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과 상처

미국에서 ‘2000년 대선 불복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은 접전지였던 플로리다주에서 표차이가 얼마 나지 않자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불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사실상 불복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불복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사진=뉴시스]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주장한 모든 주洲가 유권자 사기와 선거 사기로 우리의 법적인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증거는 많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를 상대로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위스콘신주에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개표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사실상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우편투표 자체를 문제 삼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도 나온다. 선거 결과 불복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일이다.

불복의 쟁점은 우편투표다.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상당수 유권자가 우편투표로 대신했는데, 트럼프는 이를 통해 부정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표권이 없는 사람에게 우편투표 용지가 보내지거나 유권자의 사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선거일 투표 마감시간까지 투표가 들어와야 한다”며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트럼프는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제기한 개표중단 소송이 기각됐음에도 재항고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미국 최고법원인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전을 벌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트럼프가 언급한 대로 우편투표의 문제점, 부정선거 의혹 등을 두고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어느 한쪽이라도 계속 불복하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트럼프가 승복하지 않으면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가 패자 승복 연설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230년간 이어진 ‘패자승복’의 전통이 무참히 깨지면서 미국 내 갈등이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개표 중단, 바이든 지지자들은 개표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어서다. 일부 주에선 폭력과 방화 등 소요사태가 벌어질 조짐도 보인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미국 민주주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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