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안심 인증 1호 매트
‘그린스텝’ 만든 글라글라

2018년 라돈 사태 이후 ‘라돈안심’ 인증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라돈인증 대부분이 시험성적서나 서류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환경에 예민한 라돈의 수치가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라돈인증 시스템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매트제조업체 글라글라의 창업자 김경태 대표 역시 “라돈은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영지(가명·40)씨는 몇개월째 친정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남편이 주말도 없이 일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아래층 집과의 갈등이 당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아래층엔 50대 중반의 아주머니와 20대 딸이 산다. 아주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와 “딸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좀 조용히 하라”고 항의한다.

“세살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인터폰이 울려요. 아이들을 다그쳐 보기도 하고, 놀이매트를 더 두꺼운 걸로 깔아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더라고요.”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아졌고 아파트 경비실에서 중재를 나섰지만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죄송하다고 사과도 해보고,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사정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둘 중 하나가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 같아요.” 한씨가 주말 동안 ‘자리 비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재를 통해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을 완화해주는 상담센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전화 상담서비스 건수는 2012년 8795건에서 2015년 1만9278건으로, 2018년엔 2만8231건으로 더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상담 건수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층간소음 문제가 중재로 끝나지 않고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해마다 증가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층간소음 분쟁은 2018년 6건에서 지난해 2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접수된 건만 23건이다. 연말 추정치는 34.5건에 이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층간소음에 가장 괴로워할까. 다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를 보자.  1분기 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유형을 살펴보면 ‘아이들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가 전체의 68.1%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주거형태별로는 아파트가 77.8%로 가장 많고, 다세대주택 12.7%, 연립주택 6.6% 순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아파트에서 아이들 뛰는 소리로 인한 층간소음이 가장 많다.’ 이때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조용히 걸으라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거나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게 고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장치로 ‘층간소음방지매트’를 사용한다. 그럼 그 매트는 안전할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 위해危害가 가장 많이 발생한 품목(2018년 기준)은 ‘가구·가구설비(17.3%)’였다. 그중 매트리스 관련 위해는 전년 대비 약 2840% 급증했고, 놀이매트 관련 위해는 약 921% 증가했다. 2018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라돈 매트리스’ 사건 직후의 통계여서 위해가 가파르게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놀이매트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2019년 창업한 친환경 매트제조업체 글라글라의 김경태 대표가 ‘친환경 매트를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즈음이다.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는데 라돈 매트리스 사태까지 터졌다”고 말한 김 대표는 “더 이상 창업을 미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 사표를 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색, 캐릭터 모두 뺐다”

도료업계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누구보다 안전한 매트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라돈이 검출되지 않는 층간소음방지 매트를 만들고 싶었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방사성 물질로, WHO가 정한 폐암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무색무취인 탓에 우리가 인식하기 쉽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실제로 라돈 매트리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우리는 그 위험성을 잘 알지 못했다. 더 무거운 건 위험천만한 라돈이 아파트·가구·생리대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선 그는 8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9년 11월 ‘그린스텝’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 ‘라돈안심’ 인증을 받은 층간소음방지 매트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라돈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글라글라의 생산공장은 물론 그린스텝을 시공한 곳의 라돈 수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라돈 수치가 600을 넘으면 담배를 한시간에 한대씩 피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기나 환경에 따라 수치가 수시로 변하고, 밀폐된 공간에선 더 올라갑니다. 시험성적서나 인증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가 매트 등 제품을 만들 때 ‘마이너스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라돈의 위험성을 빼기 위해서다. “뺄 수 있는 건 일단 다 빼 보자”는 생각으로 해가 되는 건 최대한 뺐던 게 경영전략이 됐다. “색, 캐릭터, 숫자, 알파벳… 그게 다 결국엔 유해성분이거든요. 화려하고 예뻐 보일 순 있겠지만 저는 다 빼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가격까지 낮아졌어요. 일석이조였죠.” 

그린스텝은 론칭 초기부터 소비자의 주목을 끌었다. 라돈안심 인증제품이란 프리미엄도 있었지만 가성비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초 코로나19가 터진 후엔 주문이 밀려들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층간소음 갈등도 덩달아 발생할 수밖에 없죠. 이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그린스텝이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글라글라의 올해 매출은 창업 첫해였던 지난해 대비 약 750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있다. “어떤 제품과 견줘도 자신 있다”는 품질력에 더해 가격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욕심이야 있죠. 하지만 무리해서 그걸 채우고 싶진 않습니다. 선을 넘고 싶진 않아요. 더 벌고 싶으면 더 열심히 일하면 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