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3사 온라인 or 오프라인 전략

‘대형마트 400개’ 시대가 저물고 있다. ‘클릭’ 한번으로 쇼핑이 가능해진 시대에 굳이 ‘카트’를 끌며 쇼핑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서다. ‘유통공룡’ 롯데마트가 올해 12개 점포를 폐점한 건 단적인 예다. 홈플러스도 ‘1호점’ 대구점 등 4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반면 이마트는 140여개 점포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점포를 리뉴얼해 소비자를 끌어온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3사의 서로 다른 전략,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 업계에서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 업계에서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벌써 27년 전의 일이다. 국내 1호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건 1993년의 일이다. 이후 입지 좋은 상권에 대형마트가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는 매년 사업 계획으로 ‘점포 확장’을 내세웠다. 국내 대형마트는 15년여 만에 400개(2009년)를 훌쩍 넘어섰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그랬던 대형마트의 ‘화려한 날’이 저물어가고 있다. 

‘유통공룡’ 롯데마트가 ‘릴레이 폐점’을 이어가는 건 단적인 예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마트 · 백화점 · 전문점 등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비효율 점포 30%를 폐점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현재(10월 22일)까지 전국 롯데마트 12곳이 문을 닫았다. 롯데마트 천안점, 천안아산점, 양주점, 의정부점 등이 잇따라 폐점했다. 


하반기에도 구로점, 도봉점, 대구 칠성점 등의 폐점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에선 향후 3~4년간 롯데마트 40~50개가 문을 닫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마트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일부 점포를 폐점했다”면서 “향후 구체적 폐점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초 122개에 달하던 롯데마트 점포 수는 100개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홈플러스도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점포 4곳의 폐점을 공식화했다. 지난 6월 안산점, 대전 탄방점·둔산점의 자산유동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3일엔 대구점을 추가했다. 특히 대구점은 1997년 문을 연 홈플러스 ‘1호점’이란 상징성을 지녔음에도 폐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홈플러스 측은 “대구점은 2021년 말까지 운영을 지속한다”면서 “직원들은 면담 절차를 거쳐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들 업체가 대형마트 사업을 축소하는 건 아니다. 고정비가 많이 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성이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이 지난 1년 새(2019년 6월 대비 2020년 6월) 5.5%(49억9000만원→47억7000만원) 감소한 건 단적인 예다. ‘점포=매출’ 시대가 끝난 셈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폐점과 별개로 일부 점포를 온라인 배송에 적합한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스토어(Smart store)’ ‘세미 다크 스토어(Semi dark store)’다. 스마트 스토어의 경우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피킹 · 패킹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2시간 내 배송을 가능케 했다. 올해 롯데마트 중계점·광교점을 스마트 스토어로 전환해 일 배송 건수를 179% 끌어올렸다. 스마트 스토어의 배송 가능 지역은 점포 반경 3㎞ 이내다.

매장 일부 공간을 온라인 배송 전용 공간으로 전환한 세미 다크 스토어는 그보다 넓은 반경 15㎞ 이내 지역까지 담당한다. 롯데마트 측은 2021년까지 스마트 스토어 12개, 세미 다크 스토어 29개를 구축해 하루 배송 건수를 7만8000건(2019년 2만3000건)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온라인 포털 네이버와 손잡았다. 네이버가 론칭한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건데, 향후 네이버에서 홈플러스 상품을 검색한 고객은 별도의 홈플러스 온라인몰 가입 없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올라인(ALL-Lineㆍ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문다는 의미)’ 전략도 이어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140개 점포 중 107개 점포에서 온라인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점포 주차장 등을 작은 풀필먼트 센터화해 물류 효율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마트의 전략은 이들 업체(홈플러스ㆍ롯데마트)와 ‘결’이 조금 다르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건 같지만 ‘탈脫 오프라인’ 흐름을 따르진 않고 있다.[※참고: 이마트는 지난 15일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SSG닷컴 대표에 내정하는 등 온ㆍ오프라인 사업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12월에는 SSG닷컴의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한다.] 

이마트는 향후 140여개 점포를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기본’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가 최근 점포를 리뉴얼 오픈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을 ‘포기’하지 않고 ‘집객 ’을 꾀하겠다는 거다. 

일례로 이마트는 지난 5월 월계점을 리뉴얼해 개점했다. 마트 면적을 줄이고, 식음료ㆍ패션 등 임대 매장을 확대한 게 골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월계점의 경우 리뉴얼 후 매출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부 이마트 매장에서 부분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참고: 이마트는 지난 3년간(2017~2019년) 점포 7개를 구조조정했다. 올해에는 폐점 없이 신촌점을 신규 개점했다.]  

한편에선 ‘오프라인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점포를 유지하는 게 득이 되겠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점포가 고정비 부담이 큰 ‘돈 먹는 하마’가 된 지 오래라는 거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1.9%)을 제외한 대형마트ㆍ백화점ㆍ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업태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면서 “대형마트는 편의점·SSM·창고형매장 등 유사한 업종과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고객을 끌어모으기엔 아울렛이나 복합쇼핑몰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ㆍ자기시장잠식)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업계의 구조조정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물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형마트 업계가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물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점포를 유지하는 이마트의 전략이 ‘적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언젠간 둔화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는 게 근거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가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오신의 지분을 280억 홍콩달러(약 4조원)에 인수하고, 미국 아마존이 식료품 업체 홀푸드(2017년)를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매장을 철수하면서 이마트가 반사이익을 누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경쟁사 10여 곳이 문을 닫은 사이 이마트의 9월 잠정 매출액은 1조1454억원으로 전년 동월(1조261억원) 대비 11.6% 증가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 점포 리뉴얼 효과 등으로 이마트의 3분기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가는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끝나지 않은 대형마트 3파전에서 웃는 자는 누가 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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