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래도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 리쇼어링 왜 흔들리나
돌아오래도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 리쇼어링 왜 흔들리나
  •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정덕 기자
  • 호수 412
  • 승인 2020.10.20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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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Clean Car Talk
리쇼어링 정책 안 통하는 이유

코로나19 국면에서 달라진 게 있다. 해외시장에 나갔던 기업을 자국으로 돌리는 ‘리쇼어링’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글로벌 시장이 마비되자, 차라리 근거리망을 유지할 수 있는 자국에 공장을 두자는 취지에서였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왜일까. 

자동차 업계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업계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몹쓸 바이러스’ 코로나19에서 기인한 사회적 폐해와 경제적 피해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그나마 선전 중인 우리나라지만 실물경제와 밑바닥경제는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정부 역시 뉴딜정책 등 다양한 극복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를 내는 게 녹록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를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경제를 이끌었던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때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를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그중 대표적인 게 ‘글로벌 소싱’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글로벌 소싱은 ‘필수 시스템’이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황금률’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엔 관념 자체가 달라졌다. 자동차 핵심부품 생산설비 등은 ‘자국’에 두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고, 현실로 이어졌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근거리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리쇼어링 정책’이 부각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해외에 생산공장을 만든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작업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본격화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유턴법 실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로 되돌아온 기업은 80곳(자동차 관련 분야는 11곳)뿐이다. 세밀하게 따져보면, 그마저도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유턴한 기업들이다.

그만큼 리쇼어링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리쇼어링을 위한 혜택을 늘리는 등 각종 정책적 유인책을 쓰고 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하나씩 따져보자.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ㆍ저생산’ 시스템이 고착화한 지 오래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 등 1고高3저低 현상이다. 물론 국내 자동차 생산인력의 숙련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인력도 숙련화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 왔다. 이젠 국내 노동자와 숙련도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데도 인건비 차이가 상당히 크다. 부품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단가가 훨씬 높다. 이런 상황에서 리쇼어링은 활발해질 여지가 없다. 

또다른 문제점은 불안정한 노사 관계다. 우리나라의 노사는 거의 매년 임단협을 통해 임금협상을 한다. 그 때문에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아 해를 넘기면 한 해에 두번의 협상을 진행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진다. 미국 등에선 임단협이 3~5년 주기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전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부품 감소로 부품업계가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업황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에선 생산물량이 줄자 전기차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오로지 자신들의 입장만을 생각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규제가 너무 많다는 점도 리쇼어링을 막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하는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Positive) 규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은 무언가를 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규제가 얽히고설켜 있어 어느 것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없던 규정도 유권해석을 통해 규제로 만드는 실정이니 규제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현지인 대표가 오지 않는 이유가 언제든 감옥에 갈 수 있어서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대표로 부임하면 책임져야 할 형사상 책임이 3000가지가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수술대에 올리지 않는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리쇼어링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각종 문제점을 뒤집으면 된다. 이 역시 ‘혁신의 길’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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