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A의 자율주행 실험

자율주행엔 사람이 운전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사고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비효율적인 교통문화도 혁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대도시들의 대표적 난제인 교통 혼잡과 체증을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고속도로 체증 문제를 줄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콘트라코스타 교통국은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콘트라코스타 교통국은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이제 상상 속 기술이 아니다. 이 기술은 인간이 차량을 모두 제어하는 ‘레벨0’부터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100% 운전하는 ‘레벨5’까지 모두 6단계로 나뉘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대부분 ‘레벨2’까진 도달했다. 신호가 없는 고속도로에선 사람의 조작 없이 운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물결은 우리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건 차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라서다. 생활뿐만 아니라 문화, 소비 패러다임도 이 기술을 기점으로 크게 뒤집힐 공산이 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1890억 달러(약 219조원)에서 2035년 1조1520억 달러(약 133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향한 전망은 의외로 엇갈린다. 당장 이 기술을 극적으로 체감하는 게 어렵다. 일반도로에서까지 운전대를 놓을 만한 담력을 지닌 운전자는 많지 않다. 사람 주행 중심으로 설계된 도로 인프라도 서둘러 고쳐야 하는데, 발걸음이 더디다. 면허나 보험 제도를 새롭게 수술하는 것도 난제다. 

무엇보다 ‘안전과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컨설팅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안정성을 불신하는 미국 소비자의 응답 비율은 2018년 47.0%에서 2019년 50.0%로 소폭 높아졌다. 실증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의 자율주행차 안전사고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미국 소비자 절반이 “자율주행차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소비자 절반이 “자율주행차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시대는 언젠가 반드시 도래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근차근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도로 위 자율주행차’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콘트라코스타 교통국(CCTA)이 진행 중인 시범사업 역시 그중 하나다. 

CCTA는 2017년 미국 연방교통국의 자율주행 시스템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사업의 목적은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구글이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차 운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시험주행용 도로를 먼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CCTA 역시 고속도로 일부를 개방해 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도 정확도를 높이는 등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CCTA의 노림수는 단순히 자율주행 관련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았다. CCTA는 시범사업 도로에 자율주행차를 투입해 교통체증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파악 중이다. 랜디 이와사키 CCTA 이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도로를 마냥 확장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 문제의 가장 유력한 대안이죠.”

CCTA는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도로, 특히 680번 주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교통체증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하루에만 12만명이 통근하는 길인데, 차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교통사고가 잦은 것도 심각한 이슈다. 

이와사키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전미고속도로 교통안전위원회(NHTSA)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94.0%가 운전자 과실 때문에 벌어집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운전자 과실이 없다면 교통체증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소리죠. 그런 면에서 자율주행차는 놀라운 효과를 낼 겁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과실의 가장 큰 원인인 한눈을 팔지도, 졸지도 않기 때문이죠.”

CCTA는 교통체증의 또 다른 원인을 브레이크를 밟는 운전사에서 찾았다. 급정차나 급제동을 하는 차량이 많을수록 도로 정체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각종 시험주행을 통해 확인해낸 결과였다. 

이런 분석을 발판으로 CCTA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플랫폼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고속도로에 투입했다. “자율주행차는 일정한 속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고, 수월하게 현재 차선에서 빠져나가거나 다른 차선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에서였다. 

실제로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플랫폼을 장착한 자율주행차는 일정한 속도의 주행이 가능하다. 획기적인 320TOPS(초당 테라 연산)의 컴퓨팅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한발 더 나아가 자비에르(Xavier) 시스템온칩(SoC)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2개씩 조합하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플랫폼을 ‘레벨5’의 완전자율주행 기능까지 확장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실효성이 CCTA의 실험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이와사키 이사는 미국 소비자의 절반이 자율주행 기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을 홍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누가 더 안전하게 만드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죠.”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운전대를 잡는 수고만 덜어주는 게 아니다. 운송과 교통의 문화를 혁신할 신기술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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