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초등돌봄 살리는 법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고 있다지만 전국의 초등학생은 3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초등학생을 위한 공적 돌봄기관의 정원은 50만명도 채 안 된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돌봄기관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상한 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정부는 턱없이 부족한 돌봄기관을 늘리려 하는데, 정작 학부모들은 돌봄이 아닌 사교육 시장에 아이들을 보낸다. 이게 정상적인 현상일까. 가톨릭대 학생들이 해법을 찾아봤다.

가톨릭대 봄비팀은 대학 수업 수강신청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돌봄서비스를 기획했다.
가톨릭대 봄비팀은 대학 수업 수강신청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돌봄서비스를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긴급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이던 교육시스템이 무너져서 일어난 현상이다. 문제는 돌봄기관이 돌봄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느냐다. 통계 두개를 살펴보자. 첫째, 2019년 기준 전국의 초등학생은 285만여명(통계청)이다. 둘째, 만 7~12살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는 76만여 가구(고용노동부)다. 285만여명이 잠재적 돌봄수요이고, 적어도 76만 가구는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수요자란 얘기다. 

그럼 돌봄기관은 충분할까.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 돌봄기관의 정원은 50만명(올 2분기 기준)도 안 된다. 가장 대표적인 초등돌봄교실 이용 가능 인원은 29만명이다. 지역아동센터 이용 정원은 12만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마저도 이용하는 수요자가 드물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공적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은 초등학생은 36만명(285만명 중 12.6%)에 그쳤다. 돌봄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말과 ‘돌봄기관이 텅텅 비어있다’는 말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돌봄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질문의 답은 돌봄기관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공적 돌봄기관은 주로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기관으로 출발했다. 이 때문에 돌봄기관을 이용하면 취약계층으로 비쳐 학부모들이 꺼린다. 돌봄기관이 부족하다보니 지리적 접근성도 낮다. 일부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위해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면 다른 학부모들은 ‘내 자녀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란 조바심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3.5%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만 해도 34만7000원이다. 이게 정상적일까. 정부는 턱없이 적은 공적 돌봄기관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정작 돌봄의 수요자인 학부모는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보내는 현상 말이다. 

가톨릭대의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을 수강한 ‘봄비(김경호·권우제·이준학·신희선 학생)’팀이 색다른 방식의 초등돌봄 서비스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이상한 괴리’를 없애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참고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더 커졌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줄곧 학원을 다녔는데, 자신들이 학업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염려 혹은 아이들과 어울릴 곳이 학원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학원에 보내졌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봄비팀은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봉사활동)을 활용한 초등돌봄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물론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봄비팀의 구상은 달랐다. 참여 대학생들에게 ‘봉사 내용의 기획’을 일임했다.

봄비팀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대학생의 역할이 수동적이면 기존의 공적 돌봄과 차별화하는 게 힘들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를 선뜻 맡길 것 같지도 않았죠. 다행히 다양한 전공자가 있고,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 위한 동아리가 많다는 점을 프로젝트 과정에서 알아냈죠. 긍정적인 결과였어요.” 

학부모들이 인정한 돌봄의 진화

기획의 얼개를 구성한 봄비팀은 부천지역 초등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를 일일이 방문해 학부모·대학생·초등학생의 니즈 등을 파악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학부모들은 돌봄도 원하지만 교육적인 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학생에게 돌봄을 믿고 맡기는 게 괜찮겠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기존 돌봄기관의 지리적 접근성이 나쁘다는 점도 발견했다. 기획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생에게도 니즈가 있었다. 대학생들은 봉사활동으로 돌봄교실을 기획·운영하는 건 좋은데, 차비·식대 등을 위해 사비私費를 지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능숙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많았다. 

이런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봄비팀이 내린 결론은 ‘대학생-기관-초등학생 연계 초등돌봄 서비스’였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 접근성이 쉬운 곳에 공간을 확보하고, 아동 관련 전문가 1명을 각 클래스(클래스당 대학생은 2명 이상, 아이는 5~6명)에 배치한다.

이를 통해 안전문제와 비전문성을 해소한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지식을 살린 기획을 제출하고, 전문가 참관 아래 리허설을 갖는다. 각 클래스는 4회 진행 후 인기가 있으면 다시 열고, 문제가 있거나 수요가 없으면 폐지된다. 이를테면 대학교 수강신청 방식이다. 

다만 공짜는 아니다. 원활한 돌봄서비스를 위해 아이 1명당 월 2만원씩을 받아 절반은 대학생들에게 교통비 등으로 지원한다. 나머지  절반은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기관에게 지급한다. 기관을 접점에 두는 건 금전적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측면도 있다. 

이 프로젝트의 최대 장점은 대학생 참여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클래스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통 집, 한옥을 아시나요’ ‘초등학생을 위한 골프 클래스’ ‘인종과 문화에 관한 편견 깨기’ 등 이전과 다른 톡톡 튀는 돌봄서비스 아이템도 숱하게 나왔다. 봄비팀의 일원인 김경호 학생은 “대학생들의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가 제각각인 만큼 충분히 교육적이고, 흥미로운 콘텐트를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의 반응 역시 괜찮았다. 돌봄기관을 위해 공간을 내주겠다는 아파트까지 나왔다. 학부모들이 새로운 돌봄서비스에 관심을 가졌던 거다. 대신 “코로나19가 끝난 다음”이라는 전제가 깔리면서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끝났다. 하지만 공적 돌봄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봄비의 제안은 봄비처럼 산뜻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