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업체 베일 속 두 얼굴

“중국의 전기차 업체가 한국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투자한다”는 얘기가 나온 건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엔 BYD의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 인수설이 나왔다가 ‘없던 얘기’가 됐다. 그 중심엔 중국 전기차 업체와 뭔가를 하려는 지자체가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 손을 잡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지자체가 숱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정말 긍정적 효과만 나타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 전기차 업체의 베일 속 두 얼굴을 분석해 봤다. 

자일대우버스 측은 BYD의 울산공장 인수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자일대우버스 측은 BYD의 울산공장 인수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에 나섰다.”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소식이다. 경영난을 겪던 자일대우버스는 지난 9월부터 전 직원의 80%를 정리해고하면서 기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울산공장 매각설이 흘러나왔으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자일대우버스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공장 매각과 관련해 어떤 협의나 논의를 진행한 적 없다. BYD가 울산공장을 실사한 적은 더더욱 없다(자일대우버스 관계자).”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BYD의 울산공장 인수설’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설’이 나오는 배경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BYD의 인수설’이 밑도 끝도 없이 생산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한국 진출설’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 이슈가 됐던 BYD만 하더라도 이미 쌍용차와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BYD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공급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한국시장 두드리는 중국 업체의 속셈

주목할 점은 한국을 향해 큰걸음을 뗀 중국 전기차 업체가 BYD만은 아니라는 거다. 국내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시장을 두드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사례를 보자. 

2016년 3월 광주광역시는 중국 조이롱자동차와 연산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당시 어우양광 조이롱자동차 부사장은 “광주는 전기차 생산의 최적지”라면서 투자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자 조이롱자동차에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언론 칼럼까지 등장했다. 

2019년 3월엔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던 바이톤의 한국진출 소식이 들렸다. 엠에스오토텍(현대차 1차 협력업체) 자회사인 명신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한국GM이 철수한 군산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거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이톤의 전기차를 명신이 위탁생산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실제로 명신은 그해 6월 군산공장을 매입했고, 전북도ㆍ군산시와 투자 협약식도 가졌다. 

경북도와 경주시도 2019년 3월 중국 장쑤젠캉자동차, 에디슨모터스와 전기차 제조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맺었다. 양사가 합작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00억원을 들여 경주시 검단산업단지 내에 1톤(t) 전기화물차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던 거였다. 아울러 경주시는 4월 중국 궈쉬안그룹과 경주에 중형전기버스와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유치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2019년 10월엔 김포시가 종통버스(전기버스ㆍ중국 1위), KYC오토(전기화물차), 큐브에너지(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MOU를 체결했다. 김포 대곶지구를 전기차와 첨단소재부품, 지능형기계 중심 신산업 거점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 업계가 한국 진출을 꾀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기차 업계는 포화상태다. 기술 장벽이 낮은 탓에 수백개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경쟁력을 키운다면서 보조금을 줄였다.

반면 한국은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전기버스의 경우 보조금이 최대 3억원(환경부+국토교통부+지자체)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버스 중 비싼 모델이 2억원대 중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다.[※참고 : 중국산 전기버스보다 값이 비싼 국산 전기버스 생산업체만 불리한 보조금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내년부터 보조금 체계를 바꾸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변경 계획은 없다.] 

중국산 전기버스 생산할 수도

 

게다가 국내 전기상용차 시장은 불모지에 가깝다.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지자체와 협의만 잘해낸다면 대중교통 체계 안에 전기버스를 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으로선 한국시장을 노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BYD의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 인수설도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 : 중국 전기차 업계와 지자체의 MOU 중 성과를 낸 건 거의 없다. 광주광역시가 조이롱자동차와 체결한 연산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 MOU는 소리 소 문 없이 무산됐다. 전북도와 군산시의 MOU는 바이톤이 자금난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중단됐다. 최근 바이톤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MOU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경주시와 김포시의 MOU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이 공수표를 남발한 측면도 있겠지만, 국내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만 매몰돼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혹은 올바른 상황 판단 없이 섣불리 MOU를 맺었던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자체들은 MOU를 통해 중국 전기차 업체를 유치하려 했지만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국내 지자체들은 MOU를 통해 중국 전기차 업체를 유치하려 했지만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중국 전기차 업계가 실제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느냐다. 한편에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중국 전기차 업계가 국내에 생산공장을 만들면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다 세금도 걷는 게 가능해서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 업계는 자신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여기는 전기버스나 전기트럭 등 전기상용차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전기상용차 업체들이 자생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보조금 체계도 중국 업체에 유리해 국내 업체들의 성장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기이륜차 시장을 봐도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국내 전기이륜차 업계는 완전히 초토화되지 않았냐”면서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일자리 창출의 이점만 볼 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성장 속도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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