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위매물 모니터링 기관 필요할까

8월 21일 부동산 ‘허위매물’을 막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국토부는 허위매물 기준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허위매물을 감독할 수 있는 기관에 업무를 위탁했다. 이후 2개월 만에 허위매물로 과태료를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그런데 이 행정조치 과정엔 국토부도, 모니터링 기관도 없었다. 내년부터 국민돈이 투입되는 모니터링 기관은 왜 필요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2019년 8월 20일 국토교통부는 허위매물을 규제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8월 20일 국토교통부는 허위매물을 규제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사진=연합뉴스]

이사할 집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서 매물을 찾는다.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어 연락하자 “일단 공인중개사사무소로 오셔서 말씀하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막상 사무소에 찾아가니 “조금 전에 집이 나갔어요”라며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이런 매물은 ‘허위 매물’로 간주돼왔다. 없는 매물을 있는 것처럼 광고해서다. 법적 처벌 기준이 없는 탓에 지금까진 허위 매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됐지만 8월 21일부턴 그럴 수 없게 됐다. 허위매물의 기준을 정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2019년 7월 31일 국회 통과)’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허위매물을 올린 것으로 판명되면 해당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좀 더 자세히 보자. 개정안을 통해 처음으로 부동산 허위매물의 기준과 모니터링 기관이 생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동산 허위매물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없는 매물을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 ▲있는 매물이지만 가격 등 일부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행위 ▲거래 질서를 해치거나 중개 의뢰인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광고 행위 등이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무소는 중개 자격증은 없지만 공인중개사무소에 소속돼 매물정보를 올릴 수 있는 중개 보조인 관련 정보도 게시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거다.

이런 개정안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장을 ‘모니터링’할 권한을 얻었고, 그 권한을 공정거래위 산하에 있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맡겼다. 첫 과징금 사례는 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흐른 10월 22일 충남 천안시에서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정보와 실제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서였다.

천안시는 10월 8일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정보와 실제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았고 조사 끝에 사실로 확인했다. 10월 22일에는 허위 매물을 올린 이에게 과징금 부과 사전통지가 이뤄졌다.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주 만에 행정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발효된 후 처음으로 과태료가 부과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가지 의문이 남았다. 첫 과태료가 부과되는 과정에서 ‘허위 매물 모니터링’의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역할은 없었다. ‘허위매물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개입하지도 않았다. 천안시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과 시행령ㆍ시행규칙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지자체가 허위매물 신고를 접수하고 과태료를 자율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면 국토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모니터링 기관 생겼지만…

먼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의 허위매물 감독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되면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서 모니터링을 시행한다(자율 모니터링기구 없는 경우).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를 요구하거나 고발ㆍ수사를 의뢰한다. ‘신고접수→모니터링→행정조치 요구 또는 고발ㆍ수사 의뢰’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는 모두 지자체가 담당할 일이다.

국토부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봤다. “모니터링 기관(한국인터넷광고재단)은 두가지 종류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분기별 모니터링과 국토부가 요청할 경우 진행하는 수시 모니터링이다. 지금은 정기 모니터링 중이다. 허위매물로 판명이 되면 국토부가 해당 사업체가 있는 지자체에 과태료 부과(행정조치)를 요구한다. 해당 지자체는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10월 22일 과태료 사전 통지를 했던 천안시 관계자의 설명도 들어보자. “신고가 천안시로 들어왔기 때문에 조사했다. 결과는 곧바로 보고하지 않는다. 분기별로 조사 결과를 모아 충남도에 올린다. 거기서 다시 국토부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국토부에 직접 보고하진 않는다.” 

과정을 보면 신고접수기관은 달라도 결국 행정조치는 지자체가 진행한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을 위해 집행된 예산은 없다. 하지만 내년부턴 예산 12억원이 모니터링 업무에 사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 부동산감시센터 홈페이지 개편과 인력 충원에 사용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인원 규모 등은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물론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가 없던 계도 기간인 8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신고된 허위매물은 1507건이었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9월 21일 이후 통계는 밝히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인 만큼 1000여건 수준의 신고는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9월 21일 이후 신고된 허위매물에는 어떤 행정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0월 8일 허위매물을 신고 받은 천안시가 10월 22일 과태료 사전공지를 실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별도기관에 예산까지 투입해가면서 맡길 필요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처음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만들어질 때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제안된 것이 맞다”며 “실제 현장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나 모니터링 기관의 역할이 명확하지 못한 것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시장의 데이터를 정부가 모니터링한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모니터링 기관이 따로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모니터링 기관인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의 국토부 첫 보고는 1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신고받은 허위매물 관련 어떤 행정조치를 취할 것인지 구체적인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분기 조사부터는 세금이 투입된다. 허위매물 모니터링 기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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