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무단투기쓰레기 해결법 

‘나이 든 도시’ 심곡본동에서 주민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곳곳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다. 아파트처럼 공동배출분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 버리는 법을 모르는 외국인 주민도 많다. 이 때문인지 무단투기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숱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가톨릭대 학생들이 그 해법을 찾아나섰다.

가톨릭대 늘봄팀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참여형 아이디어를 제안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가톨릭대 늘봄팀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참여형 아이디어를 제안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경기 부천시 성주산에서 경인로까지 언덕이 펼쳐진다.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은 ‘심곡深谷(깊은 골짜기)’이란 이름답게 산등성이에 자리한 마을이다. 이제는 대산동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동네와 합쳐졌지만 동네 간판의 이곳저곳에는 아직도 ‘심곡본동’이란 명칭이 남아있다. 그만큼 오래된 건물도 많다.

부천역에 내려 심곡본동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오밀조밀한 주택과 상점 건물은 터줏대감의 기운을 풍긴다. 나이 든 도시는 높은 인구밀도 탓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도 품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집 앞 골목에 어지럽게 놓인 쓰레기는 주민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문제다.

2020년 가톨릭대학교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을 수강한 ‘늘봄(박효진ㆍ방선혜ㆍ임지수ㆍ차훈ㆍ현수미)’팀은 맨처음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곡본동을 방문했다. 그러나 실제 심곡본동에 방문하자 눈에 띄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골목의 후미진 구석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쓰레기였다.

늘봄팀은 심곡본동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 동네에서 정말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를 주민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늘봄팀이 설문조사를 위해 함께 들고 다녔던 패널에는 주민 70여명의 목소리가 담겼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 건 쓰레기 문제였어요.” 늘봄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0명의 주민 중 28명(40.0%)이 심곡본동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쓰레기 문제’를 꼽았다. 주민들은 “쓰레기 수거시간이 아닐 때도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린다”며 “좁은 거리가 더 혼잡하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세입자 가운데 중국인이 많아 쓰레기 버리는 법을 잘 모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늘봄팀은 다시 심곡본동을 찾아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과 버려진 형태를 조사했다. 무엇보다 배출시간이 지켜지지 않았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숱했다. 기존에 있었던 경고 표지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외국인 주민들이 읽을 수 있는 안내도 많지 않았다. 아울러 아파트처럼 쓰레기를 공동배출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환경적 문제도 있었다. 

늘봄팀은 현장 조사 끝에 심곡본동의 쓰레기 문제 원인을 ▲쓰레기 배출 방법 정보 부족 ▲나 하나쯤이라는 개인의 이기심 ▲쓰레기 배출 안내 경고 표지판의 정보 전달 효과 미미 ▲24시간 감시가 어려운 행정적 한계 ▲ 무단투기의 익명성으로 인한 처벌의 한계 ▲쓰레기 처리에 필요한 세금 자각 부족 등 총 6가지 요인을 정리했다. 버리는 법도 잘 모르는 데다 강제성을 띤 행정조치가 지속하지 않다 보니 무단 투기 쓰레기가 줄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늘봄팀은 두가지 해결 방안을 만들었다. ‘인식 개선’ ‘감시 기능’ 모두를 주민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스티커’와 ‘방범대’를 제안했다. 너무 흔한 해결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늘봄팀은 기존에 없던 ‘방식’을 시도했다. 스티커에 ‘관련 정보’를 넣는 거였다. 늘봄팀 박효진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숱한 경고문과 경고 스티커가 있었지만 경각심만 줄 뿐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내용은 없었어요. 주민들이 방법을 몰라 잘못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이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죠.” 

늘봄이 새롭게 만든 ‘정보형’ 배출 스티커에는 ‘올바른 쓰레기 배출법’을 넣었다. 외형도 바꿨다. 노란색ㆍ빨간색 경고 스티커에 무감각해진 주민들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끌기 위해 기존과 다른 파스텔톤으로 제작됐다. 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배출시간을 표시한 시계도 함께 배치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코로나19로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워진 이후엔 팀원들 모두 발품을 팔면서 쓰레기가 버려진 장소를 확인하고 지도를 제작했어요. 문제가 많은 구역엔 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스티커와 포스터를 붙이고 시계를 배치했죠. 이틀 뒤 심곡본동을 다시 방문했을 때 쓰레기가 사라져 있더라고요.(늘봄팀 현수미 학생).” 

물론 한계도 있었다. 늘봄팀은 “스티커 부착 후 쓰레기를 수거해 간 사람이 환경미화원인지 주민들인지 확인을 할 수 없었다”며 “단기간 진행된 실험이기 때문에 스티커의 효과라고 특정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24시간 감독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행정 한계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봄팀은 두번째 방안도 기획했다. 주민들이 직접 동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판타지아 방범대’였다.[※참고: 판타지아는 부천의 도시 브랜드(BI)다.] 

24시간 감시가 불가능한 만큼 주민들이 직접 골목을 다니며 무단투기 쓰레기를 감시하는 방식이었다. 심곡본동 쓰레기 문제로 미뤄뒀던 ‘노인 일자리’와의 연계도 시도됐다. 경기도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심곡본동이 속한 부천시 대산동에서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세 이상(23.5%)이다. 동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층이 쓰레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늘봄팀은 ‘판타지아 방범대’가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심곡본동을 4구역으로 나눴다. 구획마다 2인 1조로 만든 2개 팀을 만들고 오전 9~11시, 오후 3~5시에 골목을 점검하도록 기획했다. 무단투기 쓰레기에 스티커를 붙이고 3일 이상 방치되면 투기 주민을 찾아내자는 세부적 플랜도 세웠다. 동네 노인에게 감시와 쓰레기 추적을 맡겨 주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심곡본동 자율방범대, 부천시에서 진행하는 쓰레기 감시원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프로젝트 도중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판타지아 방범대’를 직접 운영하진 못했다. 대신 늘봄팀에서 도시문제를 함께 고민한 학생들은 공통적인 결론을 얻었다. “다양한 원인이 얽히고설켜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주민, 자치조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쳤어요.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도 확인했죠.” 학생들의 바람대로 판타지아 방범대는 언젠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청년의 솔루션을 받은 관官이 내놓을 차례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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