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선 개인展

➊열매에서 기둥, watercolor on canvas, 180×130㎝, 2020 ➋산꼭대기에서 계곡, watercolor on canvas, 180×110㎝, 2020 ➌탐색과 간격, watercolor on canvas, 180×100㎝, 2020 ➍시간의 모서리, watercolor on canvas, 240×130㎝, 2020
➊열매에서 기둥, 180×130㎝, 2020 ➋산꼭대기에서 계곡, 180×110㎝, 2020 ➌탐색과 간격, 180×100㎝, 2020 ➍시간의 모서리, 240×130㎝, 2020

인간은 저마다 독자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닌 모든 것’이다. 나를 둘러싼 타자 혹은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무시한 채 나를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어떤가. 우리는 한 공간에서 숨 쉬고 있으면서도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때 더욱 그렇다. 

전현선 작가는 사물의 형태를 통해 삶의 문제를 포착한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열매와 원기둥 같은 사물에 빗대 누구나 경험하는 ‘타인과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그동안 궁금한 모든 것들을 모아 화면 위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게시판 위의 메모지처럼 풍경 안에 사물을 겹겹으로 겹치고, 나열했다.

이제 작가는 거기에 시간과 공간까지 덧입힌다. ‘시간의 모서리’는 임의의 공간과 그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담아냈다. 영화의 스틸컷을 모아놓은 듯한 화면엔 열매와 원뿔이 배우처럼 등장한다. 어느 화면에선 열매만 덩그러니 남고, 또 다른 장면에선 원뿔은 고정돼 있는데 공간과 시간이 변한다. 연속적이면서도 비연속성을 보여주는 캔버스 안의 작은 화면들은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높이 180㎝에 이르는 8개의 연작은 두개의 사물이 놓인 공간을 묘사한다. 두개의 사물은 나란히 서 있거나, 겹쳐 있거나, 서로를 비춘다. “한 화면에 원경遠景과 근경近景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 작가는 화면 가득히 두 사물을 채우고, 부수적인 사물은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표현한다. 흔히 어떤 대상의 크기를 가늠할 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물을 옆에 두고 비교한다. 하지만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사물이 옆에 놓이면 객관적인 크기를 알 수 없어 더 혼란스럽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열매는 어떤 사물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존재를, 모서리는 서로 다른 대상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작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나와 내가 아닌 사이의 상호의존 상태다”며 “균형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의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전현선 작가의 ‘열매와 모서리’ 전시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2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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