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 4人이 말하는 증시

미 대선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서다. 흥미로운 점은 진흙탕 이슈에도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거다. 어떻게 된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人에게 트럼프 대선 불복의 파급력을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이슈에도 증시는 상승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시 전문가들은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주식시장을 괴롭힐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조 바이든 당선인(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지지율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앞섰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지지율에서 밀렸던 트럼프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된 전례가 있어서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행보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예상은 다르지 않았다. 11월 3일(현지시간) 개표 시작 후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였다. 결국,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바이든이 결정됐지만 예상대로 트럼프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역전을 당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있는 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를 상대론 개표 중단소송을 걸었고, 위스콘신주엔 재검표를 요구했다. 

미시간주와 조지아주는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을 각각 기각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가 대대적인 소송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기 때문이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적 이슈에 쉽게 흔들리는 주식시장이 이번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2일 1만957.61포인트에서 1만1890.93포인트로 8.5%(933.32포인트)나 상승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2300.16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 2413.79포인트까지 올랐다. 더구나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바이든 당선(민주당)’ ‘공화당 상원 장악’이란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타난 상승세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없는 것일까.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대선 결과가 중요한 이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의 가치와 성장가능성을 설명하는 주식시장에 오래 머물 변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한 것은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모든 원인을 대선이라는 이벤트로 몰고 가면 해석을 과하게 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긴 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은 항상 주가가 오를 만한 명분과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다. 시장에선 ‘바이든 당선’ ‘공화당 상원 장악’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지만 주가는 상승했다. 이는 바이든의 기업과세정책에 공화당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대선 리스크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변동성은 커지더라도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2000년과 같은 과도한 지수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우선 바이든과 트럼프가 획득한 선거인단 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선거 개표현황 집계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에 따르면 6일(낮 12시 기준) 바이든과 트럼프가 획득한 선거인단은 각각 253명 대 214명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앞서 있는 네바다주(선거인단 6명)와 애리조나주(선거인단 11명)에서 승리하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20명)와 조지아주(16명)에서도 승리하면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트럼프를 크게 따돌릴 수 있다. 트럼프의 대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그건 한시적인 리스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 조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승리해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538명 선거인단의 과반을 차지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은성민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더라도 12월 중에는 끝날 이슈”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같은 전망을 내놨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남길 후유증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 구성과 경기부양책이 늦어지는 건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은성민 센터장은 “시장에서는 늦어도 12월 경기부양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며 “하지만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이 늦어지는 만큼 미국의 경기 회복속도가 더뎌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대선 불복 선언한 트럼프

김형렬 센터장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선 불복이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거리를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얘기다. 트럼프가 승복선언을 했더라도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주변국의 대응책 마련 등의 이슈는 여전히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축소되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지금 더 중요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느냐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의견은 대선 불복 이슈에 매몰된 트럼프 행정부가 현안을 챙길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정용택 센터장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내년 1월까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시가 급한 경기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남길 후유증이 더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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