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까지 나가라” 폐점 결정된 롯데마트 구로점에 무슨 일이…
“11월 말까지 나가라” 폐점 결정된 롯데마트 구로점에 무슨 일이…
  • 이지원 기자
  • 호수 415
  • 승인 2020.11.16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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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한 일부 상인의 한탄
일방적 통보와 전대차의 함정

롯데마트 구로점이 문을 닫는다. 경영악화를 겪어온 롯데쇼핑이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생계가 걸린 입점 상인들이다. 폐점 3개월 전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상인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롯데마트 측을 향해 저항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법적 시스템’도 부족하다. 롯데마트측의 일방적 ‘계산법’대로 쥐여주는 보상안으론 생계를 이어가기도 어렵다. 더 심각한 건 롯데마트가 폐점을 이어가는 한 이런 문제가 반복될 거란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폐점이 결정된 롯데마트 구로점에 숨은 이야기를 취재했다. 

롯데마트가 구로점을 폐점하면서 상인들에게 ‘퇴점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롯데마트가 구로점을 폐점하면서 상인들에게 ‘퇴점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롯데마트 구로점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나붙었다. 2005년 문을 연 롯데마트 구로점이 11월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측이 지난 2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지 9개월여 만이다. 롯데마트 천안점, 양주점, 의정부점, 도봉점(11월 30일), 대구 칠성점(12월 31일) 등 12개 점포가 올해 문을 닫았다. 롯데마트의 ‘40번째 매장’이자 당시 첫 ‘24시 영업점’으로 이슈몰이를 했던 구로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제는 롯데마트 구로점을 둘러싸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인은 일찌감치 구로점을 떠났지만 일부 상인은 ‘롯데마트가 갑질을 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게 두가지 이유였는데, 하나는 급작스러운 폐점 소식 통보, 다른 하나는 전대차 계약 뒤에서 소통하지 않았다는 거다. 도대체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폐점 아니라더니…”


폐점을 20일 앞둔 11월 10일 롯데마트 구로점을 찾았다. 1층 매장 밖에선 고별정리 세일행사가 한창이었다. 매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자 신선식품 등을 제외하곤 텅 빈 매대가 수두룩했다. 

마트 직원들은 ‘이가 빠진 듯’ 비어있는 제품을 한쪽에 모아 정리하고 있었다. 2층 매장은 더 어수선했다. 패션잡화·생활용품·카페 등 일부 점포는 이미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고별정리 세일 행사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남은 상인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제품을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저마다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주부 신경희(54)씨는 “인근에 아파트가 많은데 대형마트는 여기 하나뿐이다”면서 “교통이 불편하긴 해도 가까워서 자주 왔는데 앞으로 장보기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부 한소영(47)씨는 “최근 수년간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긴 했다”면서도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폐점이 당혹스러운 건 입점 상인도 마찬가지다. 폐점 3개월 전에야 통보를 받은 탓에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입점 상인들은 “장사하는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겠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초 폐점설이 불거졌을 때부터 마트 측에 문의했지만 ‘(폐점이)아니다’고 했다. 당연히 믿고 있었다.” 

실제로 롯데마트 측은 9월 4일에야 구로점 직원과 입점 상인을 대상으로 폐점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그마저도 롯데마트 측이 폐점 이유 등을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폐점 계획은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면서 “폐점 사실이 빨리 알려질 경우 상인들 반발에 영업이 어려워지니 쉬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20일 후면 장사를 접어야 하지만 상인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트 측이 다른 점포로의 이전을 제안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매장을 운영하는 ㄱ씨는 “마트 측이 다른 롯데마트로 이전을 제안했지만 그마저도 서울에 빈자리가 없어 경기도로 옮기라는 거였다”면서 “갑자기 생활터전을 바꿀 수 없을뿐더러 또 언제 폐점할지 모르는 롯데마트에 어떻게 들어가겠느냐”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마트 측의 보상안으론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단 거다. 특히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특약매입(수수료) 매장의 경우 일반적 계약해지에 해당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구로점에서 16년간 자전거 매장을 운영한 최형돈씨가 보상금 ‘1100만원’을 받고 나가야 할 처지에 내몰린 이유다. 

롯데마트 측이 최씨에게 제시한 보상안은 남은 계약기간 한달치(12월) 영업손실 282만원, 인테리어 투자비를 5년 감가상각(20 16년·1년에 20%씩 차감)으로 계산한 827만원 등 1154만원이다. 최씨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4년 전 8000만원이나 들여 리모델링을 했겠느냐”면서 “매번 마트 측 요구대로 매장을 고치는 데도 수백만원씩 들었는데, 1100만원 보상해주면 어딜 가겠느냐”고 토로했다[※ 커버 파트1 참조]. 

 

다른 입점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ㄴ씨는 이렇게 말했다. “2021년 12월까지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마트 측은 3개월치 영업손실(수수료 등)을 보상해주겠다고 한다. 인테리어 등 설비투자에 대해선 5년 감가상각을 적용해 나머지를 되돌려준다는 건데 나가서 다른 가게를 열 여력도 되지 않는다.” 

“생활터전을 바꾸기 어려워 다른 롯데마트로 가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패스트푸드매장 상인 ㄱ씨 역시 막막하기만 하다. 전세보증금까지 빼서 3억5000만원(권리금+시설투자비+보증금)을 들여 매장을 열었지만 투자금 회수도 제대로 못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트 측은 권리금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면서 “투자금의 3분의 1도 안 되는 보상안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대형마트 내 입점 매장의 경우 권리금이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엔 대형마트 측이 모든 시설투자비를 지원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쯤 되면 롯데마트 측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롯데마트로선 그럴 이유가 없다. 대부분 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게 아니어서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구로점 상인들이 ‘전대차 계약’의 함정에 빠졌다는 건데 무슨 말일까. 

전대차는 임대한 부동산을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계약이다. 복잡한 내용을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대형마트 A사가 B브랜드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이후 B브랜드와 B브랜드의 C매장이 전대차 계약을 맺는다. C매장은 B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고, 대형마트 A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롯데마트 구로점 상인들의 상황이 이렇다. 입점 상인 대부분이 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을과 을의 싸움 

문제는 전대차 계약이 상인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임대차 계약과 달리 전대차 계약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일부만 보장되는 데다, 권리금 보호는 받을 수 없다. 패스트푸드 매장 상인 ㄱ씨는 “당초 임대차 계약으로 마트에 입점했지만, 2년여 만에 전대차 계약으로 전환을 요구받았다”면서 “불리한 줄 알면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상인들을 답답하게 하는 건 또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전대차 계약 관계 때문에 롯데마트 측과 직접 소통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음식점 상인 ㄴ씨는 “정작 롯데마트 측과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면서 “롯데마트 측이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인 가맹본부를 통해 보상안에 합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맹본부 역시 다른 롯데마트에서도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어, 마트 측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롯데쇼핑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더구나 롯데마트 측이 임대차 계약 당사자인 각각의 가맹본부와 합의를 끝내고 나면 상인들이 롯데마트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혀버린다. 혹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당사자는 가맹본부다. 결국 롯데마트는 뒤로 빠지고 ‘을과 을’ 싸움이 벌어진다는 거다. 패스트푸드 매장 상인 ㄱ씨는 “문제를 일으킨 롯데마트는 뒷짐 지고 뒤에 숨은 채 을과 을이 싸움을 하는 것 같다”면서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제 롯데마트 구로점 폐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책 없는 상인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사이 롯데마트는 ‘경영 효율화’ 성과를 톡톡히 거뒀다. 롯데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5%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위기를 탈출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을지 모르지만 마트 폐점이 계속될 경우 상인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게 뻔하다. 롯데마트 구로점 상인의 눈물을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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