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왕서개 이야기

전쟁 피해자의 진실과 복수를 그리는 '왕서개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전쟁 피해자의 진실과 복수를 그리는 ‘왕서개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앞에서 역사의 가해자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서울문화재단이 ‘극단 배다’와 공동 제작한 ‘왕서개 이야기’를 공연한다. 2017년 창단한 극단 배다는 근대 동아시아를 관통한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개인을 통해 전달해왔다. 

전쟁 범죄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왕서개 이야기’는 범죄자의 잔혹함과 피해자의 비참함을 강조하는 대신 ‘왕서개’의 복수와 진실을 향한 여정을 통해 생존자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왕서개는 1930년대 만주에서 가족을 잃었다. 1950년대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왕겐조라는 이름으로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물건 배달을 하면서 살아간다. 단골인 일본인 이치고의 집에 배달하러 간 왕서개는 항상 들고 다니는 낡은 궤짝과 관련한 질문을 처음으로 받는다. 이치고의 질문을 시작으로 왕서개는 21년간 말하지 않았던 ‘그날’로 돌아가 다섯 마리의 말 위에 앉아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가해의 역사는 모든 것이 숨겨지길 원하지만 왕서개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하려 한다. 기억을 떠올리고 복수를 완성한 왕서개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왕서개 이야기’는 2018년 ‘창작 희곡’을 투고하는 남산예술센터의 ‘초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에서 채택됐다. 2019년 미완성 희곡을 개발해 나가는 낭독 공연 ‘서치라이트’를 거쳐 2020년 공동제작 공모에 선정돼 남산예술센터의 제작 시스템을 모두 거쳐 시즌 프로그램이 됐다.

‘왕서개 이야기’를 쓴 김도영 작가는 꾸준히 고민해왔던 ‘과거를 통한 인간성 회복 탐구’에 역사적 사실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김도영 작가는 “복수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 복수를 할 것인지, 일본은 사과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를 말하고자 했다”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왕서개’에게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공연은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된다. 11월 6일 오후 7시 30분, 7일 오후 3시 공연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ㆍ수어 통역,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로 진행된다. 휠체어석은 공연 기간 항시 운영된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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