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앙숙의 소송 결과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BBQ(비비큐)와 bhc 사이의 갈등은 유명하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두 업체 간에 벌어진 크고 작은 소송건만 10개가 넘는다. 걸려있는 소송금액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한 지붕 아래에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앙숙이 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업체가 엎치락뒤치락 싸울 동안 소비자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BBQ와 bhc가 벌인 진흙탕 소송의 결과를 분석해 봤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BQ와 bhc 사이 소송의 역사는 2014년부터 이어져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BQ와 bhc 사이 소송의 역사는 2014년부터 이어져왔다. [사진=연합뉴스]

BBQ와 bhc는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서 수년째 갈등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지난한 싸움의 발단은 2013년 BBQ가 자금난으로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로하틴그룹)에 매각한 것이었다. [※참고 : 매각과 함께 BBQ의 글로벌부문 대표이사였던 박현종 회장은 bhc 대표이사가 됐다.]

소송의 역사는 2014년 9월 bhc의 지배회사인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BBQ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BBQ가 bhc 매각 당시 계약서에 bhc의 매장 수를 부풀려 기재했다는 이유였다. 2017년 2월 ICC는 BBQ가 계약상 진술과 보증조항을 위반했다며 98억49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해 5월 BBQ는 ICC의 중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BBQ는 2018년 항소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같은해 BBQ 임원이 bhc 직원에게 대가를 주고 내부정보를 빼내려 하기도 했다. 부정경쟁·영업비밀 관련 법률 위반이었지만 금전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014년 12월, BBQ는 bhc가 배송에 사용하는 물류트럭에 BBQ 래핑 광고를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BBQ는 관행대로 유지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bhc의 손을 들어줬다. 계열사에서 분리된 기업이 BBQ 광고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엔 bhc가 BBQ 측에 여러 차례 소송을 걸었다. 먼저 상품·물류대금 미지급 건이다. bhc는 2013년 6월 BBQ에 치킨소스 등 상품을 공급하고 운송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4년 5~12월 BBQ가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4월 bhc는 준비하던 신제품인 ‘별코치’와 ‘뿌링클’의 원재료를 BBQ 직원이 훔쳐갔다며 절도죄 혐의로 고소했다. BBQ 직원은 절도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2017년 4월, BBQ는 bhc와 맺은 물류용역계약을 파기했다. 2013년 매각과 함께 체결한 10년짜리 계약이었다. BBQ는 경쟁사로부터 물류공급을 받다보니 영업비밀이 유출돼 계약을 이어갈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여기에 BBQ의 광고대행사가 온라인에 bhc 비방글을 게시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해당 대행사에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됐다.

bhc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BBQ를 상대로 135억원의 손해보상 소송을 제기했고,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미래 손실이 크다’며 10월 피해보상액을 2360억원으로 크게 올렸다. 이 때문인지 BBQ는 같은 달 치킨 소스 등 상품공급계약까지 파기했다. bhc는 2018년 2월 537억원대 손해배상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물류대금·영업비밀 침해

둘 간 소송은 갈수록 격화했다. 물류용역과 상품공급계약 파기를 두고 공방을 벌이던 2017년 6월 BBQ가 bhc의 박현종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들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이 2013~2015년 사이 BBQ의 정보통신망에 불법으로 접속해 기밀자료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혐의였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2018년 9월 임직원 중 1명만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임직원들은 불기소 처분했다. 

BBQ와 bhc 두 업체 사이의 소송 건수는 10건이 넘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BBQ와 bhc 두 업체 사이의 소송 건수는 10건이 넘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BBQ가 항고하자 서울고등검찰청은 재기수사명령을 내렸고,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됐던 직원 1명은 ‘유출한 치킨 조리법은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판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BBQ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 bhc에 1000억원대의 손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hc가 BBQ의 영업비밀을 빼낸 탓에 피해액이 7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었다. 

윤홍근 BBQ 회장의 횡령 의혹이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2018년 11월 15일, 윤 회장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회삿돈 17억원으로 충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윤 회장의 자녀를 가까이서 돌봤다는 제보자의 구체적인 진술을 바탕으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보도 직후 경찰은 BBQ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윤 회장은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지난 6일, BBQ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던 횡령 사건 뒤에 bhc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두 업체 간 진흙탕 닭싸움이 또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bhc는 해당 언론사와 제보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BBQ-bhc가 수년에 걸쳐 벌인 ‘그들만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소비자는 두 업체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프랜차이즈 치킨 배달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BBQ와 bhc는 총 8개 브랜드 중 사이좋게 공동 6위에 머물렀다. 말이 좋아 6위이지 실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두 업체 모두 5점 만점 중 3.63점을 받은 결과였다. 2015년 1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선 BBQ는 5위, bhc는 9위였다. 4년이 지났지만 bhc는 별반 나아진 것이 없고, BBQ는 그나마도 지키지 못하고 추락한 셈이다. 두 업체의 의미 없는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소비자의 실망감은 커졌다는 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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