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규제 쉽지 않은 네가지 이유

구글의 새 수수료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점에서 구글이 ‘규제벽’에 둘러싸이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국내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한 구글의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안타깝게도 업계에선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구글 규제가 쉽지 않은 이유를 취재했다.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유로 디지털 콘텐트에 수수료 30%를 적용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유로 디지털 콘텐트에 수수료 30%를 적용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불공정한 게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구글 역시 그런 관점에서 참여하겠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글의 경우 한국에 서버가 없다. 그럼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김대지 국세청장).” “시장지배적인 사업자가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다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일원화된 정책 방향을 위해 부처가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구글 성토장’이 됐다.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잇달아 구글의 이름이 불렸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구글이 ‘통행세’를 늘려 앱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의 모든 유료 콘텐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결제대금의 30%를 구글에 내야 한다. 구글은 그간 게임 앱에만 자체 결제를 강제했고, 음원ㆍ웹툰 등의 서비스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왔다. 기존에 내지 않던 수수료를 내야 하니, 사실상 수수료를 올린 셈이었다. 

문제는 구글플레이가 국내 앱 시장 전체 매출에서 63.4%의 비중을 차지하는 과점사업자란 점이다. 구글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만 5조9996억원(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조사)에 달한다. IT업계 관계자는 “폐쇄적인 정책을 펼친 애플과 달리 구글은 개방적인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한국 앱 시장을 장악했다”면서 “독점적인 위치에 오른 뒤 수수료를 올리는 건 독과점의 폐해”라고 꼬집었다. 

수수료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 이 관계자는 “가령 음원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의 경우 추가로 수백억원을 내야 할 처지”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IT 생태계에 제대로 환원되지 않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회사의 국내 서비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서버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해도 법인세는 싱가포르에 납부한다. 2007년 설립된 한국사무소가 있긴 하지만 마케팅 활동만 한다. 이 때문에 구글은 국내에서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면서도 납세 규모는 적었다. 올해 초엔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액의 법인세를 부과받기도 했다. 구글은 조세심판원을 통해 불복했다. 

독점 사업자인데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니 정부가 날을 세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새 수수료 정책을 두고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기업의 피해 예상 규모를 조사 중이다. 국세청 역시 구글의 과세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다. 

 “구글 독점 행태 규제해야”

이렇게만 보면 구글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가 곧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규제 내용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봐야겠지만, 통상 이슈에 부딪힐 게 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인 ‘비차별’에 반하는 내용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구글 규제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미 상무부에서 연락이 왔었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는 압박이었다. 그만큼 구글 규제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문제 때문에 구글을 옥죄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본보기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가 구글을 겨냥한 디지털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미국 행정부는 “불공정 무역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무역제재 카드를 빼들었다.

과거에도 규제 논의가 있었지만 구글은 이를 여러 차례 비껴갔다. 2011년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의혹을 조사받았지만 2년 뒤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구글이 게임사를 상대로 갑질을 벌였다는 의혹은 공정위가 2016년에 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결론은 5년째 답보 상태다.

구글을 쉽게 압박하지 못할 거란 주장의 근거는 또 있다. 앱 마켓 독점 이슈를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당장 구글의 새 수수료 정책을 단순히 ‘통행료’로 싸잡아 비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글은 한국에서만 가혹한 수수료를 걷는 게 아니다. 글로벌 공통정책이다. 세금 이슈 역시 각국의 조세체계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절세를 꾀하고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구글에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한 게 문제라는 얘기다. 

구글 입장에선 자사만 구설에 오르는 게 억울할 수 있다. 국내 앱 마켓의 2위 사업자인 애플의 경우 2011년부터 모든 콘텐트를 대상으로 30%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자체 결제를 강요해왔다.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면 소규모 앱 개발자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중소 앱 개발업체의 한 CEO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네이버나 카카오, 멜론 같은 대형 회사지 우리는 아니다”면서 “중소업체의 경우 따로 자체 결제 서비스를 구축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글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활용’이란 편의를 누렸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는 구글 측의 반론도 뚜렷하다. 정부와 국회가 성토한 구글 규제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통상 마찰 리스크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업계에선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종채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엔)는 “구글과 애플이 매기는 수수료 비율 30%의 근거가 분명치 않고, 일절 협상이 불가능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라면서 “대체 가능한 앱 마켓도 없는 상황이어서 업체 입장에선 이를 거부할 자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앱 시장의 구글 종속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시장 경쟁의 순기능이 사라지면 앱을 소비하는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이번 논란을 구글의 목에 ‘정책’이란 방울을 어떻게 달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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