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소셜리빙랩 센터장 간담회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 그럴듯한 말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가 참여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공산이 커서다.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 : 소셜리빙랩’ 수업에 지역의 관심이 쏠린 건 이 때문이었다. 민ㆍ관ㆍ산ㆍ학이 손을 맞잡고 만든 ‘클래스’에선 불협화음이 새어나왔을까, 혁신 아이디어가 발굴됐을까. 수업을 주도한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과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을 만났다.

윤기영 센터장(왼쪽)과 김승균 센터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지역 대학이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윤기영 센터장(왼쪽)과 김승균 센터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지역 대학이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가톨릭대에서 올해 1학기에 진행한 소셜리빙랩은 강의실이 아닌 현장을 탐구하는 독특한 수업이었다. 첫 단추는 어떻게 끼웠나.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윤기영 센터장) : “지난해 12월 민관학 거버넌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부천이 상생을 묻고 가톨릭대가 공생을 답하다’는 주제였는데, 부천시와 가톨릭대,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이 뭉쳐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취지였다. 그 일환으로 가톨릭대에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이 개설됐다.”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김승균 센터장) : “사회문제 해결이 시대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교육 패러다임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전문가ㆍ지자체ㆍ기업ㆍ대학 등이 머리를 맞댔다.”

✚ 머리를 맞댄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윤기영 센터장 : “부천은 도시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다. 1㎢당 인구밀도가 1만6370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고 원도심 노후화, 생활 SOC 부족 등도 문제다. 정부나 기업 주도로 추진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솔루션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책의 최종 수요자인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탓이 컸다. 새로운 접근법을 꾀하고 싶었다.”

김승균 센터장 : “우리 주변 도시문제 하나하나가 다 난제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부어도 기존 방법을 답습하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익히 경험하지 않았나. 저출산 문제가 그랬고, 기후위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 주도의 참여와 협력이 절실한 가운데 대학이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어떤 역할인가.
김승균 센터장 : “가령 소셜리빙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사회혁신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학기 내내 31명의 학생이 8개의 핵심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했다. 동네 카페에 쌀 빨대를 도입한 기특한 팀도 있었고, 올바른 쓰레기 배출법을 담은 스티커를 골목 곳곳에 붙인 팀도 있었다.”

소셜리빙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사회 난제들과 마주했다.[사진=뉴시스]
소셜리빙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사회 난제들과 마주했다.[사진=뉴시스]

✚ 학생들의 활약은 어땠나.
김승균 센터장 : “코로나19 악재에도 성과는 뚜렷했다. 학생들이 직접 동네 문제를 조사해 통계를 만들고,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비판적인 시민의식을 길렀다. 사회 현장으로 뛰어들어 문제와 부딪힌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전공서적과 스펙 쌓기에만 매달렸을 이들에겐 놀라운 변화였다.”

스펙 쌓던 학생들의 놀라운 변화 

윤기영 센터장 : “지역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아이디어가 청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었다. 학생들도 동네 문제점을 얘기하고 해결법을 직접 제안하니 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 그런데도 학생 제안이 현장에 반영된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김승균 센터장 : “정부가 세운 정책도 정책수립기관, 실행기관, 지원기관 등의 기능이 서로 맞물려서 작동해야 겨우 현장에 반영된다. 학생의 제안도 행정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정말 정책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윤기영 센터장 : “해외의 경우 대학이 지역 도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어떤 사례가 있나.
김승균 센터장 :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렁에 빠졌던 핀란드의 예를 들어보자. 가라앉기 시작한 핀란드 경제의 버팀목은 스타트업이었다. 노키아 본사가 있던 도시 에스포에 위치한 알토 대학이 이들 스타트업의 보육을 담당했다. 지자체와 대학이 적극적인 창업 교육을 통해 기술을 실제 수익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수업 대부분은 실습으로 이뤄졌다.”

윤기영 센터장 :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은 지자체ㆍ글로벌 연구센터ㆍ기업이 참여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도르트문트 지역은 산업화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했는데, 대학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통해 도시경관 개선과 수질정화 등을 꾀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구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눈에 띄었다.”

✚ 한국 상아탑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윤기영 센터장 : “많은 대학이 지역사회 문제는 외면한 채 취업 실적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김승균 센터장 : “그간 대학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곳에 취업하라는 말만 했다. 하지만 대학의 본질은 실험하고 도전하는 곳이다. 학생들의 소소한 사회혁신 아이디어에 물을 주는 작업은 이제 어른들의 몫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 그래서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도 함께 움직였나. 
윤기영 센터장 : “사회적경제는 노동ㆍ환경ㆍ문화 부문의 공공 이슈를 해결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사회 발전이나 고용, 사회 서비스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민ㆍ관ㆍ산ㆍ학 플랫폼의 산업 역할을 맡기에 가장 적합했다.”


김승균 센터장 : “사회적경제 울타리에 속한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멘토가 됐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강의하고 사회혁신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던져줬다.”

✚ 나중엔 놀라운 혁신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다.
윤기영 센터장 : “판만 잘 깔아주면 된다. 소질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학을 사회혁신의 실험장으로 만들어 보자. 우리 사회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따뜻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대학을 떠나 각자의 분야로 흩어져도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낼 것이다.”

김승균 센터장 :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할 사회혁신가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교육 시스템으로 충분히 육성할 수 있다. 사회 문제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은 주입식 교육으론 불가능하다. 유연한 사고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실습이 필수다. 이런 움직임이 국내에 더 많아지고 조직이 다양화되면 지역 재생에 속도가 붙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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