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와 bhc 가격 올릴 땐…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배달음식은 뭘까. ‘치느님’ 치킨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성인남녀 3014명을 대상으로 외식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음식으로 가장 많이 시켜 먹는 메뉴로 치킨이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52.0%를 차지해 중국 음식(22.0%), 패스트푸드(12.0%)를 압도했다. 그래서일까. 소비자들은 자장면이나 피자 가격보다 치킨 가격에 민감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의미 없는 닭싸움을 벌이고 있는 BBQ(비비큐)-bhc의 치킨가격 추이를 분석해 봤다. 

치킨업체들은 원재료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왔다.[사진=연합뉴스]
치킨업체들은 원재료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왔다.[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2년 5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2017년 5~6월은 치킨업계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해 5월 1일 BBQ는 10가지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기본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12.5%) 끌어올렸다. 한달 만인 6월 5일엔 나머지 20여개 제품 가격도 추가로 인상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면서 ‘치킨도 이제 2만원 시대’란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BBQ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BBQ 측은 “물가가 계속 오르고 가맹점의 요청이 쇄도했다”면서 “8년 만의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맞섰다. 공정거래위까지 나서 BBQ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BBQ는 2주 만에 “싸나이답게 용서를 구한다”며 “가격 인상안을 즉시 철회하고 이전 가격으로 모두 환원하겠다”고 허리를 숙였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는 그해 9월 1일 닭고기 가격공시제를 시행했다. 중간유통가격을 알 수 없는 닭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이었다. [※참고: 닭은 소·돼지처럼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에서 경매를 거쳐 유통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킨 가격에 포함된 닭고기 가격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닭고기 가격공시제도가 ‘치킨가격의 인상’을 막는 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여 후인 2018년 11월 BBQ는 기습적으로 다시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싸나이답게 용서를 구한다”면서 1만6000원으로 원상복귀시켰던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은 17개월 만에 1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이번에도 명분은 그럴싸했다.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은 더 차갑게 식었다. 물론 ‘원재료 가격 상승’이 가격을 끌어올려야 하는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닭뿐만 아니라 기름·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치킨 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땐 누구보다 빠르게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원재료 가격이 내려갈 땐 ‘모른 척’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생계’ 가격이 중요하다. 업체들의 꼼수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자! 그럼 산지 생계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20년 전으로 가보자.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00년 10월 산지 생계 평균가격은 1㎏당 1168원이었다. 당시 BBQ의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은 1만1000원. 줄곧 1만1000원대를 유지하던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은 2005년 5월 대두유를 올리브유로 교체하며 1만3000원으로 올랐다. 

그러다 2008년 4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자 BBQ는 “닭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면서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000원(1만3000원→1만4000원) 올렸다. 하지만 이때도 산지 생계 평균가격은 4월 1386원, 5월 1372원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BBQ는 이듬해 2월엔 또 한번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생계 평균가격이 2121원으로 훌쩍 오르자 1만4000원인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만6000원으로 올린 거다. 그러나 9월부터 생계가격은 안정세를 찾으며 1626원까지 떨어졌다. 
 
신제품으로 가격 올려


그렇다면 치킨가격도 내려야 그들의 주장에 명분이 생기지만 BBQ는 치킨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산지 생계가격이 1190원까지 내려앉았지만 치킨업체 어느 곳도 “산지 생계가격 하락으로 치킨 가격을 인하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생계 가격은 가격 인상 기회만 노리는 치킨업계에 하나의 좋은 구실이었던 셈이다. 

이런 계산은 어떨까. 2000년 1만1000원이던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은 1만8000원으로 63.6% 올랐다. 생계 평균가격은 같은 기간 1168원에서 1423원으로 21.8% 올랐다. 산지 생계 가격이 여러 환경에 따라 1000~2000원 사이에서 자주 변동되긴 하지만 지난 20년간 평균가격은 1702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변동폭은 45.7%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빌미로 단 한차례 가격 인하도 없이 줄곧 인상만 해온 치킨업계의 변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지 가격이 1000원 아래로 떨어져도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사진=뉴시스]
산지 가격이 1000원 아래로 떨어져도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사진=뉴시스]

또 하나, 여기까진 기본 메뉴인 프라이드치킨 가격이다. 양념이나 순살, 다양한 소스를 곁들인 제품을 보면 치킨 가격은 훌쩍 2만원을 넘는다. bhc부터 보자. bhc의 순살 제품은 1만9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bhc 인기 메뉴인 뿌링클 라인 중 뿌링클HOT순살의 가격은 1만9900원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라향을 입힌 마라칸순살도 1만9900원으로, 2만원을 내면 100원을 거슬러 받는 가격이다.

BBQ는 더 비싸다. 황금올리브치킨 순살은 2만원, 황금올리브치킨 양념순살은 2만1500원이다. 이렇듯 치킨업계는 소비자 반발이 큰 기본 메뉴는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높은 가격대의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방법으로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8년 만의 가격 인상, 9년 만의 인상이란 건 사실 눈속임에 가깝단 얘기다. 

여기에 최근엔 배달대행비까지 소비자가 부담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BBQ-bhc의 볼썽사나운 싸움보다 한번 오르면 내려올 줄 모르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더 민감하단 걸 치킨업계가 귀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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