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청년 3명이 말하는 노인문제 해답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70대 이상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간(2016~2019년) 고독사한 독거노인 수는 56%가량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바뀐 게 없다. 왜일까. 가톨릭대 학생 3명이 정부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해답을 ‘관계’에서 찾았다.

사회적거리열기팀은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로당에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거리열기팀은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로당에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9.4명. 지난해 우리나라 전국 평균 노령화지수다. 노령화지수는 유소년인구(0~14세)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을 말한다. 노령화지수가 100명을 넘기면 유소년인구보다 고령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2009년 노령화지수가 62.9명이었으니 10년 만에 고령인구 비율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고령화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일자리ㆍ복지ㆍ보건ㆍ빈곤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노인문제의 주요 논점이 경제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 문제만큼 중요한 게 ‘정신적인 삶의 질’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노인들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우울증에 시달리는 비율도 높았다. 65~70세 노인 가운데 우울증을 겪는 비율은 15.1%에 그쳤지만 85세 이상에선 33.1%까지 올라갔다. 3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높은 자살률로 이어진다. 2018년 우리나라 전체 평균 자살률은 26.6명(10만명 당 자살자 수). 반면 70대와 80세 이상의 자살률은 각각 48.9명, 69.8명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70대ㆍ80세 이상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그중에서도 독거노인의 우울증ㆍ자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독거노인은 배우자와 함께 살거나 자녀와 동거 중인 노인보다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1.5배에서 2배가량 더 높았다. 당연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비율도 독거노인이 훨씬 높다. 

가톨릭대 송동현ㆍ이원섭ㆍ최재원 학생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노인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노인 우울증ㆍ자살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위해 세 학생은 가톨릭대가 지난 3월 개설한 교과목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에서 ‘사회적거리열기’라는 팀으로 뭉쳤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는 노릇. 세 학생은 주변부터 차근차근 살폈다. 가톨릭대가 있는 부천시는 경기도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편에 속했다. 지난해 부천시 노령화지수는 108.6명으로, 경기도 평균(87.5명)을 훌쩍 웃돌았다.

동시에 부천시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노인분야 선도도시다. 그만큼 노인 일자리사업, 노인돌봄 종합서비스 등 노인정책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성과중심체계 탓에 정책 대상자의 만족도를 고려하지 못했다. 부천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노인분과 관계자는 “숫자(사업규모)를 키우는 데만 치중한 게 사실”이라면서 “실질적으로 노인이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인들의 만족감을 높이면서 삶의 활력까지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사회적거리열기팀은 노인들의 사회활동 중 유독 친목단체의 참여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답은 ‘대인관계’였다. 송동현 학생은 “노인분들은 은퇴 이후 집에 있거나 친구를 만나는 게 전부인데, 이런 관계마저 없으면 심한 우울감에 시달린다”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게 가장 큰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럼 이제 중요한 건 대인관계를 어디서 어떻게 만드느냐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관건은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가’였다. 부천시 대한노인단 원미지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노인들은 부담감이 크거나 불편한 곳을 가장 꺼렸다. 학생들이 떠올린 건 노인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경로당’이었다. 경로당은 노인들 간 친목도모 활동이 이뤄지는 대표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사 도중 경로당 이용률이 의외로 높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 때문이었다. 이원섭 학생은 이렇게 설명했다. “경로당 내에서도 서열의식이 존재했어요.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자식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요. 결국 권력이나 돈이 있는 노인분들 위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무시당하거나 혼자 사는 노인분들은 경로당을 잘 안 찾게 되는 거죠.”

경로당 내 서열의식 심각

그 때문인지 정원의 절반도 오지 않거나, 아예 비어있는 경로당도 많았다. 사회적거리열기팀은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경로당이라는 공간에 10~30대 젊은층의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했다. 젊은층은 자신과 취미나 생각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길 원한다. 그래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를 경로당에 적용하면 이렇다. 기존 경로당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 간의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새 공간을 제공한다. 다만,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이라는 매개체를 제공한다. 가령, A지역 경로당엔 음악에 관심이 있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B지역 경로당엔 미술 활동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식이다. 참여율이 높아지면 네트워크가 더 널리 뻗어나갈 수 있다. 이른바 ‘예술 네트워크’다. 

예술 활동을 매개체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최재원 학생은 “예술 활동을 통해 노인분들이 원하던 것, 꿈꿔왔던 것을 표현할 수 있고, 갈등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또한, 예술 활동의 긍정적인 면을 통해 우울감과 고독감도 치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술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문화예술의 도시’ 부천시의 재원ㆍ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컨대 예술가가 노인들의 예술 활동 멘토가 되고, 부천시가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거리열기팀의 예술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실제 검증을 거치진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로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성은 엿봤다. 수요 파악을 위해 주민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참여하길 원한다는 연락이 제법 있었다. 부천시에서도 “프로젝트가 구체화된다면 시 내부 노인정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고독사하는 독거노인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들을 위해 국가 차원의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독거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별다른 게 아니다. 사회적거리열기팀의 제언처럼 단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줄 공간과 매개체만 있으면 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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