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못하는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현주소

국토교통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운항증명(AOC) 발급 문제 때문이다. AOC를 발급해주면 위기에 놓인 항공산업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고, 발급을 미루면 두 항공사가 입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분명해서다. 국토부로선 무엇을 선택해도 난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토부의 LCC 딜레마를 취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도 불거져 나왔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도 불거져 나왔다.[사진=연합뉴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호황을 이루던 2016~2017년께. 두 회사가 부푼 꿈을 안고 LCC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청주국제공항을 근거지로 삼은 ‘에어로케이(Aero K)’와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프레미아(AIR PREMIA)’였다. 두 회사의 행보는 순조로웠다. 지난해 3월엔 나란히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여,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날갯짓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운항증명(AOC) 발급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어서다. AOC는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항공운송면허 외에 발급받아야 하는 일종의 안전면허다. 항공사의 조직ㆍ인원ㆍ운항관리ㆍ정비관리ㆍ훈련프로그램 등을 검사하는데, 국토교통부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0월,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2월 각각 AOC 발급을 신청했다. 두 회사가 발급 신청을 넣은 지 8개월에서 1년이 지난 셈인데, AOC가 통상 6개월 안에 발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더딘 편이다. 에어로케이는 평균 소요기간보다 6개월, 에어프레미아는 2개월가량 초과됐다.

두 항공사의 AOC 발급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AOC 검사는 예비검사→서류검사→현장검사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서류검사, 에어로케이는 현장검사 단계에 있다. 지연 이유는 서로 다르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에 차질이 생긴 탓이 크다. 7월로 예정돼 있던 항공기 인도 날짜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AOC 검사도 늦어졌다. 항공기를 인도받지 못하면 현장검사에 돌입할 수 없어서다. 

반면 에어로케이는 정상적으로 검사가 진행됐음에도 발급이 지연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안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AOC 검사를 하다 보면 미흡사항이 발견되고 항공사에 보완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번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AOC 발급이 이렇게까지 지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인지 일부에선 “국토부가 일부러 발급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말일지 모르지만, 최근 산업 분위기를 감안하면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공급과잉 문제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항공업계에 공급 문제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제주공항의 예를 들어보자. 제주공항은 국내선 가운데 여객 수요가 가장 많은 만큼 공급도 포화 상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연간 처리능력은 17만2000대다. 
1년에 최대 17만2000대의 비행기를 이착륙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뜨고 내린 비행기는 총 17만5366대에 달했다. 3000대 이상의 초과공급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탓에 항공사들이 운항편수를 대폭 줄였음에도 공급과잉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 9월 제주공항의 운항스케줄은 하루 평균 328회에 달했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3분에 1대씩 비행기가 뜨고 내린 셈이다. 심지어 운항편수가 가장 많은 오후 8~9시엔 2분에 1대꼴이었다. [※참고 : 제주공항의 활주로는 2개다. 활주로별로 4~6분마다 1대씩 비행기가 이착륙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나쁜 시너지를 일으켰다. 올해 여객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90%대에 달했던 평균 탑승률이 70%대로 뚝 떨어졌다.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뜻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현재 편성된 운항편수가 과도하다는 소리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선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AOC 발급을 받는다고 해도 신규 취항이 녹록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설사 취항하더라도 공급과잉ㆍ출혈경쟁을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 이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물론 기존 항공사들의 경영 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항공업계에 닥친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물론 국제선에서 틈새시장을 발굴해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살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하늘길이 완전히 열린 뒤에나 가능한 얘기다. 국토부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AOC 발급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토부가 AOC 발급을 마냥 늦출 수도 없다는 점이다. AOC 발급이 지연됨에 따라 두 항공사가 매달 입는 손해액이 수십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AOC 발급을 미루는 게 사실이라면 항공사가 입고 있는 손해의 책임을 피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하고서 2년 안에 취항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된다는 점도 국토부엔 부담이다. 2021년 3월이면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지 2년이 된다. 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면 국토부는 앞으로 4달 안에 AOC를 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두 신생 LCC의 AOC 발급. 내줘도 문제, 안 내줘도 문제다. 국토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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