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전업투자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있다. 재테크에 밝은 남편의 뜻을 말리려는 건 아니지만, 벌어들이는 액수가 적은 데다 그마저도 불안정해 눈앞이 캄캄하다. 남편보다 세살 많은 아내로선 자녀교육에 내집 마련까지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전업투자자를 남편으로 둔 직장인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업투자자의 소득은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업투자자의 소득은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신지영(가명·38)씨는 요새 거실에만 나가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는 남편 김지훈(가명·35)씨가 자꾸 눈에 밟혀서다. 김씨가 인터넷 도박이나 게임 중독에 빠진 건 아니다.

김씨는 전업투자자다. 결혼 전부터 소액(약 500만원)으로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었는데, 신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주식판에 뛰어들었다. 신씨는 남편이 다시 취업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남편이 종잣돈 5000만원으로 소소하게 수입(월평균 80만원)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 수입이라면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해도 충분하지 않겠냐는 게 신씨의 생각이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로 전향해 빠르게 목돈을 모아서 자녀 계획을 세우고 싶어 한다. 또 현재 사는 전셋집(서울 신대방동·1억5000만원)에서 자가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이런 고민을 들은 김씨는 자기 계획을 몰라준다며 되레 답답해한다.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면 되지 않냐는 말에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월 몇억씩 버는 주식 유튜버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장기투자가 힘들고 초단기 투자로 돈을 벌어야 한다더라”면서 “그러려면 온종일 차트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직장을 가질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당장 김씨가 큰소리를 낼 상황은 아니다. 전업투자를 시작한 첫달엔 150만원을 벌었는데, 조금씩 수익이 줄어들었다. 지금 월평균 수익은 8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김씨의 주장은 확고하다. 김씨는 “조금만 종잣돈을 더 불리면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으므로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며 못을 박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내는 조바심이 난다. 남편보다 3살 더 많은 신씨는 몇년만 지나면 40대에 접어들기 때문에 자녀 계획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또래 친구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더 그렇다.

필자가 보기에도 현재로썬 아내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신씨가 당장 임신을 한다면 부부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부부의 월 소득은 403만원.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씨가 323만원을 벌고 언급했듯 김씨가 전업투자로 약 80만원을 번다. 자녀 계획을 세우려면 남편 쪽에서 충분한 소득이 생겨야 하는데, 전업투자 수익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상담을 통해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는 이렇다. 내집 마련, 자녀 교육비·육아비 마련, 재테크용 종잣돈 마련 등 3가지다. 단기목표(육아비·종잣돈)와 장기목표(교육비·내집 마련)의 밸런스가 적절해 재무솔루션을 짜기엔 별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문제는 부부에게 저축할 여력이 얼마나 있느냐다. 가계부를 한번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공과금 19만원, 통신비 27만원, 유류비·교통비 25만원, 보험료 48만원, 식비 115만원, 용돈 총 70만원, 각종 할부금 37만원 등 341만원을 쓴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연 120만원), 의류·미용비(연 35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연 150만원), 여행·휴가비(연 240만원) 등 1년에 860만원을 지출한다. 한달에 약 71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이렇게 부부는 총 412만원을 쓰고 9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부부는 저축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남편이 종잣돈 5000만원을 갖고 있다지만 투자용 자금이어서 활용할 방도가 없다. 비상금 350만원도 재무목표를 세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현재의 수입 안에서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1차 상담에서 빠르게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살펴봤다. 먼저 통신비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데 통신비가 27만원이라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통신비가 줄줄 새는 원인은 주식 때문에 항상 성능이 좋은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해온 남편에게 있었다. 그렇다고 아내인 신씨에게 문제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신씨도 남편이 스마트폰을 교체하면 함께 바꿨다. 그러다 보니 부부의 통신비 고지서엔 기기할부금이 쌓여만 갔다. 참고로 휴대전화 할부금에는 5.9~ 6.1%의 높은 할부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 부부는 모아둔 비상금 350만원 중 150만원을 활용해 기기값을 모두 갚기로 했다.

요금제도 조정했다. 남편은 12만원짜리 5G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사실 주식투자를 할 때는 데이터가 그리 많이 나오질 않는다. 한달에 1~2GB면 충분하다. 따라서 김씨 요금제를 8만원 요금제로 변경했다. 이렇게 부부는 월 27만원에 이르던 통신비를 11만원으로 16만원 줄였다.

용돈(총 70만원)도 조금 수정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김씨의 용돈(20만원)은 적당하다 생각해 그대로 뒀다. 신씨는 50만원을 쓰는데 용도를 물어보니 본인이 쓰고 싶은 생활용품을 구매하거나 염색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용돈을 많이 쓰는 게 아니어서, 용돈을 20만원 줄이자고 했다. 대신 비정기지출에서 생필품과 염색비를 빼내 쓰기로 했다.

이렇게 가볍게 지출을 줄여봤다. 부부는 통신비 16만원, 용돈 20만원 등 총 36만원을 아끼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9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27만원 흑자가 됐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필자는 남편에게 아내가 임신할 경우 월소득 323만원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김씨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별다른 플랜을 생각해두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럼 그렇다고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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