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아비. 방연

국립창극단의 창극  ‘아비. 방연’이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2015년 초연 모습.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의 창극 ‘아비. 방연’이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2015년 초연 모습.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의 레퍼토리 창극 ‘아비. 방연’이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온다. ‘아비. 방연’은 조선 초기 인물인 의금부도사 ‘왕방연’을 소재로 한 팩션(faction) 창극이다. 수양대군은 왕위 찬탈을 위해 단종을 강원도 영월로 귀양 보낸 후 사약을 내린다. 이때 단종을 호송하고 사약을 전한 인물이 왕방연이다. 왕방연은 단종의 충직한 신하였음에도 스스로 주군의 목숨을 앗아야만 했다. 그는 맡은 일의 무게에도 「숙종실록」에 단 한번 이름이 등장할 뿐, 어떤 역사서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면 왕방연이 모시던 주군에게 사약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비. 방연’의 극본을 쓴 한아름 작가가 방점을 찍은 것은 ‘부성애’다. 한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해 왕방연의 존재를 비극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평생을 강직하게 살아왔지만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자식을 위해 신념을 꺾은 아버지의 고뇌와 슬픔을 그렸다. 작품이 관객에게 더욱 와닿는 건 역사 속에서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영웅담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역사를 담아서다.

이번 공연을 위해 2015년 초연에서 활약한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한아름 작가는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자 대사의 일부를 노랫말로 바꿨다. 음악감독을 맡은 황호준 작곡가는 추가된 노래 가사와 변경된 캐스팅에 맞춰 음악을 새롭게 편곡했다. 섬세한 연출을 선보인 서재형 연출가는 “홀로 딸을 키운 방연을 ‘아비’라고 쓰고 ‘부모’라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재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왕방연과 그의 딸 ‘소사’는 초연과 동일하게 최호성 국립창극단원과 박지현 객원배우가 맡았다. 최호성은 초연 당시 2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부성애를 호소력 짙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박지현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며 실력을 쌓아 더욱 탄탄해진 소리를 선보인다. 권력 다툼으로 희생되는 단종 역은 여성 배우 민은경이 맡았다. 

이 밖에 ‘도창’ 역에 김금미, 수양대군 역에 김준수, ‘한명회’ 역에 이시웅, ‘송석동’ 역에 이광복, ‘성삼문’ 역에 유태평양 등이 캐스팅돼 강렬한 존재감으로 작품을 이끌어 간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창극 아비. 방연은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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