름값’이나 ‘권력값’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공개이기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렇게 사모펀드에 합류한 이름값과 권력값이 차고 넘치는 이들은 때론 방패가 되고, 불나방을 꼬이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사모펀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사모펀드 사태를 막기 위해선 ‘본질’부터 꼬집어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모펀드가 논란이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펀드 부실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모펀드 논란은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외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린 탓에 부실 논란이 발생했다. 지금은 경제적 요인이 아닌 자산운용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자산운용사의 도덕성 문제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질타를 받는 이유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라임·옵티머스의 투자 대상은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주식과 채권이 아니었다. 라임은 해외무역금융에 투자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을 대상으로 삼았다. 투자자가 쉽게 접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투자처가 아니었다.”

✚ 투자처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논란의 근본적 이유라는 건가.
“두 펀드는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처에 투자했지만 피해액이 2조원(라임 1조5000억원·옵티머스 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투자처에 투자해 큰 피해가 발생했으니, 논란의 뿌리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 어쨌거나 이번 논란 역시 고위층이나 권력과의 관련성이 의심되고 있다.
“큰돈이 모이는 곳에는 자산가 등 다양한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 근거 없는 루머가 판을 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불어 비정상적인 판매행태에도 원인이 있다.”

✚ 어떤 의미인가.
“정상적인 금융사라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쌓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당연히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위층의 누가 투자했다더라’ ‘권력이 뒤를 봐주고 있다더라’는 소문이 돌면 짧은 시간에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펀드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후자가 더 쉬운 방법이다.”

✚ 사모펀드의 ‘은밀한 특성’이 이런 위험요인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자산가가 1억~2억원의 큰돈을 맡겨 투자한다. 운용에 제한이 없어 자유롭다. 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마음대로 투자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대상이 명확하고 운용 규제가 작동했다면 사회 문제로 확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공모펀드와 같은 규제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는 것이다”

✚ 공모펀드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얘긴가.
“물론이다. 공모펀드는 투자대상과 운용에 관한 규제가 엄격하다. 투자 실패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는 있지만 사기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은 낮다.”


✚ 언젠가는 터질 사모펀드의 문제였다는 지적도 많다.
“2015년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을 때부터 예견된 사태다. 그렇다고 과거에 얽매여선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사모펀드 시장을 바로잡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하고, 그럴 수 있다. 사모펀드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 사모펀드 ‘쪼개기 판매’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허술하니 수익을 올리기 위한 편법으로 사실상 하나인 펀드를 여러 개로 쪼개서 판매했다. 수수료와 운용보수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겠다는 운용사의 탐욕이 만들어낸 문제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부터 자금을 모아야 한다. 50명 이상에게 투자받으려면 공모펀드 형식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펀드의 명칭이나 운용전략 비슷한 이른바 ‘시리즈 펀드’를 내놓는다. 사실상 하나인 펀드를 여러개로 쪼개 ‘무늬만 사모펀드’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편법을 ‘펀드 쪼개기’라고 말한다.

✚ 2018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쪼개기 판매’를 막기 위한 규제를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펀드를 부실하게 운용한 자산운용사에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크다. 자산운용사는 결과만 좋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편의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실제로 2018년 규제를 도입한 이후 펀드 쪼개기 판매로 적발된 사례는 1건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게 마련이다. 이는 돈을 좇는 금융의 특성이다.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처벌했다면 펀드 쪼개기 판매가 성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탓이 크다는 얘기다.”


✚ 사모펀드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선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자산운용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 투자하기로 한 곳에 투자하고 있는지 정도는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자산운용사의 설립 기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2015년 자산운용사의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수준 낮은 운용사가 난립했다. 돈을 좇는 사람들이 노리는 허점을 막아야 한다”

✚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
“침체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이미 대세가 됐다. 자신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줄 전문가를 찾는 자산가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펀드를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엔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

✚ 일반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자산가가 아니라면 사모펀드를 신경쓰거나 우려할 필요가 없다. 사모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관리를 받는 자산가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펀드투자 방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중산층이 접할 수 있는 펀드는 대부분 공모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가 공모펀드 투자까지 두려워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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