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의 모순

참여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다양한 다문화정책을 펼쳐왔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지자체의 행정수요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내국인 중심’이다. 지방교부세를 배정할 때 역시 내국인의 숫자가 중요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우리의 다문화정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더스쿠프(The SCOOP)와 나라살림연구소가 답을 찾아봤다. 

정부는 지방교부세 산정 시 내국인만을 고려한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지방교부세 산정 시 내국인만을 고려한다.[사진=뉴시스]

165만명.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수(2018년 기준)다. 총인구(5163만명)의 3.2%에 달한다. [※참고 :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 주민’은 기준 시점 당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단기체류 외국인, 등록외국인, 외국국적동포거소신고자를 포함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외국인 주민이 많다. 

정부가 다문화 정책을 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4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외국인 정책 방향 모색’을 주제로 삼은 ‘국적ㆍ통합제도 개선 실무분과위원회’ 회의가 법무부를 중심으로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방교부세의 행정수요를 평가할 때 외국인 주민수를 고려하지 않아 외국인 주민이 많은 지자체들의 경우 행정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거다. 행정수요를 파악할 때 국적 기준의 ‘주민등록인구’를 측정 단위로 사용하는 탓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지방교부세는 자체 세입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모두 확보할 수 없는 지자체들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재원이다.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이 지방교부세에는 보통교부세(내국세 수입예정액의 19.24%로 책정)라는 게 있다. 중앙정부가 전체 보통교부세 중 일부(특별교부세 3%를 제외한 97%)를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보다 적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돈’이다. 따라서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일수록 보통교부세 산정액이 재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기준재정수요액은 어떻게 산정할까. 먼저 16개 세부항목을 토대로 ‘기초수요’를 측정한다. 16개 세부항목 중 안전관리비ㆍ문화관광비ㆍ환경보호비ㆍ노인복지비ㆍ아동복지비ㆍ장애인복지비ㆍ보건사회복지비 등을 측정하는 단위는 ‘인구’다. 

 

중요한 건 이때 인구가 누굴 지칭하느냐다. 여기서 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른 6개월 평균 거주자’로, 한국국적이 아닌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은 ‘지자체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로, 이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도 ‘주민’이다. 외국인에게 각 지자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행정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작 행정수요를 산정할 땐 외국인이 빠진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예를 들어보자. 경찰이나 소방관 등을 배치할 때(안전관리비) 외국인 주민만 쏙 빼버리고 내국인 수만 고려해 보통교부세를 책정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재원이 모자랄 게 뻔하다. 문화예술 분야, 환경보호 분야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부족한 재원은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주민이 많은 지자체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차별은 지방자치법상 대도시 특례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드러난다. 이 법에 따르면 ‘서울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는 행정ㆍ재정운영과 국가의 지도ㆍ감독 시 특례를 둘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인구’는 ‘주민등록인구’다. 정부가 진정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지방교부세를 산정할 때부터 외국인 주민들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글=신희진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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