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친환경 사업 단상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친환경 사업 하나쯤 안 하는 건설사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진짜 환경을 고려해서 친환경 사업을 내세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일부 친환경 사업은 장기 성장성도 의문이다.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 이대로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건설사의 친환경 사업에 숨은 문제들을 취재했다. 

2019년 한해에만 석탄화력발전소는 약 20% 감소했다.[사진=뉴시스]
2019년 한해에만 석탄화력발전소는 약 20% 감소했다.[사진=뉴시스]

‘환경파괴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건설업계에 때아닌 ‘그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삼성물산은 ‘탈석탄’을 선언했다. 신규로 석탄 관련 투자나 시공, 트레이딩 등을 하지 않겠다는 거다. 기존의 석탄 관련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건설 중인 강릉 안인 석탄화력발전소나 올해 따낸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는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LNG 복합화력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풍력ㆍ태양광) 관련 투자와 시공을 늘려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찌감치 ‘그린경제’를 주목했던 GS건설은 제법 많은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스페인의 수처리 전문기업 이니마(GS이니마)를 인수한 2012년 이후 꾸준히 수처리 사업을 확장해왔다. 덕분에 지난 5월 싱가포르 수자원공사와 ‘친환경 저에너지 해수담수화 혁신기술(해수담수화와 하수 재이용 플랜트 배출수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도 시작했다. 

올해 1월엔 리튬이온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도 시작했다. 배터리에서 니켈ㆍ망간ㆍ코발트ㆍ리튬 등 핵심 소재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해오던 발전사업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 5월 분산형 에너지 부문을 떼어낸 거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다. 


 

현대건설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월엔 현대일렉트릭과 ‘차세대 전력인프라 및 에너지 신사업 분야의 공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를 통해 현대건설은 현대일렉트릭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참여 기회를 발굴하고, 스마트그리드 관련 전력기술 사업모델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 비전 3.0’에 따라 만들어질 중랑ㆍ난지ㆍ서남ㆍ탄천 물재생센터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인데, 현대건설은 이 발전소의 설계ㆍ조달ㆍ시공(EPC) 수주를 노리고 있다. 수소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도 지원할 것으로 보여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이외에도 조류발전, 오염토양 정화, 원전 해체, 그린바이오 스마트시티(농업 복합도시 개발사업) 조성 등도 추진 중이다. 

SK건설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사업을 펼치고 있다. SOFC는 LNG에서 추출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 분산발전설비다. 발전 효율이 기존 연료전지보다 비교적 높은 것이 특징이다. SK건설은 이미 2018년에 미국 연료전지 제조사인 블룸에너지와 SOFC 독점 공급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진정한 친환경 사업 되려면…

올해 1월엔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 구미에 SOFC 제조공장을 구축(7월)해 국내에서 SOFC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한 SOFC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경기 화성과 파주에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지어 상업운전도 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내 시장점유율 1위의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인 에퀴닉스가 발주한 SOFC 설계ㆍ조달ㆍ시공 공사를 수주해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건설의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사업, 롯데건설의 수처리 사업(하수처리 과정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것), 포스코건설의 친환경 리모델링 기술 개발(리모델링 시 폐콘크리트 감축) 등 친환경 사업이 없는 건설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사진=SK건설 제공]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사진=SK건설 제공]

문제는 건설사들의 ‘친환경’ 슬로건에 진정성이 있느냐다. 우선 건설사들이 석탄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공과 운영 포함) 분야로 전환하고 있는 건 대외환경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많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 등과 함께 2019년 세계 석탄발전소 동향을 분석한 ‘붐 앤 버스트(Boom and Bust) 2020’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증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4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규 착공 ▲건설허가 취득 ▲허가 전 추진 단계 등이 모두 줄었다.

지표만이 아니다. 석탄을 규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세계 주요 은행과 보험사 126곳이 석탄 규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2019년에만 석탄발전소 용량이 약 20% 줄었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투자 환경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상당수 국가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도 그린뉴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그린 행보를 띠고 있지만 이는 철학을 바꾼 결과가 아닌 시장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면서 “건설사의 그린 프로젝트에 실속이 있거나 진정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일부 건설사가 친환경 사업으로 내세우는 수소연료전지 발전 투자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이 발전소의 가동에 쓰이는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회색수소(그레이수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향후 회색수소를 녹색수소(그린수소ㆍ탄소배출이 없는 수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건설사들이 짓고 운영할 상당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엔 회색수소가 대량 투입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전면에 내세운 수처리 사업,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리튬이온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오염토양 정화 사업 등의 사업 비중이 아직 미미하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사업 규모가 작고,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관련 프로젝트가 단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참고 : GS건설의 수처리 사업은 예외다. GS건설이 이 사업을 수년간 이끌어오면서 사업 규모가 꽤 커졌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그린사업이 더욱 구체화한다면 장기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건설사들이 진행하는 그린사업 비중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린사업을 그린사업답게’ 만드는 게 건설사들의 숙제란 조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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