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통해 배워가는 것

[2020/낙엽의자/수원/오상민작가]
[2020/낙엽의자/수원/오상민작가]

# 어르신들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밖에서 진행한 사진수업입니다. 단풍 사이로 오후 햇살이 비칩니다. 바스락바스락 떨어진 낙엽이 밟힙니다. 거리를 보니 어느새 가을이 사라지고 있더군요. 뭐가 그리 바쁜지 가을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가을 풍경에 빠져봅니다. 수업 덕분에 잠시 여유를 즐깁니다. 

# 의자가 보입니다. 낙엽이 수북합니다. 낙엽도 쉬어가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봄부터 그렇게도 뜨거운 여름까지 열일을 다했던 잎사귀들이니까요. 낙엽을 보며 생각합니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기에 저렇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떨어졌을까요? 낙엽에서 후회 없는 삶을 봅니다. 

# 촬영을 마치고 어르신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서로 찍은 사진을 자랑하고 감상평을 하느라 시끌시끌합니다. 힘들지 않으셨느냐는 질문에 “걱정 마. 아직 청춘인 걸. 아직도 배울 게 끝이 없지”라면서 환하게 웃어 보이십니다. 수업을 통해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걸 배워갑니다. 

#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낙엽을 보며, 어르신들을 보며 또 하나 배워가는 하루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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