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배달앱 6개월의 성적표

지난 4월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공공배달앱 개발 선언을 한 이후 6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일찍이 사업을 시작한 인천시 서구의 ‘배달서구’,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의미 있는 실적을 거뒀다. 민간배달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도 지역민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민간앱과 정반대의 행보를 걸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공배달앱 6개월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공공배달앱이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공공배달앱이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발표했다. 정액제 방식인 ‘울트라콜’ 중심에서 정률제 방식인 ‘오픈서비스’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상인들 사이에서 수수료 부담이 되레 커졌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10일 만에 개편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 개발 논의가 일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공공배달앱은 어디까지 왔을까. 서울시는 지난 9월 ‘제로배달 유니온’을 론칭해 수수료율이 낮은 중소 배달앱을 홍보하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는 11월 초 오산·파주·화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시범 운영한다. 지금까지(10월 13일 기준) 4123개 업체가 입점을 신청했다. 이 외에 강원도 춘천시, 인천시 연수구, 대전시, 광주광역시 등 여러 지자체가 공공배달앱 제작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일찍이 사업을 시작한 ‘공공배달앱 선두주자’들은 어떨까. 대표적으로 인천시 서구의 ‘배달서구(1월 시행)’와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3월 시행)’가 있다. 인천시 지역화폐인 ‘인천e음’ 앱 내 서비스인 배달서구는 사업 초기 4개월간 지지부진하다 5월(1억5717만원)부터 결제액이 크게 늘었다. 이후 7월 2억8588만원, 8월 7억3557만원, 9월엔 13억8584만원으로 급증했다. 

공공배달앱 논의에 불을 붙인 군산시 배달의명수의 가입자는 3월 5138명에서 10월 11일 기준 11만588명으로 늘었다. 누적 거래액은 51억원에 달한다. 군산시 내 배달업체 3000여개 중 1067개가 배달의명수에 가입했다. 군산시 내에선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셈이다. 

공공배달앱 론칭 초기, ‘혈세낭비’ ‘실패한 사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실적임에 분명하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민간앱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도 지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공공배달앱이 뜻밖의 실적을 거둔 건 민간앱과 정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배달앱의 수수료·광고료는 무료에 가깝다. 배달의명수와 배달서구는 입점·중개수수료가 무료다. 서울시의 중소배달앱 홍보창구인 ‘제로배달 유니온’엔 수수료 2% 이하의 배달앱만 입점한다. 경기도주식회사의 배달특급은 중개수수료 2%에 결제수수료 1.2~2.5%, 충청북도가 민간업체와 개발한 배달앱 ‘먹깨비’의 중개수수료는 1.5%다. 

요기요(12.5%), 쿠팡이츠(15%) 등에 비하면 ‘착해도 너무 착한’ 수준인데, 이는 소상공인을 공공앱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참고 :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대신 유료 광고상품으로 수익을 얻는다. 상품은 월 8만8000원을 내면 광고 주소를 기반으로 노출해주는 ‘울트라콜’과 랜덤 노출이지만 주문 발생 시에만 매출의 6.8%를 수수료로 받는 ‘오픈리스트’ 두가지로 나뉜다.] 

지역민이 찾는 공공배달앱

지역화폐나 지역상품권을 주요 결제수단으로 내걸어 소비자에게 상시할인 혜택을 선물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로 이목을 끌었다. 민간앱은 주로 요일별로 특정 브랜드 제품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할인율이 높지만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으면 할인받을 수 없다. 그러나 공공배달앱에선 지역화폐 구매할인(7~10%)이 상시 적용돼 브랜드와 상관없이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업체별 할인과 지자체의 캐시백까지 합치면 할인율이 크게 오른다. 

이 때문인지 공공배달앱을 통한 지역화폐의 사용률이 상당히 높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명수에서 지역화폐 사용 비율은 53%에 이른다. 군산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지난 5월 거래액이 역대 월간 최고액인 9억4000만원을 기록했다”며 “당시 군산형 재난지원금과 군산 사랑선불카드가 지급됐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효과’도 공공앱의 인기를 이끌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입점업체를 모집하면서 배달앱 가입을 망설였거나 방법을 몰랐던 상인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제로배달 유니온’의 가맹점인 동네마트 배달앱 ‘로마켓’ 관계자는 “유니온에 들어간 후 나들가게 등 규모가 330㎡(100평)가 되지 않는 작은 마트의 입점 문의가 늘었다”며 “로마켓이 알려지면서 단골 위주로 영업하던 마트에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중소배달앱 홍보창구인 ‘제로배달 유니온’엔 수수료 2% 이하의 배달앱만 입점하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시의 중소배달앱 홍보창구인 ‘제로배달 유니온’엔 수수료 2% 이하의 배달앱만 입점하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물론 공공배달앱이 민간앱을 대체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편의성과 앱 안정성이 떨어져서다. 소비자는 주문을 했는데 업체에는 접수되지 않거나, 이유 없이 주문이 취소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다. 영업 중인 가게가 앱 내에선 ‘준비 중’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숱하다. 그 배경에는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 이는 공공배달앱을 이끄는 배달의명수, 배달서구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해 오프라인 매장 POS기와 연동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주문서가 자동으로 나오지 않아 앱으로 주문 내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컸다. 군산시 관계자는 “POS기와 연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얼마 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달서구 역시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8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주문 성공률(주당)이 85~ 92%대를 오르내린 탓이다. 소비자 10명 중 1명은 주문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인천시 서구청 관계자는 “앱 UI와 안정성에 신경 쓰고 있어 론칭 초반 20~30%에 달했던 취소율이 지금은 3%대로 떨어졌다”면서 “하지만 매장마다 POS기 상태가 제각각이어서 오류가 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배달앱의 지속가능성을 향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개발과 운영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올초 배달앱 개발을 선언했다가 검토 끝에 개발을 포기한 지자체가 줄을 잇는 이유다. 경남 양산시·창원시 등이 개발을 보류했고, 울산시 울주군도 인접 지역의 형평성 문제로 사업계획을 접었다. 

그럼에도 공공배달앱의 의미는 상당하다.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교수는 “공공배달앱이 성장하면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기업에 수수료를 낮추라는 등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지자체 관계자들도 “과도한 수수료, 독과점 폐해가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견제 장치가 되는 게 목적”이라며 “더불어 소득 증대 효과 등 지역민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공공배달앱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공공배달앱은 장기적으로 배달을 넘어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지역에 기본소득의 형태로 환원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운영 주체는 민간에 넘기고, 공공은 지분만 가져야 한다. 배달앱 자체는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라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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