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보다 나은 동생 없다더니

치킨 업계가 각종 이슈로 시끌시끌하다. 이슈의 중심에 서는 건 언제나 교촌·bhc·BBQ 등 시장점유율 상위권의 쟁쟁한 업체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 소비자 만족도는 ‘거꾸로’라는 점이다. 교촌·bhc·BBQ 등의 만족도는 바닥인 반면, 상위권은 1세대 올드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바로 페리카나와 처갓집양념치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두 브랜드의 ‘조용한 행보’를 쫓아가 봤다.

페리카나와 처갓집양념치킨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프랜차이즈 치킨 배달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페리카나와 처갓집양념치킨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프랜차이즈 치킨 배달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난 치킨 처돌이야.” ‘처돌이’는 온라인에서 ‘어떤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처갓집양념치킨(이하 처갓집)’의 마스코트 ‘처돌이’에서 나온 밈(me me·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행동·양식, 혹은 이미지나 영상)이다. ‘처(쳐) 돌다’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과는 대조적으로 귀여운 마스코트가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처갓집이 처돌이 인형 증정 프로모션을 실시했을 땐 전국 곳곳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처돌이의 갑작스러운 인기에 1980년대 탄생한 ‘올드 브랜드’ 처갓집도 재조명을 받았다. 당시 처돌이와 함께 프로모션을 했던 ‘슈프림 치킨’ 등을 두고 “양념치킨의 맛이 변하지 않았다”는 구매자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처갓집은 페리카나·멕시카나·멕시칸치킨 등과 함께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1세대 브랜드로 꼽힌다. 

치킨시장에서 처갓집처럼 ‘올드 브랜드’가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치킨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서 가장 흔히 보이는 업종(가맹점 수 2만4602개·2018년 기준)인 만큼 브랜드가 숱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브랜드만 300개가 훌쩍 넘는다(영업표지 ‘치킨’ 또는 ‘통닭’ 업체·10월 22일 기준).  

그런데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프랜차이즈 치킨 배달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한 건 뜻밖에도 페리카나(1위·1982년 창업)와 처갓집(2위·가맹사업 개시일 기준 1983년) 올드 브랜드였다. 소비자 1600명이 가맹점 수 상위 8개 사업자(BBQ·BHC·교촌치킨·굽네치킨·네네치킨·처갓집·페리카나·호식이두마리치킨)의 치킨 배달서비스를 평가한 결과였다. [※참고 : 흥미롭게도 이번 조사의 최하위는 교촌, 꼴찌에서 두번째는 BBQ와 bhc였다.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만족도가 ‘반비례’ 곡선을 그린 셈이다.] 

페리카나와 처갓집은 각각 종합만족도 3.79점, 3.77점(5점 만점)을 받았다. 세부 항목별로는 음식 구성·맛에서 나란히 3.91점을 받았다. 가격·가성비 면에서는 호식이두마리치킨(3.84점)의 뒤를 이었다(페리카나 3.62점·처갓집 3.54점).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도 좋았다.

페리카나는 서비스 품질에서 3.93점, 처갓집은 호감도에서 3.70점을 받아 각각 부문 1위에 올랐다. 페리카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배달대행을 쓰는 대신 직접 배달하는 가맹점이 많아 서비스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걸로 보인다”며 “업력이 긴 만큼 단골이 많은데, 그분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1세대 올드 치킨 브랜드는 적당한 가격과 변치 않는 맛으로 승부한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1세대 올드 치킨 브랜드는 적당한 가격과 변치 않는 맛으로 승부한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그렇다면 화제의 신메뉴도 없고, 요란한 마케팅도 펼치지 않아온 두 업체는 어떤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까. 페리카나는 지난 9월 25일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참고: 150억원에 MP그룹 경영권을 인수한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의 최다출자자가 페리카나와 ㈜신정이다.]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은 MP그룹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미스터피자를 이용해 페리카나가 피자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페리카나 측은 “피자 사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처돌이로 톡톡히 재미를 본 처갓집은 가맹점을 조용히 늘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9월 기준 가맹점은 1260개로, 교촌치킨 1234개(8월 기준)보다 많다.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다. 2017년 959개에서 2018년 1025개, 지난해 1134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 때문인지 모기업 한국일오삼의 실적도 좋다. 매출은 3년째 앞자릿 수를 바꾸며 늘었고(2016년 485억원→2019년 797억원),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그렇다고 두 올드 브랜드에 한계가 없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별다른 변화 없이 ‘적당한 가격에 옛맛 그대로’를 지키는 전략은 ‘독毒’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치킨 시장이 브랜드별로 선호계층이 뚜렷한 만큼 ‘옛맛 그대로’ 전략으로 ‘집토끼’ 소비자는 지킬 수 있지만,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외식프랜차이즈 MBA)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가맹점 평균 매출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처갓집 가맹점의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비슷한 전략을 쓰는 페리카나가 쟁쟁한 해외 브랜드가 포진한 피자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옛맛 그대로 전략의 리스크 


두 브랜드가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에 오른 것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낮은 기대치가 높은 점수의 근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가 시장 순위와 정반대로 나왔다는 건 조사 자체를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소비자는 유명하거나 사용 경험이 있는 브랜드에 오히려 박하게 점수를 매기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어쨌거나 처갓집은 치킨업계에서 ‘소리 없는 강자’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페리카나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미스터피자를 품에 안으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치킨 1세대 브랜드의 조용한 반란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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