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간편한 배달앱을 쓰다보면 식비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반조리 식품이나 완제품 요리를 구매하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주말에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일도 빈번해질 수 있다. 식비가 월 99만원까지 치솟은 최훈석(가명·39)씨, 이주영(가명·36)씨 부부도 배달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가계부를 재설계했다. 

코로나19 이후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가계식비도 당연히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가계식비도 당연히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 한명을 낳아 4년제 대학까지 졸업시킬 때까지 얼마가 필요할까. 먹이고 입히는 것 외에도 돈 들어갈 구석은 너무나 많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사교육비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학원을 안 보내자니 또래 아이들에게 뒤처질까 걱정이다.

여러 통계를 종합해보면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명당 약 3억원이 든다. 이 얘기는 양육비를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훈석(가명 전문기자·39)씨, 이주영(가명·36)씨 부부도 세살배기 딸 지아(가명)를 위해 목돈 만들기에 돌입했다. 문제는 두 사람의 방법이 다르다는 거다.

아내 이씨는 일찌감치 사교육을 시작한 주변 엄마들을 보면 조바심이 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지아가 태어났을 때 가입했던 적금이다. 생활비를 쪼개 3년 동안 열심히 부었더니 어느새 만기가 됐다. 뿌듯함도 잠시, 1000만원이 통장에 들어오자 부부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아내 이씨는 교육비 목적으로 돈을 모은 만큼 안전하게 은행에 예치해 두고 싶지만 남편 최씨는 투자를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불려보고 싶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는 일단 접어두고 가계부부터 조정해보자. 참고로 부부의 월소득은 지아의 아동수당을 포함해 429만원이고, 그중 388만원을 쓴다. 월 41만원이 남는 셈이다. 

1차 상담에서 살펴본 결과, 최씨 부부는 대출이 있는 것도, 특별히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아 교육비를 모으고, 지아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전셋집에서 탈출하려면 여유자금을 더 모아놔야 한다. 이씨가 경제활동에 동참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수 있지만 아직 지아가 어리고, 코로나19 사태도 이어지고 있어 무기한 미룬 상태다. 

결국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가계부 다이어트다. 자, 그럼 최씨 부부의 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여보자. 절감 여력이 많은 식비부터 손봤다. 평소 이씨는 비교적 살뜰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장은 대부분 시장이나 마트에서 보고, 할부 쇼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2개월 전부터 생활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씨가 자주 다니는 마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부터다. “혹시라도 아이가 감염될까봐 무서워서 사람 많은 시장이나 마트엔 못 가겠더라고요.” 

마트 발길을 끊은 후 이씨는 새벽배송을 이용한다. 한두번 배달앱을 사용해보니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반조리 식품이나 완제품 요리를 구매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주말에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일도 거의 일상이 되고 있다. 적금 붓느라 아끼던 습관도 만기를 채우면서 조금씩 시들해졌다. 이렇게 슬금슬금 오르던 한달 식비와 외식비는 어느새 99만원까지 치솟았다. 일단 20만원 정도를 줄여보고 직접 장을 보던 예전 습관을 찾아가며 줄이는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제 보험료다. 최씨 부부는 보장성 보험료로 한달에 57만원을 쓴다. 30대 3인 가정치곤 많은 편이다. 특별한 가족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홈쇼핑을 보던 중 암보험, 상해보험 등 여러 개를 만기환급식으로 가입했다. 부부는 10년 만기 갱신상품을 7 ~8년째 유지 중이다.

최근에 가입한 종신보험도 있다. 역시 10년 만기 갱신형이다. 최씨 부부가 가입한 보험들은 보험료도 문제지만 필요한 보장들이 많이 빠져 있다. 이런 이유로 전부 재조정하다보니 57만원이던 보험료가 34만원으로 줄었다. 보험해지금은 휴대전화 할부금 부담을 줄이고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최씨 부부의 한달 통신비는 23만원이다.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해 할부금만 매달 12만원씩 빠져나가고 있다. 요금제를 높이면 할인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요금제까지 높여놨더니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지출만 늘었다. 보험료 환급금으로 할부금을 해결해 부담을 줄이고, 결합요금제로 바꾸니 통신비가 23만원에서 11만원으로 확 줄어들었다.

한달에 40만원 쓰는 남편 최씨의 용돈도 25만원으로 줄였다. 아내 이씨의 이 말 때문이었다. “남편은 급여 외에 유류비와 특근수당이 따로 나와요. 그게 한달에 20만원쯤 되나 봐요. 그걸 자유롭게 쓰는 조건으로 용돈은 20만원만 받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1년 사이에 조금씩 늘리다보니 어느새 40만원까지 됐어요. 유류비와 특근수당까지 합해서 한달에 60만원을 쓰는 셈이 됐죠.”

남편은 모임이 많아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항변했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선 외식과 모임보단 아이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로 하고 용돈을 25만원으로 줄였다.

6개월 할부로 장만한 공기청정기 할부금(월 17만원)도 이번 기회에 싹 정리했다. 이제 남은 건 불규칙하게 지출하는 의류·미용비 13만원, 의료비 3만원과 비정기지출 18만원이다. 이 부분은 남편 최씨의 상여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비정기지출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입출금통장 잔액과 보험해지금 잔액, 상여금까지 입금해 비정기지출을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식비 20만원, 보험료 23만원, 통신비 12만원, 남편 용돈 15만원을 줄이고 공기청정기 할부금 17만원에 의류·미용비 13만원, 의료비 3만원, 비정기지출 18만원까지 털어내니 최씨 부부 가계부의 여유자금은 월 41만원에서 162만원으로 늘어났다. 다음 상담에선 이 돈으로 새판을 짜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shn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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