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뉴 팍스 아메리카나 대응

바이든 정부의 뉴 ‘팍스 아메리카나’가 기회가 될지 시련이 될지는 우리 대응에 달렸다. 정부를 넘어 기업과 정치권이 선거 이후 미국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뉴 ‘팍스 아메리카나’가 기회가 될지 시련이 될지는 우리 대응에 달렸다. 정부를 넘어 기업과 정치권이 선거 이후 미국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지구촌에서 한국만큼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라도 별로 없다. 외교안보 전략과 한반도 정세는 물론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에 이어 제2수출국인 미국의 통상정책이나 산업정책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4년,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라섰다.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미중 경쟁이란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온 중국 견제나 미국 이익 우선주의는 민주당도 무시할 수 없는 개념이다. 중국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대해져 미국을 위협하도록 용인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백악관 주인이 바이든으로 바뀌면 그 실행방법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율의 관세 부과나 양자간 무역협정 재협상 등 트럼프 정부가 해온 힘으로 압박하는 무역전쟁이 아닌, 동맹국과 연대를 통한 압박과 다자주의 무역협정 틀에서 통상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떨어뜨려 이를 수입해 사용해야 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입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Ame rica First)’를 내세웠다면 바이든 후보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내걸었다.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이 목표인 7000억 달러(약 840조원) 지원 규모 경제공약은 미국에서 만들지 않은 것은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선거기간 “경제가 국가안보다.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킨 국가들에 맞서겠다”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할수록 반도체ㆍ자동차 등 우리 핵심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수록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도 위축될 것이다. 

미중간 기술전쟁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올 2월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에 ‘확고한 지지(support)’를 표명했다. 당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함께 데이터 탈취 같은 문제에 글로벌 원칙을 정하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환경과 노동 분야를 새로운 통상 이슈로 부각할 수도 있다. 바이든 캠프는 내년 1월 취임과 함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공언했다. 환경보호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에 탄소조정세 부과 계획도 밝혔다. 환경 분야에서 통상 갈등이 불거지고,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우리에겐 동맹 재창조 정책이 눈에 들어온다. 동맹을 가치뿐만 아니라 돈과 거래 관점에서도 바라본 트럼프식과 다르다. 교착 상태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유연하게 나올 것으로 예견된다.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바이든은 대북관계에서 정상외교 위주의 ‘톱다운’ 방식을 폐기하고 실무협상을 통한 원칙적 접근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등 다른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한국에 ‘반중反中 전선에 적극 참여하라’고 더 세게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출경쟁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어떤 형태로든 보호무역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 카터ㆍ클린턴ㆍ오바마 등 역대 민주당 정권의 안보ㆍ통상정책도 한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반反덤핑 리스트’나 때로는 의도적인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국 정부의 보호주의에 입각한 통상 압박은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사드 보복’ ‘BTS 인터뷰 생트집’ 등 관세ㆍ비관세장벽 구분조차 없는 중국의 거친 압박도 견뎌내야 한다.  

대선 후유증이 적지 않지만, 미국은 곧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고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질서)’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 앞에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이것이 기회냐, 시련이 될 것이냐 여부는 우리 대응에 달렸다. 외교부만의 일도, 문재인 정부만의 숙제도 아니다. 기업들과 정치권도 선거 이후 미국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국익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경제ㆍ안보의 다층 파고를 대비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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