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차라고? 픽업트럭 Pick Up
짐차라고? 픽업트럭 Pick Up
  •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다린 기자
  • 호수 412
  • 승인 2020.10.2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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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Clean Car Talk
픽업트럭 불모지의 반전

픽업트럭이 험한 길에서 일반 도로로 내려왔다. 짐차 취급을 받는 건 옛말이다. 차박(차 안에서 숙박)이 편리한 다재다능한 차종으로 꼽히면서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수입 모델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픽업트럭 불모지’로 꼽히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반전 스토리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한국은 픽업트럭의 불모지로 불릴 정도로 인식이 형편없었다. 어떤 픽업트럭이든 승차감이 나쁘고 연비도 효율적이지 않은 ‘화물차’ 취급을 받았다. 투박한 디자인과 눈에 띄는 외관 탓에 직장인의 출퇴근용으로도 적합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구매하는 이들은 전문직 자영업자가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상품성을 갖춘 제품도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뿐이었다. 판매량도 월 1000~2000대 수준에 그쳤다. 세단보다 픽업트럭이 더 많이 팔리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대중적인 승용차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픽업트럭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월평균 판매량이 3000~4000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판매 대수는 4만2615대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다. 자동차 제조사라면 시장 공략에 눈독을 들일 만한 규모다. 

한국에서 픽업트럭의 판매량이 늘어난 건 레저활동 인구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차를 이용한 야외 활동이 늘어난 만큼 픽업트럭 수요도 함께 증가한 셈이다. 이 차종의 넓은 적재공간은 캠핑이나 스키ㆍ서핑과 같은 레저활동에서 활용성이 높다. 거친 산길이나 계곡을 달리기에 부족함 없는 주행성능과 강력한 견인력도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이유다.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돼 자동차세가 저렴하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미국 자동차 3사가 쌍용차가 독점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한국GM이 지난해 수입해 들여온 쉐보레 ‘콜로라도’가 대표적이다. 지프도 ‘글래디에이터’를 공식 출시하고 최근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드도 올해 안에 픽업트럭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 레인저’의 3세대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첫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도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각자 취향이나 용도에 따라 원하는 모델을 고를 기회가 생긴 셈이다. 

물론 픽업트럭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선 도심으로 나오면 당장 주차 문제에 직면한다. 차체 크기가 대부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커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픽업트럭 인기 모델 대부분은 디젤엔진으로 경유 연료를 사용한다. 나쁜 연비로도 악명이 높다. 

이런 단점은 테슬라가 극복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6번째 전기차 모델로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공개하면서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관 디자인이 가장 눈에 띄지만, 적재공간을 넉넉히 구성해 픽업트럭 시장을 겨냥한 것도 색다른 포인트다. 이 때문인지 ‘사이버트럭’은 미 글로벌 시장에서 사전 계약 대수가 65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내년 출시를 앞둔 만큼 ‘친환경 픽업트럭’의 지평을 열 공산이 크다. 실제로 GM 역시 테슬라와 경합할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예고했다. 

향후 친환경 모델이 국내 시장에도 들어오면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양한 차종이 등장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경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제조사들의 긴장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국내 소비자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한 픽업트럭이 연 판매량 5만대를 넘어서 10만대를 넘보는 시장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이유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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