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이념 싸움에 밀린 경제ㆍ민생

부동산 일자리 민심이 악화한 만큼 정부 정책과 여야 의정활동은 국민고통지수를 낮추는 데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뒷북 내지 면피 행정과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일자리 민심이 악화한 만큼 정부 정책과 여야 의정활동은 국민고통지수를 낮추는 데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뒷북 내지 면피 행정과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론조사는 특정 시점의 응답자 반응보다 조사 대상자의 중장기적 인식 추세를 눈여겨봐야 현상 해석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여러 조사기관들이 매주 조사해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나 여야 정당 지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의 11월 둘째주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46.0%가 긍정 평가한 반면 45.0%는 부정 평가했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ㆍ부정률은 8월 중순부터 40%대를 오르내리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직무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이유를 물으면 ‘코로나19 대처’ ‘전반적으로 잘한다’ ‘외교ㆍ국제 관계’ ‘복지 확대’ ‘최선을 다함ㆍ열심히 한다’ 등 순서로 답한다. 긍정 평가 1위인 코로나19 관련 응답은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 무렵부터 추석 전까지 40% 안팎이었다가 추석 이후 30% 내외로 내려갔다.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는 그 이유를 ‘부동산 정책’ ‘인사人事 문제’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 ‘독단적ㆍ일방적ㆍ편파적’ 등 순서로 꼽는다. 부정 평가 이유에선 최근 한달간 부동산 문제가 줄곧 1위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주요 정책의 성과와 궤를 같이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보면 복지 정책에 대한 긍정률이 61.0%로 가장 높은 반면 경제와 공직자 인사는 30%를 밑돌았다.

7개 정책 분야 중 복지만 긍정률이 크게 앞섰다. 외교ㆍ교육은 긍ㆍ부정률이 비슷하고, 나머지 4개 분야는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긍정 대 부정 평가 비율이 15.0% 대 68.0%로 부정률이 긍정률의 4배를 웃돌았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부동산 민심 악화는 숫자로 입증된다. 정부가 공인하는 한국감정원이 조사해 발표한 11월 둘째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 6ㆍ17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주 이후 넉달여 만에 가장 높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7월말 전격 시행된 뒤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억단위로 뛰고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었다. 이런 전세난이 한동안 눌려있던 매매수요에 다시 불을 붙여 집값을 밀어올리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인다.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정권의 4년차 성적이 20년 만의 최악인 고용통계로 입증된다. 10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42만1000명 감소했다. 실업자는 102만8000명으로 두달째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률(3.7%)은 2000년 10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상황과 민생의 척도인 부동산과 일자리 민심이 악화한 만큼 정부 정책과 여야 정당의 의정활동은 국민고통지수를 낮추는 데 맞춰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뒷북 내지 면피 행정으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더불어민주당ㆍ추미애 법무부 장관 대 윤석열 검찰총장’ 간 도를 넘어선 대립은 숱한 국정 현안을 집어삼켰다. 

여야는 국정감사장은 물론 내년 정부 예산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조차 검찰총장 끌어내리기와 법무부 장관 흠집내기에 열중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이전투구에 정치 혐오증이 심화하고, 검찰개혁은 대의를 상실했다. 급기야 여론조사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상위에 오르는 상황이 빚어졌다. ‘추ㆍ윤 전쟁’ ‘때릴수록 커지는 윤석열’이란 말까지 나돈다. 

현 정부가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파열음을 빚으며 야권의 차기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현실은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에 매서운 경종과 엄중한 과제를 던진다. 문 대통령은 갈등의 두 당사자는 물론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쇄신하는 인사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ㆍ일자리 민심을 악화시킨 부처 장관들을 포함한 경제팀도 일신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1년 반 남은 임기 내 ‘일자리 대통령’ 약속을 일부라도 이행하고 서민층 주거불안도 안정시킬 수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하나가 인사 문제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자기편 사람만 쓰지 말고, 국가의 미래비전을 내다보며 제대로 일할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

투표를 마친 뒤 열흘 넘도록 선거결과 불복 등 후유증을 겪는 미국 대선에서 보듯 지나친 편가르기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적대적 배타성과 분열적 통치는 국가적 불행이다. 여야 모두 정책 추진과 입법, 발언 등 정치행위에 있어 책임성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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