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유례없는 전염병 이슈로 많은 가정이 불안에 빠졌다. 한시라도 빨리 돈을 불려야 하는데 어떤 재테크를 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아서다. 이럴 때일수록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투자상품을 접하다 보면 자신의 재무목표와 찰떡궁합인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일반적금부터 정부가 만든 펀드까지 고루 활용한 재무 솔루션을 소개한다.

재테크 감각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많은 재테크를 접해보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테크 감각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많은 재테크를 접해보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집을 장만하는 것과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 자식을 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 둘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둘 중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어야 할지 결정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최훈석(가명·39)씨와 이주영(가명·36)씨 부부도 같은 상황에 놓였다. 무럭무럭 자라는 세살배기 딸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당장 내년부터 몇천만원씩 오를 것만 같은 전세자금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3년간 부었던 적금(총 1000만원)의 사용처를 두고는 부부끼리 의견이 갈렸다. 아내 이씨는 다시 이 돈을 안전하게 은행에 이체해 두길 원했다. 나중에 딸의 교육비로 쓰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남편 최씨는 재테크를 해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원금을 불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자녀 교육비에 내 집 마련 비용까지 동시에 만들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수익성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정답 아니냐”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안전하게 돈을 모으고 싶은 아내와 원금을 빠르게 불리고 싶은 남편, 누구의 생각을 따르는 게 합리적일까. 이런 경우 선뜻 답을 내리기 힘들다. 목적은 같은데 방법이 서로 다르면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도 높게 마련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회로를 찾았다. 1000만원을 어떻게 쓸지는 일단 제쳐두고 문제가 되는 가계부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1·2차 상담을 통해 월 338만원의 소비성 지출을 235만원으로 103만원 절감했다. 식비를 낮추고 불필요해 보이는 지출항목을 과감히 없앤 결과였다. 경조사비나 각종 세금 같은 자잘한 비정기 지출(월평균 18만원)은 남편의 상여금(연 500만원)에서 가져다 쓰기로 했다. 부부는 이를 위해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그 결과, 부부의 잉여자금을 기존 41만원에서 162만원으로 대폭 늘릴 수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구체적인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일단 기존의 주택청약저축통장(10만원)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중은행 상품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실시간 입금이 가능해 여러모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약통장이 아파트 분양권을 따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유지할 필요성이 충분했다.

월 10만원씩 내는 연금보험도 그대로 둘 생각이다. 최씨의 나이는 이제 곧 마흔에 접어든다. 3~4년 뒤엔 자녀교육 비용이 크게 늘어날 시기이므로 부부는 그전까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노후에 투자하길 원했다. 일단 기존 보험을 유지하고 부족한 금액은 후술할 인터넷뱅크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1년에 100만원씩 추가 납입하는 형태로 노후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채권투자(IRP)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납입액도 기존 2만원에서 4만원으로 늘렸다. 이 상품의 장점은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BBB등급 이상인 채권에 투자하면 된다. 주식은 매도를 하면 3일 후에 현금이 들어오지만 채권은 당일 지급이 가능해 유동성도 괜찮다. 물론 채권도 엄연히 투자상품이므로 원금손실의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부부는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상품에 속하는 국공채 상품에 투자를 계속하기로 했다.

자녀교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펀드(10만원)를 추가했다. 그중에서도 부부는 정부가 출시를 준비 중인 ‘뉴딜펀드’에 바로 가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투자하면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0만원씩 납입하던 자녀 적금과 별개로 조합원 저축은행의 통장도 만들어 30만원씩 붓기로 했다.

CMA통장도 개설했다. 상여금(연 500만원)과 지난 상담에서 해지한 보험의 환급금(160만원)을 저축하기 위해서다. 이 상품은 보통 은행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꽤 괜찮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는 이런 장점을 살려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 각종 세금 등 비정기지출용 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요새 코로나19로 CMA통장 투자처(기업어음·국공채 등)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의미 있는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하기로 했다.

앞서 언급했던 인터넷은행에도 40만원씩 납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 상품은 장기간 투자금을 묵혀야 하기 때문에 정기예금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나다. 터치 몇번이면 이용내역과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어 재무감각을 익히는 데도 도움도 된다. 부부는 1년에 한번씩 연금보험에 100만원 추가 납입하는 데 이 돈을 쓸 예정이다.

매월 30만원씩 달러로 교환하는 실물투자도 시작할 생각이다. 방법은 무척 쉽다. 은행에 가서 한국돈을 달러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달러의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재테크 초보인 부부가 투자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중에 차량 교체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월 50만원씩 시중은행에 적금을 붓기로 했다. 이 돈은 향후 부부가 자가를 마련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난 상담에서 확보한 여유자금 162만원은 자녀교육비 40만원(펀드 10만원+교육비 적금 30만원), 노후준비 42만원(인터넷은행 40만원+IRP 2만원 추가), 차량 교체자금(달러투자 30만원), 내집 마련(시중은행 적금 50만원)을 위한 용도로 골고루 분배됐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는 자연스럽게 적금 사용처도 정할 수 있었다. 1000만원 중 일부분(300만원)을 남편이 바라던 주식투자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안전하게 저축하기로 했다.

이번 상담에서 부부는 애용하던 배달앱 사용횟수를 일체 줄이고, 남편 용돈도 대폭 삭감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그렇기에 며칠 만에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부디 부부가 상담에서 보여줬던 열의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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