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개인사업자는 고달프다.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 쓸 게 많아서다. “직장에 다니면 스트레스는 받아도 매달 월급 걱정은 안 하잖아”라고 토로하는 개인사업자가 많은 이유다. 노후 대비도 녹록지 않다. 퇴직금이 따로 있는 게 아닌 데다, 국민연금도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박소영(가명ㆍ36)씨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퇴직금이 따로 없는 개인사업자는 더 철저하게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금이 따로 없는 개인사업자는 더 철저하게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고용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한창 일하고 돈을 모아야 할 직장인들로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후 대비는커녕 내집 마련도 못한 이들이 숱해서다. 구인구직 포털 잡코리아ㆍ알바몬이 30~40대 직장인 2385명을 대상으로 노후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4.1%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는 질문엔 37.0%가 “암담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노년을 보내기 위해선 얼마가 필요할까.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밝힌 월 노후자금의 평균은 216만원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관련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박소영(가명ㆍ36)씨는 “노후자금을 매달 216만원씩 준비하는 게 어디 쉽냐”면서 “매달 150만원씩이라도 대비하고 싶은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답했다. 

박씨는 올해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 6년차다. 쇼핑몰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불안감도 적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내집 마련부터 노후준비, 추가 사업자금 마련까지 준비할 게 수두룩해서다. 

특히 박씨는 최근 주거용 신축빌라를 매입해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약금 3000만원 외에 1년 안에 추가로 1억50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부모님과 지내오다 더 늦기 전에 독립하기로 했다”면서 “가장 시급한 건 주택자금 마련이고, 노후자금, 추가 사업자금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Q1 지출구조

쇼핑몰 매출은 월 300만원가량이다. 지출 규모는 평균 30대 직장인 수준으로 과하지 않았다.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5만원, 식비 30만원, 교통비 10만원, 문화생활비 6만원, 관리비 · 공과금 명목으로 부모님께 드리는 32만원까지 83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경조사비ㆍ쇼핑비ㆍ명절비ㆍ휴가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380만원으로 월평균 32만원가량이었다. 이렇게 소비성지출은 총 115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로는 보장성보험 21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적금 30만원, 국민연금 30만원, 개인연금 20만원 등 총 103만원을 납입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박씨의 가계부는 월 82만원의 흑자를 내고 있었다. 

Q2 문제점

그럼에도 박씨 가계부엔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택 계약금으로 걸어놓은 3000만원 외에 현금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결혼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내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목돈을 마련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당장 1년 안에 주택 관련 납입금 1억5000만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유무와 관계없이 ‘주거’ 문제는 중요하다. 그럼에도 ‘어차피 혼자 살 거고, 큰 집 필요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다가 주택 마련 최적기를 놓치는 ‘싱글’들이 적지 않다. 내집 마련은 목돈이 드는 장기플랜인 만큼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쇼핑몰에서 월 300만원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곤 하지만 추가 사업자금이나 비상금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매달 월급이 통장에 꽂히는 직장인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씨와 같은 개인사업자의 경우, 따로 퇴직금도 없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보장성보험에 매달 21만원씩 납입하는 것도 과했다.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 ‘현금 모으기’에 나서야 했다.     

Q3 해결점

먼저 소비성지출을 살펴봤다. 딱히 과소비를 하지 않는 박씨로선 줄일 지출 항목이 없었다. 비소비성지출 중에선 보장성보험을 먼저 손봤다. 보장성보험 납입금이 월 21만원으로 과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납입금에 30대에겐 불필요한 사망보험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필수항목만 보장하도록 조정해 월 납입금을 21만원에서 10만원으로 11만원 절약했다. 

월 30만원이던 국민연금 납입금도 조정했다. 박씨와 같은 개인사업자의 경우, 직장인(50%)과 달리 본인이 납입금의 100%를 부담해야 해서 공적연금으로서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현재 30만원 의 가치가 연금을 받는 시기인 30년 후 97만원이 됐다면 97만원을 지급해주는 식이다. 이런 국민연금의 장단점을 고려해 납입금을 3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채우도록 했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때엔 세금공제형과 비과세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후 대비 목적이 강한 박씨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형을 택했고, 개인연금 납입금을 월 20만원에서 35만원으로 15만원 올렸다. 

이렇게 절약한 총 11만원에 기존 잉여자금 82만원을 더한 93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먼저 주택 추가납입금 1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를 가정해 매달 원리금 상환에 얼마가 필요할지 계산해 봤다. 32년 상환 이자율 4.2%를 적용할 경우 매달 상환액(원금+이자)은 71만원가량이었다. 이를 토대로 원리금 상환 목적으로 CMA 통장에 매달 71만원씩 모으도록 했다. 

현금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 적금을 20만원 더 늘리도록 했다. 이로써 박씨의 가장 큰 목표인 내집 마련에 ‘첫발’을 내디뎠다. 향후 대출을 받고 나면 적금 비중을 낮추고 일부를 단기펀드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재무설계를 짜줄 계획이다. 시중은행 적금 대비 이율이 높은 펀드상품에 가입해 대출금 중도상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잉여자금 2만원은 통장에 모아두도록 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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