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인터뷰 | 봄비팀의 제안

대학생을 활용한 초등학생 돌봄 프로그램은 이미 많다. 하지만 대학생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한 콘텐트를 전문가 검증과 리허설 과정을 거쳐 도입하는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 봄비팀의 흥미진진한 ‘돌봄 제안’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봄비팀은 대학생 전공지식을 활용한다면 유익하고 재밌는 초등돌봄 콘텐트가 나올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은 김경호 학생.[사진=천막사진관]
봄비팀은 대학생 전공지식을 활용한다면 유익하고 재밌는 초등돌봄 콘텐트가 나올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은 김경호 학생.[사진=천막사진관]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줘야 한다. 하지만 취약계층이나 맞벌이 가정에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도 이들에게 초등학생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돌봄기관의 수는 적고, 접근성은 낮으며, 학부모들은 돌봄기관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이 이상한 초등학생 돌봄정책에 손을 댈 수 없을까. 봄비팀은 이 문제를 고민했다. 

✚ 대학생에게 돌봄이란 주제 자체가 낯설었을 텐데, 어떻게 초등돌봄을 프로젝트의 주제로 삼았나요. 
신희선 학생(이하 신희선) : “저를 비롯해 친구들 상당수가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다녔어요. 부모님은 일하시니까 돌봐줄 사람이 없기도 하고, 학원에 가지 않으면 함께 놀 친구도 없었죠.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나이에 뭘 배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학원 교육이 꼭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돌봄제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어요.” 

이준학 학생(이하 이준학) : “저도 비슷해요. 유치원 때부터 새벽까지 하는 학원에 머물다 집에 오곤 했죠. ‘부모님 선택지엔 학원밖에 없었을까’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돌봄을 주제로 삼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돌봄’을 어떻게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했나요? 
이준학 : “처음엔 좀 단순했어요. 아이들이 학원을 더 많이 가니까 학원을 경쟁 상대로 봤죠. 그래서 돌봄기관에서 대학생들이 과외를 해주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금방 깨달았어요. 법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아동교육 전문가의 자리를 대학생이 쉽게 대체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돌봄 문제를 보기로 했어요.” 

권우제 학생(이하 권우제) : “예전에 TV 다큐멘터리에서 외국의 돌봄서비스를 본 적이 있어요. 다른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이들이 웃고 재밌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품었어요.” 

✚ 돌봄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했나요. 
김경호 학생(이하 김경호) : “초등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 등을 일일이 방문했어요. 현직교사 인터뷰는 물론 학부모·대학생·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죠. 공급과 수요 양쪽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모두 들어보려 했어요.”

✚ 문제의식을 갖고 본 현실은 어땠나요.
권우제 : “처음엔 아이들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선택하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님이잖아요. 학부모님들은 ‘교육’을 강조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기획하는 새로운 돌봄서비스에 ‘교육 요소’를 넣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김경호 : “지역 내 수요를 살펴보니, 돌봄기관은 턱없이 부족했어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분명했고요. 그런데 수요가 넘치지 않더라고요. 돌봄기관의 이미지가 잘못 구축돼 있어서 학부모들이 ‘차라리 학원에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듯했어요.” 

✚ 대체 돌봄기관 이미지가 어땠나요?
신희선 : “기관에 방문하고, 학부모님 등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돌봄의 방식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었죠. 물론 적은 인원으로 많은 아이들을 관리하려면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과연 즐거워할까라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 그런 고민 끝에 ‘대학생을 활용하자’는 전략이 나온 건가요? 
김경호 : “네,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생이 돌봄 프로그램을 재밌게 기획한다면 아이들에게든 학부모들에게든 좋은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권우제 : “인프라도 괜찮았어요. 부천시 내에는 대학교가 3개(가톨릭대·유한대·부천대)나 있어요. 가톨릭대는 전교생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봉사활동이 있고, 유한대엔 ‘대학생 청소년 교육 지원 나눔지기’란 프로그램이 있어요. 부천대엔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만든 ‘아롱이와 다롱이’란 동아리도 있죠. 이들과 연계한다면 윈윈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저도 대학생이니까 흥미로운 기획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 어떤 기획을 기대했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권우제 : “전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다양한 공놀이를 함께하고 싶었어요. 공놀이는 아이들도 좋아하죠. 골프를 치는 대학생이라면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쳐 줄 수도 있겠죠.” 

이준학 : “제 동생이 6학년인데, 가장 어려워하는 게 숙제더라고요. 그래서 숙제를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제 전공(정보통신전자공학)을 살려 컴퓨터 코딩(프로그래밍언어를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알려줄 수도 있죠. 컴퓨터나 게임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겐 그게 놀이일 수 있거든요.”

신희선 : “흔히 아이들은 집을 그릴 때 단독주택을 그려요.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를 그리지 않죠. 그런 집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혹은 옛날 집(한옥)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등을 제 전공(소비자주거학)을 살려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경호 : “저는 아이들이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특히 제가 중국언어문화학을 전공한 만큼 중국에 관한 오해들도 풀어주고 싶었죠. 직접 중국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얘기해주면서 그저 우리와 다를 뿐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죠.”

✚ 대학생을 돌봄선생님으로 만든다는 건 흥미로운 발상이지만 숙고할 것도 많았을 듯해요. 학부모들이 아동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대학생을 신뢰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요?
김경호 : “프로젝트를 기획한 순간부터 마칠 때까지 계속된 도전이 바로 그 문제를 푸는 것이었어요.”

✚ 어떤 대안을 만들었나요?
김경호 : “저희가 생각한 프로젝트는 다양한 클래스로 구성됩니다. 각 클래스는 월 4회로 단기간에 끝납니다. 맘에 들면 재수강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폐지되는 식이에요. 대학수업이랑 구조가 같죠. 하지만 애초에 검증을 해봐야 했어요. 자칫하면 실망만 하고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리허설 과정을 도입하기로 했어요.”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방과 후 학원으로 이동한다.[사진=뉴시스]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방과 후 학원으로 이동한다.[사진=뉴시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김경호 : “프로그램을 기획한 대학생이 아동보육전문가 앞에서 리허설을 해요. 그 결과를 두고 서로 피드백을 하죠. 만족할 만하다면, 대학생이 실제 돌봄교육을 시작해요. 물론 리허설을 담당했던 아동보육전문가가 동석하죠.” 

✚ 아이디어 반응은 어땠나요?
권우제 : “선생님 한분을 인터뷰해 봤는데,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특히 초등돌봄교실의 경우 이미 돌봄 전담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죠.”

✚ 대학생을 유인하는 게 관건이겠네요. 
이준학 : “맞아요. 제가 다니는 가톨릭대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해요. 근데 대학생들이 그럴 때마다 느끼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교통비 등 사비가 든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대학생들에게도 경제적 유인책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 결과가 나왔나요? 
이준학 : “저희가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초등학생 1명당 월 2만원을 받아요. 일부는 기관이 돌봄서비스 개선을 위해 쓰고, 일부는 대학생 봉사자의 교통비 등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죠. 대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주면, 지원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기대할 만했어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 코로나19가 확산됐어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신희선 : “기관을 방문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게 쉽지 않게 됐죠. 그래서 프로젝트를 더 알차게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요.”

권우제 : “저희가 생각한 프로젝트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건 정말 아쉬워요. 한 아파트 주민들로부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는데, 결국 ‘코로나가 끝난 후 진행해보자’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죠. 아이들을 모으기만 하면 실행해볼 수 있는 단계였는데….” 

지금도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은 망설인다. 학원을 보내지 않자니 동네엔 또래 아이들이 별로 없다. 모두들 학원에 있어서다. 돌봄기관에 보내자니 내 아이만 뒤처지지는 않을까 뭔가 찜찜하다. 돌봄서비스가 그리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아이들에게 종이컵에 밥을 줬다는 뉴스까지 나온다. 찜찜하긴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매한가지다. 그런 면에서 봄비팀의 제안은 부족하긴 해도 뭔가 한가닥 희망을 보여준다. 학원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희망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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