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인터뷰 | 늘봄팀의 제안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의 늘봄팀은 부천시 심곡본동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심곡본동처럼 ‘오래된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늘봄팀은 그곳에 ‘공동분리 배출시설’을 설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늘봄팀은 ‘새 전략’을 내보기로 했다. 

​가톨릭대 늘봄팀은 무단투기 쓰레기 구역에 스티커와 포스터를 부착해 변화를 확인했다.[사진=가톨릭대 늘봄 제공]​
​가톨릭대 늘봄팀은 무단투기 쓰레기 구역에 스티커와 포스터를 부착해 변화를 확인했다.[사진=가톨릭대 늘봄 제공]​

가톨릭대학교 소셜리빙랩의 ‘늘봄(박효진ㆍ방선혜ㆍ임지수ㆍ차훈ㆍ현수미)’팀은 애초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천 심곡본동의 진짜 문제가 ‘노인 일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아내는 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처음 주제는 일자리 문제였다고 했죠. 어떻게 심곡본동의 쓰레기 문제를 프로젝트 주제로 선정하게 됐나요.
임지수 학생(이하 임지수) : “심곡본동을 찾아가서 보니 심각한 문제가 정말 많았어요. 일자리보다는 쓰레기 문제를 시급하게 느끼는 주민도 많았고요. 무단 투기 쓰레기와 노인 일자리를 연결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면서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방선혜 학생(이하 방선혜) : “심곡본동은 구도심 지역이에요. 그래서 생기는 생활 문제나 도시 문제가 많았죠. 실제로 가보니 사람은 많고 도시는 좁아서 생활 스트레스 요소가 숱했어요.”

✚ 직접 심곡본동에 가서 쓰레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건가요.
박효진 학생(이하 박효진) : “설문조사를 했어요. 주민들은 주차 문제와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더라고요. 하지만 주차 문제는 부천시에서 스마트 주차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다른 쪽을 해결해 보기로 했던 거예요.”

차훈 학생(이하 차훈) : “주민들과 거리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그분들도 마을의 문제점을 알고 계셨어요.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었고요.”

✚ 주민들에게 의지가 있으니 효과적인 방안을 생각해내는 게 중요했겠네요. 늘봄팀이 제안한 건 경고 스티커와 방범대 조성이었죠?
임지수 : “네. 경고 스티커를 새롭게 디자인하기로 했어요. 포스터 10장, 스티커 20장 정도를 만들어서 심곡본동을 다니며 붙였죠.”

박효진 : “당시 부천시에서 코로나19 증상자가 많이 나오던 시점이어서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긴 어려웠어요. 심곡본동을 다니면서 쓰레기가 밀집해 있는 곳을 찾아 지도를 만들었고 해당 구역에 집중해서 스티커를 붙이고 포스터를 배치했어요.”

✚ 경고 스티커는 이미 많이 시행된 정책 아닌가요?
박효진 : “네, 맞아요. 하지만 일반적인 스티커는 무단투기 쓰레기라는 것만 알리고 끝나요. 우리는 경고 스티커에 ‘올바르게 쓰레기 버리는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심곡본동에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점도 감안했죠.” 

 

✚그게 뭔가요? 
박효진 : “글만 있으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없으니 스티커에 그림을 넣어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 프로젝트 후에 느낀 변화가 있나요.
현수미 학생(이하 현수미) : “포스터가 있던 자리에 무단투기 쓰레기가 없어진 걸 확인했어요. 물론 시행기간이 짧고 변수가 많아서 쓰레기가 사라진 게 스티커만의 효과라고 보긴 어려워요. 그렇지만 익숙해져서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운 무단투기 안내문보다 우리가 만든 포스터가 효과를 봤을 거로 생각했어요.”

스티커뿐만이 아니다. 늘봄팀은 24시간 가동될 수 없는 행정을 보완할 주민자율조직도 제안했다. 노인 일자리까지 만들 수 있는 ‘판타지아 방범대’다. 

✚ 두번째 방안이었던 ‘판타지아 방범대’는 실행에 옮기진 못했죠?
방선혜 : “지자체에 연락해서 주민 협의체와 연계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어요. 그래서 환경 정비 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오즈하우스에서 조언을 듣게 됐어요.”

임지수 :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을 하고 있진 않았지만 오즈하우스는 이미 부천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방범대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오즈하우스 측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심곡본동에서도 비슷한 조직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결하는 방법을 논의했어요. 코로나19 탓에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쉬워요.”


✚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현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들이 또 있나요. 
방선혜 : “분리배출 장소 실험을 해보려고 했는데 실제로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일단은 우리가 문제를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이 많았고, 실험하려고 계획을 세우니 기간이 일주일 남았더라고요. 분리배출을 위한 시설을 만들려니 제작 기간도 필요해서 시간도 빠듯했어요.”

박효진 : “지역에 분리배출 시설을 설치하려다 보니까 지자체 허가도 필요했어요. 그런데 전화로 요청할 때마다 거절당했죠. 아파트에 있는 분리수거함을 골목에 설치하는 건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행정복지센터나 자원순환센터에 연락했는데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스티커 부착을 하게 됐던 거예요.”

차훈 : “시간이 짧아서 우리가 만든 실험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어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방안을 또 만들었을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현수미 : “더 많은 주민을 만나고 인터뷰하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시행 기간도 넉넉했다면 방범대도 주민들과 함께 운영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마음에 걸려요.”

 

가톨릭대 늘봄팀은 무단투기 쓰레기 구역에 스티커와 포스터를 부착해 변화를 확인했다.[사진=가톨릭대 늘봄 제공]
가톨릭대 늘봄팀은 무단투기 쓰레기 구역에 스티커와 포스터를 부착해 변화를 확인했다.[사진=가톨릭대 늘봄 제공]

✚ 프로젝트 중에 느낀 점이 있나요.
박효진 : “예전에는 사회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주민들이 나서서 하면 바뀔 것이라고 짐작했었는데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민만 나서서 될 것도 아니고, 정부만 나서서 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주민들, 정부 그리고 사회적 기업 같은 자율조직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해요.”

방선혜 : “될 것 같지 않으면 미리 포기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시도하고 잘 안 되면 방법을 바꾸면서 해보는 게 중요한 경험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임지수 :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느낀 점이 많아요. 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게 핵심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수익을 내야 하고요.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문제 원인을 여러 방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차훈 : “발로 뛰고 땀 흘리며 다 같이 고민하면서 ‘인생은 실전이다!’를 깊게 느꼈어요. 한 학기 동안 보람이 컸어요.”

현수미 : “코로나19 때문에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하지만 심곡본동에 가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면서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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