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그믐달
[오상민의 사진지문] 그믐달
  • 오상민 사진작가
  • 호수 412
  • 승인 2020.10.21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새 놀다가 보던 그 달
일하러 가면서 보는 그 달
[2020/그믐달/서울/오상민작가]
[2020/그믐달/서울/오상민작가]

# 잠을 좋아합니다. 다음 생에는 하루의 3분의 2를 잠자는 데 쓴다는 사자나 고양이로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당연히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멉니다. 총각 땐 휴일이면 오후가 될 때까지 자기도 했습니다. 

#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가만두지 않습니다. 등에 올라타고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팔을 꺾기도 하면서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아이들을 꼭 안고 있다 보면 꿈나라보다 더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일어나는 게 힘든 일만은 아닙니다.

# 그믐달은 음력 27일에 뜨는 눈썹 모양의 달입니다. 보통 새벽 3시에 떠서 오후 3시에 집니다. 새벽에서 해뜨기 전까지만 잠깐 볼 수 있는 달이지요. 예전엔 종종 그믐달을 보곤 했습니다. 새벽까지 신나게 놀던 그 시절의 얘기죠. 

# 며칠 전 새벽 촬영을 위해 집을 나설 때입니다. 주차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떠오르는 햇살에 물든 구름 사이로 달이 보였습니다. 달력을 보니 음력 27일이더군요. 밤새 놀다가 보던 그 달을 이젠 일하러 가면서 보게 됐습니다. 

# 세월은 흐르고, 삶은 달라집니다. 여전히 고운 자태로 하늘에 떠 있는 그믐달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내년 그믐달이 뜨는 날엔 늦잠을 잘 수 있을까요?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가만히 놔둘까요? 글쎄요, 인생이 궁금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0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