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식노동자’가 돼야 하는 이유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 노동자는 ‘톱니바퀴의 부품 같은 역할’만 잘하면 됐다. ‘분업分業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제1 생산원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열리면서 노동자의 역할을 산업용 로봇이나 AI가 대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현장 노동자들은 가혹한 구조조정의 길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기, 현장 노동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답은 있을까.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본격화되면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본격화되면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사물을 자동적ㆍ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산업들이 주종을 이루는 시대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산업들은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에서 기인하는 변화를 모두가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노동계에선 반감이 크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파괴 운동)’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의 노동조합은 무인계산대 도입을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했고, 일부 공장에선 설비를 점거해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이 노동자를 내쫓아 ‘비용절감’을 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화’를 포기할 수도 없다. 필자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다. 

그럼 우린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한 개념인 ‘공장 자동화’와는 다르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저자인 매트 리들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가 지금껏 진화하고 발전해온 원동력은 ‘정보(아이디어)의 교환’이다. 정보 교환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리 주고받아도 줄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축적될수록 큰 힘을 발휘한다.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다.

노동자, 단순 기능공 역할 뛰어넘어야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중된 전통적 제조산업에서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나타난다. 설비는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진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아무리 혁신을 해도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공장에 ‘정보 교환’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게 바로 스마트팩토리의 기본 콘셉트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노동자가 생산설비의 일부로 일하지 않는다. 대신 기계 안에 사람의 생각과 유사한 AI 프로그램을 이식하고, 기계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해서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운전한다. 이런 첨단 세상에서 노동자들만이 그동안 일해 왔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고자 한다면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팩토리 세상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필자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주장한 ‘지식노동자 개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1970년대에 이미 미래사회를 정보 교환이 중심이 되는 ‘지식사회’로 예측하고, ‘지식노동자’의 출현을 예견했다.

지식노동자는 인터넷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필자는 이런 지식노동자의 개념을 ‘스마트팩토리에 걸맞은 지식노동자’에 적용하면 노동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첫째,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이제는 단순 기계조작법이나 자신의 업무 내에서의 생산ㆍ공정ㆍ품질 기술(노하우)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분업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믿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맡은 업무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는 자동화로 무장한 로봇과 지능적인 AI 프로그램이 그 일을 대체한다. 따라서 노동자는 기계들이 주고받는 정보를 중재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 설비기술뿐만 아니라 생산 전체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조의 가장 하부기술인 ‘제조운영기술(Operation Technology)’의 데이터 흐름이나 프로그램 영역까지 깨쳐야 한다. 그래야만 ‘기계들 간의 정보교환’을 이해(분석업무)해 회사의 전략적인 결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체적인 생산흐름(관리업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는 생산 현장에서 발명 수준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고도로 지능화된 프로그램이 운영하는 스마트팩토리라고 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중 하나는 아직까지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이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제조기업이 ‘성장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줘야 하는데, 이 역할을 노동자가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의 제조업은 발명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 발명이라 하면 극소수의 과학자나 천재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예컨대 1차 산업혁명의 견인차였던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토머스 뉴커먼, 리처드 트레비식, 조지 스티븐슨 중 와트를 제외한 3명은 과학이론에 무지한 일반노동자였다. [※참고 : 와트 역시 전문과학자는 아니었다. 엔진을 제작하면서 얻은 정보가 그가 가진 지식의 전부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필자는 200년 이상 유지된 컨베이어 벨트 기반의 제조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성과 품질을 극적으로 높여줄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 중에 경영자나 관리자는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만이 낼 수 있다. 그러려면 기업도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숙련 노동자 지식 활용해야

셋째, 기술의 스펙트럼을 넓게 확보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겸비한 노동자로 재탄생하려면 ‘평생 직장’의 개념을 버리고 ‘평생 일자리’를 고민해야 한다. 1800년대 영국이 산업화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다. 혹독한 직업의 재편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면 가혹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직장에 얽매이기보단 새로운 세상에 필요한 역량을 기른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한 기업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일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기존의 숙련된 노동자들을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지식노동자’로 키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게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노사관계이자 인재의 방향성이 아닐까. 함께 혁신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다행히 노사 모두에게 아직 시간은 있다.  

김민규 「4차 산업혁명 미래 전략 보고서」 저자
starminkyu@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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