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버틴 개미 세금에 무너지랴

동학개미운동이 힘을 잃고 있다. 내년부터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예정이라서다. 투자자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대주주 기준 강화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도소득세를 피하려는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12월 증시 폭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12월 증시 폭락설과 반론을 취재했다. 

정부의 대주주 기준 강화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거세다.[사진=뉴시스] 

2020년 국내 증시를 이끌던 동학개미운동에 변화가 감지됐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화하고 있어서다. 3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도 순매수세를 유지했던 개인투자자의 매도세는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났다. 개인투자자들이 9월 28일 이후 10월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한 건 대표적 사례다.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서 7거래일 이상 순매도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그렇다고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0조원대로 비슷하다. 미 대선 등 불확실 요소가 있긴 하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럼 무슨 이유일까. 투자자들은 세법 개정으로 인한 대주주 기준 강화를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해진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의 기준을 코스피 25억원, 코스닥 20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턴 한 종목에 3억원 이상 투자한 투자자를 대주주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세율은 22~33%(지방세 포함)에 이른다.

이게 어느 정도 부담일까. 예를 들어보자. 3억원에 매수한 A종목을 3억2000만원에 팔아 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치자. 현재 세법으로 계산하면 증권거래세 8만원만 내면 된다(3억2000만원×증권거래세율 0.25%·증권사 수수료 제외).

하지만 개정 세법에 따르면 시세차익으로 올린 2000만원에서 증권거래세(8만원)와 양도소득 기본공제(250만원)를 뺀 1742만원의 22~33%(383만~574만원)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8만원이었던 세금 부담이 적게는 47.8배에서 많게는 71.1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에 투자자가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의 우려는 또 있다.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던지기 시작하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을 15억원으로 낮춘 2017년 12월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5조13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준을 15억원에서 10억원에 강화한 지난해 12월에도 4조811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강화되면 연말 개인투자자가 내놓을 매물 폭탄에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설득력이 없지 않은 예상이다. 윤관석 의원(국민의힘)이 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단일 종목에 3억원 이상 투자한 투자자는 8만861명(코스피 4만9699명+코스닥 3만1162명)이다(중복 집계 포함). 이들이 투자한 주식의 규모는 41조5833억원으로 개인투자자 전체 투자금액 417조8893억원의 10%에 가깝다.

주식시장 안팎에서 나도는 “12월 10조원대의 매물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말이 ‘설設’만은 아니란 얘기다.[※참고: 투자자와 정치권의 반발을 의식한 기획재정부는 조부모와 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과세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개인별 기준으로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증가해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에게 증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차라리 기관·외국인·개인이 똑같이 내는 증권거래세를 인상하는 것이 과세형평에 맞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주주 기준 강화가 실제 폭락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단일 종목 3억원 이상 투자자는 8만861명이다. 이는 전체 투자자(중복 집계 포함) 2580만8000명의 0.3%에 불과하다. 복수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가 중복 집계됐다는 걸 감안하면 대주주 요건에 포함되는 투자자는 더 적을 수도 있다.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과대포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 중 20~30대 젊은층이 유독 많은 데다 평균투자금액이 3000만원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미투자자도 억대 자산을 가진 슈퍼개미부터 수백만원을 투자하는 일개미까지 다양한 계층이 있다”며 “일반투자자에게 3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전문가들이 12월 폭락장을 우려하는 건 일부 대주주의 매도세에 불안을 느낀 개인투자자의 동반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주주 요건이 강화된 2017년과 2019년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뚜렷해졌던 건 사실이지만 실제 주가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가 5조1310억원을 순매도한 2017년 12월 코스피지수는 0.3%(2475.41포인트→2467.49포인트·이하 월초 대비)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787.7포인트에서 798.42포인트로 1.3% 상승했다.

지난해 흐름도 비슷했다. 개인투자자가 12월 한달 동안 4조8116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5.0% (2091.92포인트→2197.67포인트), 5.5%(634. 5포인트→669.83포인트) 상승했다. 한편에서 “대주주 요건 강화에 따른 매도세가 일반 개미투자자에겐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는 건 이 때문이다.

대주주 강화에도 상승한 증시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연말은 악재보단 호재가 많은 시장”이라며 말을 이었다. “단일 종목에 3억원 이상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대형주를 노린 투자자일 것이다. 소형주에 3억원이란 큰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를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삼성전자·현대차·카카오·네이버·SK·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라는 걸 감안하면 매도세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미 대선 이후 경기부양책이 나올 거란 기대감이 확산돼 미 증시가 꿈틀대면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악화해 매도세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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