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글라글라의 도전❷] 내 사전에 라돈이란 말은 없다
[Start-up 글라글라의 도전❷] 내 사전에 라돈이란 말은 없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13
  • 승인 2020.11.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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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경태 글라글라 대표

잊을 만하면 라돈 이슈가 터져 나온다. 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 일쑤다. 그때마다 김경태(38) 글라글라 대표의 머릿속엔 수많은 제품들이 펼쳐진다. 모두 라돈안심 생활밀착형 제품이다. “정부가, 시장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제가 먼저 나서면 됩니다.” ‘내 사전에 라돈이란 말은 없다’고 외치는 듯하다.

김경태 대표의 목표는 라돈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제품을 기획·생산하는 것이다.[사진=천막사진관]
김경태 대표의 목표는 라돈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제품을 기획·생산하는 것이다.[사진=천막사진관]

늘 맨 마지막에 나왔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불면의 밤을 보낼 때도, 몰려드는 주문 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지금도 건물의 마지막 불을 끄고 나오는 건 언제나 그의 몫이다. 안주할 만도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인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라돈안심 인증제품이 매트 하나여선 곤란하다는 생각에서다. 

✚ 라돈안심 인증, 그게 뭐죠? 생소합니다.
“2018년 떠들썩했던 라돈 이슈를 잘 아실 겁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돼 정부가 나서 문제의 제품을 줄줄이 수거했죠. 문제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되는 제품이 매트리스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파트에서도 나오고, 생리대·마스카라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에서도 검출됩니다. 글라글라는 라돈안심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TPU매트 ‘그린스텝(Green step)’이 라돈안심 인증 1호 제품입니다.”

✚ 전에는 라돈안심 인증 제품이 없었나요?
“라돈안심 인증 제품이라고 나와 있는 건 있지만 대부분 시험성적서를 받은 겁니다.”

✚ 어떤 차이죠?
“시험성적서는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되느냐 안 되느냐를 표기한 겁니다. 한번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죠. 하지만 안심 인증은 2개월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사업장에 불시 검사가 나오는 식입니다.” 

✚ 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죠?
“라돈이라는 게 공기나 환경 등에 따라 수치가 계속 변합니다. 종이인증서나 시험성적서가 사실상 무의미하단 얘기죠. 그러면 안 되겠지만 한번 시험성적서를 받고 제조 과정에서 다른 원료로 바꿔치기하면 누가 알겠어요. 그게 익숙해지면 점점 안 좋은 원료들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라돈만은 우리가 잡겠다’, 이런 전략이었나 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 그건 또 뭐죠?
“라돈 수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겁니다.”

✚ 매트 말고 다른 제품들에서도 라돈이 검출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글라글라의 목표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창업할 땐 라돈프리(Radon-free) 매트 회사를 꿈꿨지만,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라돈프리 제품을 하나둘 늘려갈 생각입니다.”

✚ 더 바빠지겠네요.
“어느 정도 안착했으니 이젠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데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 누가 갔던 길이 아니라서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반대도 했을 거 같고요.
“자동차 조색사로 시작해서 도료업계에서 7~8년, 인쇄미술 쪽에서 7~8년 일했습니다. 15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꼬박꼬박 월급 잘 받고 있는데 왜 창업하느냐고 처음엔 아내가 많이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걸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무작정 반대할 순 없었나 봐요.”

✚ 오래전부터 창업을 꿈꾼 건가요? 
“그것보단 층간소음 문제로 고생을 좀 했어요. 아랫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와서 조용히 하라고 하는데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고요. 뒤꿈치 들고 다니는 아이 모습도 그렇게 안쓰러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층간소음매트를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했죠.” 

✚ 그래서 아내는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하면 해보라’고 조건을 내걸더라고요. 창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담이 크잖아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니까 그걸 조건으로 내세운 겁니다. 합격하고 나니, 이내 수긍하더라고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업화 모든 단계에 걸쳐 다양한 코칭과 지원을 전개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사업이다.

✚ 그때 정부 지원받은 걸로 충분했나요?
“아니요. 퇴직금 다 털어 넣고, 집도 더 작은 데로 옮기고, 차도 팔았습니다.”

글라글라의 제품은 라돈안심 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매트 시공 후 모습.[사진=글라글라 제공]
글라글라의 제품은 라돈안심 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매트 시공 후 모습.[사진=글라글라 제공]

✚ 고행이었네요. 
“고민이 많았어요. 불면증에도 시달렸죠.”

✚ 어떤 점이 특히 힘드셨나요?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공장에서 뚝딱 찍어내는 게 아니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금형 문제, 제품 발포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됐어요. 매트리스 원료가 워낙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불량이 계속 나왔죠. 공장은 얻어놨는데 제품은 안 나오고, 돈은 계속 들어가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은 안 오고, 그런 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 제품 출시까지 얼마나 걸린 건가요?
“2019년 3월에 창업해서 11월에 ‘그린스텝’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8개월 걸렸네요.”

✚ 제품을 만들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셨나요?
“그게 뭐든 ‘다 빼버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유해성분은 최대한 줄여보려고 했어요. 음식으로 치면 조미료 없이 요리를 한 셈이랄까요.”

✚ 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학제품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창업을 하면 최대한 화학제품을 안 넣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막연했지만 꿈이었죠. 특히 매트는 아이들 입에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 아이들 키우는 집에선 관심을 가질 만하네요. 그래서 잘 팔렸나요?
“블로그에 제품을 노출한 지 3일 만에 첫 주문이 들어왔어요. ‘아,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죠. 그런데 그 후로 한동안 주문이 없었어요.”

✚ 뭐가 문제였죠?
“창업 초기다 보니 뭘 몰랐던 거죠. 마냥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때 적극적으로 광고라도 했더라면 좀 더 빨리 안정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러다 코로나 이슈로 집안 생활이 늘어나면서 주문이 늘기 시작했고, 현재는 우리 공장 설비로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일부는 OEM 생산을 하고 있어요. 입소문을 타서인지 이젠 광고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립니다.(웃음)”

✚ 소비자들이 알아서 광고를 해주시는 셈이네요.
“그래서 그린스텝이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게 된 거죠. 광고비로 들어가는 돈이 1원도 없어요. 아, 광고를 아예 안하는 건 아니네요. 저희가 제품을 시공하고 나면 우체통이나 초인종 옆에 ‘층간소음방지매트 시공인증’이란 스티커를 부착해 드리거든요. 이웃들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건데, 결과적으론 광고 역할도 하는 셈이 됐네요.”

✚ 그린스텝 말고 다른 제품을 만들 계획은 없나요?
“그린스텝은 저희가 직접 제조와 판매까지 하고 있고요, 키즈팡팡매트와 기타 3개 브랜드는 만들어서 납품하고 있습니다. 추후엔 라돈으로부터 안전한 다양한 생활밀착형 제품을 기획,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때도 모든 데이터(실시간 라돈 수치)는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거고요.”

✚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 많은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창업을 했습니다. 현재는 중기부에서 운영 중인 안산 POST-BI센터에 입주해 여러 지원을 받고 있죠.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여기저기 두드려보세요.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세요.”

글라글라는 ‘가자’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김 대표의 딸이 직접 지은 회사명이다. 사명에 담긴 뜻처럼 글라글라는 오늘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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