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순의 역지사지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산업총연합회의 창립총회에 참석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7일 보건 의료와 금융, 교육과 방송통신, IT와 디자인 등 국내 서비스 산업이 총망라된 협회가 출범됐다. 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서비스협회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창립추진위원장은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야 내수기반이 확충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며 “다양한 서비스 업종의 손과 발이 될 것”이라고 창립취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는 서비스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큼에도 서비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법률이 부재해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음을 밝혔다.

중소기업 배제된 서비스법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국회에 보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에 대하여 정부에서 나서고 있는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공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에 따르면 긍정적인 측면과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던 1•2차 산업(농립수산업•건설업•제조업)을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제고와 품질 향상을 위해 서비스 산업 고유의 표준화제도 활성화를 고려했다.

보완해야 할 점은 대기업 제한에 대한 부분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조항이 몇개 눈에 띄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필자가 그동안 너무 피해의식에 젖어 살아서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 5장 28조로 구성된 본 법에 중소기업을 위한 부문은 2개 정도다. 이 정도의 내용으로 어떻게 보험•은행•방송•병원•영화•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 등의 산업 영역에서 중소기업을 보호육성 할 수 있겠는가.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이자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규칙이다. 운동경기의 그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간혹 법이 만들어지는 배경과 운용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에 따라 최근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금지하게 됐는데 법을 만들 당시에는 대기업을 배제 시킬 정도의 강도 높은 개정을 해야만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대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으니 법의 효력을 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정이 불가피했다는 말이다. 국가적 에너지•비용의 손실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법의 맹점과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법적 운용에 대해 목격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제정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는 좁은 시장에 대기업의 잠식과 특혜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서비스 산업의 분류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종을 분리하고 이에 따라 지원과 규제를 하는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는 말이다.

기본원칙 지켜 시행착오 줄여야

우선 기본 원칙(중소기업 보호)을 상위법에서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무제한 체급으로 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몇 년 후에 대기업이 단물 다 빼먹고 시장을 피폐하게 만든 다음에야 또다시 체급을 나누는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영화산업과 방송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소수의 창작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대자본의 투자와 유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 아닌가. 만일 이 법에 의해 대기업들이 혜택을 입게 된다면 그것만큼 중소업자나 개인 창작자는 역으로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 모처럼 만들어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바란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 법으로 인해 진정으로 도움을 받아야할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통찰이 선행되기를 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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