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두가지 문제

정부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보급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소경제 시대를 하루빨리 열기 위한 정책적 발걸음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뜻 봐도 ‘두개’의 문제점이 포착된다. 첫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하는 수소가 친환경적이지 않다. 둘째,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마저 충분하게 공급할 능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이 정부를 향해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두가지 문제점을 분석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수소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잘만 육성하면 이보다 더 괜찮은 친환경 에너지가 없어서다. 수소연료전지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부산물은 물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수소연료전지에선 환경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당연히 수소(전기)차 역시 ‘청정’일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수소차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충전소 확대나 수소연료전지 연구ㆍ개발(R&D) 지원 등 후속조치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부의 로드맵은 정말 광범위하다. 수소연료전지만이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소도 확대ㆍ보급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10월 기준) 606㎿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를 2040년에 8GW까지 늘린다는 게 로드맵의 결과다. 

벌써 후속조치가 발표됐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국무총리 산하)에서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를 전력거래시장에 도입하기로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대형 발전사는 전기를 생산할 때 일정 비율만큼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량이 모자라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서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그게 바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다. 

주목할 점은 10월 15일 회의를 통해 대형 발전사들이 기존 RPS 의무에 추가로 HPS 의무까지 이행하게 됐다는 점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자들로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육성정책에 ‘빠진 게 꽤 많다’는 점이다. 우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에너지원인 수소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 현재로썬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할 공산이 크다. 무슨 말일까. 

수소를 얻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부생수소)로 얻는 방법, LNG에서 수소를 추출(개질수소)하는 방법,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서 얻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부생수소나 개질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회색수소(그레이수소)’다. 수전해 수소만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수소(그린수소)’란 얘기다. 

수소 만들수록 환경오염

그런데 정부는 회색수소를 대량 생산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회색수소로 수소경제를 일으킨 다음에 회색수소를 녹색수소로 전환하겠다는 거다. 친환경을 앞세워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보급하겠다는 플랜을 세워놓고 정작 수소의 친환경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2040년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 목표치 8GW에 들어가는 수소량의 30%를 LNG 개질수소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893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일반적인 600㎿급 화력발전소 2.5개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최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HPS 도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고려하지 않은 또다른 문제는 개질수소라도 대량으로 문제없이 생산할 수 있느냐다. 대량 추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LNG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추출하기 위해선 대형 추출기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독일이나 일본 등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소형 추출기를 이용한 초기 단계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정부는 관련 기술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요한 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늘리면서 수소추출기술과 수전해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수소연료전지 소재의 국산화까지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란 점이다. 역량을 이렇게 분산해놓고 얼마나 의미 있는 기술개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쏟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ESS 전철 밟을까 우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보급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수년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하려 애쓰던 모습이 떠오른다. ESS는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보급이 확대됐는데, 두 정부는 ESS의 안정성이나 안전성, 운영전략, 품질, AS 등은 제쳐두고 오로지 보급 확대만 외쳤다. 그 결과, 무리한 운영으로 화재가 났고, 두번의 조사를 거쳤지만 원인조차 밝혀지지도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손을 써 봤지만, 한번 얼어붙은 ESS 시장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정부의 수소연료전지 육성정책엔 얼핏 봐도 ‘두개’의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친환경 수소를 사용하느냐, 둘째는 친환경적인 수소를 공급할 능력은 있느냐다. 지금은 ‘무조건 공급 확대만 외칠 게 아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러다간 제2의 ESS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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