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인터뷰 |  사회적거리열기팀의 제안

독거노인들은 타인과 교류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럴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어딜 가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 소외받기 일쑤라서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에 참여한 사회적거리열기팀(송동현ㆍ이원섭ㆍ최재원 학생)이 소외받은 노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예술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유다. ‘경로당’을 노인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랑방’으로 여겨온 기성세대에 경종을 울릴 만한 제안이다. 

사회적거리열기팀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사진=천막사진관]
사회적거리열기팀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사회적거리열기팀은 노인문제를 다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송동현 학생(이하 송동현) : “사실 원래 주제는 달랐어요. 첫 주제는 ‘어떻게 하면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려지는 걸 막고, 다수의 의견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가’였어요.”

✚ 그 주제가 어떻게 노인문제로 바뀐 거죠?
이원섭 학생(이하 이원섭) : “다수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지 보기 위해 구성원부터 파악해야 했어요. 그래서 부천시 시정통계를 살펴봤죠. 그러다 저희가 다루려던 부천시 중동이 노인인구의 밀집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걸 알았어요.”

송동현 : “노인 인구가 많다는 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당연히 노인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야 하고요. 그러려면 노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해요.”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거군요.
최재원 학생(이하 최재원) : “그 과정에서 외부와의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여기서 비롯되는 독거노인의 우울증ㆍ자살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 그래도 부천시는 공공근로 추진, 경로당 예산 지원 등 노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활발한 편으로 알고 있어요.
이원섭 : “노인분들은 자발적인 참여율이 높지 않아요.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고, 불편한 자리를 피하려고 하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단순히 사업을 늘리는 것보단 그들의 마음을 파고들 콘텐트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송동현 :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여율을 높여도 노인분들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우울감과 고독감을 해소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거란 얘기예요.”

✚ 사회적거리열기팀은 ‘대인관계’에 답이 있다고 봤어요. 노인들이 칩거하는 게 비자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본 건가요.
최재원 :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분명 있어요. 문제는 장소가 없다는 거예요. 주변에 경로당이 없거나 적응하지 못해 교회로 가는 분들도 많아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이곳에도 경로당에서처럼 자기자랑과 자식자랑, 평가, 위계가 있다고 해요. 여기에 시달리다가 결국 칩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송동현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노인사회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거예요. 시市나 외부에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그들만의 사회가 형성돼 있고 위계가 있기 때문에 소외된 노인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워요.”

✚ 독거노인끼리 프로젝트를 통해 모였을 때, 그 안에서 또 위계가 생기진 않을까요.
이원섭 : “우려할 만한 문제예요. 하지만 기존 위계에서 밀려나 소외됐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요. 무엇보다 예술 활동이 공동체 의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 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이원섭 : “경로당 간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도 문제였어요. 소위 ‘잘사는 동네’에선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요. 하지만 낙후된 지역은 경로당도 달라요. 프로그램은 많아야 1~2개뿐이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어요. 봉사자도 많지 않고요.”

송동현 : “시에서 예산을 배정하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돈을 더 모아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때문이에요. 낙후된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겠지만 쉽진 않은 거 같아요.”

✚ 사실 사회적거리열기팀의 ‘예술 네트워크’와 비슷한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있어요. 가령, 문화센터라든가.
이원섭 : “일흔이 넘은 노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은퇴하고 예술을 배우고 싶은데 돈이 많이 들어 꺼려진다고요. 복지관 문화센터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지만 그마저도 부담을 느끼는 노인분들이 많아요.”

최재원 : “그뿐만 아니라 문화센터는 정원이 적은 데다 선착순이라 경쟁이 치열해요.”

송동현 : “사실 노인분들이 프로페셔널한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관계 형성이 핵심이 돼야 해요.”

 

✚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선 지자체 역할도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이원섭 : “지자체 지원이 중요해요. 노인분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경로당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경로당은 기존에 있는 공간인 데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니까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최재원 :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해요. 수요가 늘고 규모가 커진다면, 인력(멘토ㆍ봉사자) 동원 문제와 예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하죠. 세금이 과하게 투입된다고 여겨지면 프로젝트 자체가 흐지부지해질 수 있어요.”

✚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나 한계는 없나요.
이원섭 :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방식이 아닌 아래서 위로 향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야 해요. 전자는 이미 있어요. 후자는 자발성이 중요하죠. 우리가 그 중간 단계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요.”

송동현 : “그러기 위해선 홍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수단에는 한계가 분명 있어요. 노인분들은 온라인이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익숙지 않다 보니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도 한정적이죠. 독거노인분들은 신문도 잘 받아보지 않아요. 이런 프로그램이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고 들었어요.
최재원 : “노인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그런데도 지자체가 생각만큼 이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노인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실한 데다,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요. 서둘러 보완해야 할 문제예요.”

송동현 : “노인은 증가하고 젊은층은 감소하고 있어요. 갈수록 봉사인력도 줄겠죠. 그렇다면 노인분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도울 수 있는 생산적인 고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통 관심사를 가진 노인분들끼리 즐기고 관계를 형성하는 게 주목적이니까 가능하다고 봐요. 그럼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이원섭 : “대부분 저출산 문제만 말하지 노인문제는 잘 다루지 않아요. 노인 이슈를 다루더라도 경제적 문제에만 집중하고, 그들의 삶이 어떤지는 말하지 않죠. 시선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도 예전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 노인인구 증가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도 귀중한 인적 자산이라는 걸 느꼈어요. 어떻게 지원하고 보조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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