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요기요 합병 옹호론, 타당한 논리인가 궤변인가
배민·요기요 합병 옹호론, 타당한 논리인가 궤변인가
  • 김다린 기자
  • 호수 412
  • 승인 2020.10.2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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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ㆍDH 합병론의 민낯

“배민은 단순한 배달앱이 아닌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회사다.” “각각의 서비스는 독자경영을 통해 경쟁을 지속할 것이다.” 두개의 논리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DH(요기요ㆍ배달통)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위원회를 고민에 빠뜨렸다. 독점에 따른 폐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 이 논리에도 약점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달앱 합병 논리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하자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사진=연합뉴스]
시장 지배력이 높은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하자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사진=연합뉴스]

“공정위의 고민이 깊다. 올해 내내 들여다보고도 내부적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연말까진 꼭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 

공정위의 고민을 부추긴 주인공은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ㆍ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합병을 발표한 두 회사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심사는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인수ㆍ합병(M&A)을 금지하기 위한 절차다. 

모바일 플랫폼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합병 발표 당시 배민ㆍ요기요ㆍ배달통 등 3개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은 98.7%에 달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한개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공정위가 ‘배민+DH’의 결합심사에 착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 참고: 공정거래법은 기업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을 경우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독점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형 M&A가 불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케이블TV 시장 1위였던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의 기업결합심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정위는 “업계 1위 간 결합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 회사의 결합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배민과 DH의 ‘결합 불허’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업심사를 할 때 점유율이 과반이더라도 효율성 증대 효과가 독점 폐해보다 크면 합병을 허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앱 같은 신사업 모델의 경우 사업구획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단순히 점유율을 기준으로 결과를 따지긴 어렵다”면서 “기존에 없던 영역인 만큼 신중하게 심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허 결정을 가로막는 배민과 DH의 결정적인 주장도 있다. “우리가 합병해도 독점의 폐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자.

합병이 완료되면 배달의민족은 독점적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사진=연합뉴스]
합병이 완료되면 배달의민족은 독점적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사진=연합뉴스]

■ 근거❶ 독점인데 독점이 아니다 = 배민과 DH는 두 회사가 합병해도 독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무슨 얘기일까. 공정위는 두 회사가 어떤 시장에 포함되는지를 먼저 가늠한 뒤 독점 여부를 판단한다. 시장 크기에 따라 점유율 구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이를 ‘시장구획 분석’이라고 부른다. 시장을 ‘음식 배달앱’으로만 한정하면 두 회사의 점유율은 이견 없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시장 범위를 ‘이커머스(온라인쇼핑)’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바일ㆍ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뒤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음식배달업은 이커머스의 범주에 속해서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기록한 거래액은 135조2640억원, 이중 배달앱(모바일 음식)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7%(9조876억원)였다. 

바로 이것이 배민과 DH를 ‘이커머스 업체’로 분류한다면 제아무리 기업을 결합한다고 한들 독점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다. 배달앱의 비중이 7%에도 못 미치는데, ‘무슨 독점이냐’는 거다. 

실제로 배민은 이커머스 기업임을 종종 어필해왔다. 지난해 12월 합병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 중 일부를 보자. “…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는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국내외 거대자본의 공격이 지속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다….”

이니셜(C사)만 언급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도움을 받는 쿠팡을 겨냥한 경고였다. 배민과 DH가 스스로 이커머스업체라 지칭하는 근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9년 11월 배민은 ‘B마트’를 론칭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B마트는 도심 창고형 물류센터를 통해 가공식품ㆍ신선식품ㆍ생활용품 등을 직매입해 30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최근엔 자체브랜드(PB) 상품까지 출시했다. DH의 요기요 역시 B마트와 비슷한 서비스인 ‘요마트’를 지난 9월 출범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배민을 쿠팡ㆍ이마트ㆍ마켓컬리 등과 점유율을 다투는 이커머스 업체로 판단하면 결합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면서 “B마트와 요마트가 배달앱이냐 이커머스냐의 논란을 종식할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게만 보면 배민ㆍ요기요를 이커머스 업체로 보기에 손색이 없지만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란 반론도 숱하다. 배민이나 요기요의 근본은 앱을 기반으로 한 배달서비스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두 서비스의 소상공인ㆍ골목상권을 둘러싼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다. 지난 4월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배민은 정액제였던 요금체계를 배달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로 바꿨다.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매출이 많은 음식점일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인 탓에 ‘꼼수 인상’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배민 불매운동’에 나섰고,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수료 부담 없는 공공배달앱을 직접 만들겠다면서 배민을 압박했다. 결국 배민은 새 수수료 정책을 시행한 지 열흘 만에 전면 백지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민을 대체할 만한 경쟁 서비스가 충분했다면 이런 난리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배달산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배민에 쏠려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배민의) 영향력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근거❷ 독자경영 가능할까 = 배민과 DH의 기업결합이 독점이 아니란 주장의 두번째 근거는 ‘독자경영’이다. 배민ㆍ요기요ㆍ배달통 등이 각각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경영해 치열한 경쟁구도를 그대로 남겨 두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독자경영을 하니 독점이 아니다’는 근거 역시 설득력이 거의 없다. 당장 요기요와 배달통을 함께 운영하는 DH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올해 들어 배달통의 시장경쟁력은 가파르게 악화했다. 합병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8.0%에 달했던 점유율이 올해 9월 기준 1.6%로 곤두박질쳤다. 월 사용자도 같은 기간 91만명에서 29만명으로 급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돋보일 만한 전략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통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앱 다운로드 메뉴 외에 다른 기능이 없다. 유튜브ㆍ페이스북 등 공식 SNS도 2019년 10월 이후 새 게시물이 없다. 앱 업데이트도 지난 3월이 마지막이었다. 앱 개선을 요구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지만, 배달통은 묵묵부답이다.

DH 관계자는 “요기요를 통해선 점유율 확장을 노렸고 배달통은 시장 현황 유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배달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배달통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 철수설이 고개를 들 정도로 본사의 투자가 변변치 않았다. 배달통의 점유율이 악화한 틈을 타 쿠팡이츠가 3위 사업자로 등극하게 됐는데, 배민과 DH로선 독점 논란을 방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 되레 반가울 것이다. 겉으론 독자경영을 표방했지만, 전략은 ‘한 지붕’에서 짜일 것이란 얘기다.” 세 서비스 모두 합작법인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단독으로 경영하니까 시장 지배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동의할까”라면서 “현대차그룹이 양사의 판매 간섭효과를 고려한 신차 전략을 짜듯, 배민과 DH도 제 살을 깎아가면서 경쟁을 꾀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민ㆍ요기요가 철옹성 같은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이상 독자경영 역시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독점의 폐해를 막을 방법은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가 나타나는 것뿐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눈에 띄는 사업자가 없다. 배민의 대항마로 기대를 받았던 쿠팡이츠는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1개의 주문에 1명의 배달기사를 배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쏟아부었음에도 점유율이 6.2%(앱애니 분석ㆍ9월 기준)에 불과하다. 

현재로썬 공정위가 배민과 DH가 기업결합을 허가할지 불허할지 알 수 없다. 기업결합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일부의 주장처럼 합병법인이 다양한 혁신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합병에 따른 독점의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배민과 DH가 기업결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두가지 근거’는 그 당위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건 공정위의 과제이자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사전절차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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