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로터스블랑의 도전❷] 굴 껍데기, 감껍질의 변신 … 엄마노믹스, 환경을 깨우다
[Start-up 로터스블랑의 도전❷] 굴 껍데기, 감껍질의 변신 … 엄마노믹스, 환경을 깨우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15
  • 승인 2020.11.19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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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진지영 로터스블랑 대표

누군가에게 굴 껍데기, 과일 껍질은 그저 버려야 하는 ‘폐기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반짝이는 사업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진지영(44) 로터스블랑(Lotusblang) 대표는 2014년부터 굴 껍데기, 과일 껍질 등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체에 유해한 화학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원료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환경’과 ‘사업’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그는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진지영 대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진지영 대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하나뿐인 딸의 아토피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별별 약을 다 써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엄마의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아토피의 원인이 ‘오염된 환경’이었던 탓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엄마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을 위해 ‘덜 자극적인 것’ ‘덜 유해한 것’을 찾아다녔다. 과일 하나를 씻을 때도 세척제로 닦고 헹구길 반복했다.

그럴수록 의구심이 늘어났다. ‘이게 과연 잘 닦이고 있는 걸까?’ ‘세제에 쓰인 화학원료가 아이에게 더 안 좋은 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눈길을 잡아끄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굴 산지인 통영에서 해마다 굴 껍데기를 처리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저거다!”

엄마는 굴 껍데기의 풍부한 칼슘 성분이 세정력에 탁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엄마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효능은 놀라웠다. 굴 껍데기로 만든 칼슘파우더로 과일을 닦아보니 물 위에 불순물이 둥둥 떠올랐다. 천연 세정제를 찾아낸 거였다. 엄마는 생각의 틀을 사과, 감 등으로 더 넓혀나갔다. 


“감 껍질은 탈취 효과가 좋고, 사과 껍질은 천연 계면활성제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걸 원료로 만들면 자극적인 화학원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겠더라고요.” 2014년 엄마는 천연원료 개발회사를 세웠다. 통영의 굴 껍데기 추출물로 만든 에코파우더를 만들었다. 이것이 ‘로터스블랑’의 시작이다. ‘엄마 CEO’ 진지영 대표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회사가 300여종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 굴 껍데기로 과일을 씻는다고요?
“처음 만든 게 통영 굴 껍데기 100%로 만든 에코파우더입니다. 어떤 유해성분도 들어있지 않죠.”


✚ 어떤 원리인가요?
“에코파우더의 칼슘이온(Ca2+)과 수산기(OH+)가 과일 표면에 붙어 있는 잔류농약이나 세균·오염물질을 떼어내는 원리입니다. 1년 넘게 테스트해서 만든 천연원료죠. 관련 특허도 갖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제품 중 80%는 우리의 원료를 사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흥미롭네요. 다른 예도 있나요?
“곶감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에 가면 하루 종일 감만 깎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선 감 껍질이 처치 곤란이었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만 발효하면 좋은 원료가 될 것 같더라고. 감 특유의 냄새가 담배냄새를 제거하는 데 탁월하거든요. 그래서 감 껍질을 이용한 탈취제도 개발·생산했습니다.” 

✚ 껍질이 생기면 버릴 생각만 했지, 그걸 활용할 생각은 못했네요.
“버려지는 음식물을 사용한다고 하면 십중팔구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떠올립니다. 사실 썩은 음식물을 활용하는 건 저도 못합니다. 하지만 부패하기 전이라면 활용할 곳이 많아요. 굴 껍데기, 감 껍질 등 천연원료를 활용해 탈취제·세척제는 물론 아이들 목욕용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해요.”

✚ 평소에 그런 생각들을 꾸준히 해오신 건가요?
“버려지는 음식물이 너무 많잖아요. 개인이 가정에서 줄여봤자 얼마나 줄이겠어요. 하지만 대량으로 발생하는 걸 줄이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원료만이 아니라 완제품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게 참…. 제조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원료만 개발하려고 했어요. 우리보다 더 큰 기업들이 그 원료를 활용해 자극 없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줬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기존에 있던 원료가 아니니까 업체 측에선 ‘왜 우리가 이걸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나’라면서 밀어내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원료면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라’는 얘기를 하는 곳도 있었죠. 그러다보니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하게 됐어요.” 


✚ 개발만 하려다 제조에 판매까지… 쉽지 않으셨겠네요.
“굴 껍데기, 감 껍질 등으로 원료를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원료를 평가하는 게 어려웠어요. 새로운 원료잖아요. 이게 안전한지, 제품으로 만들 순 있는지를 매번 평가해야 하니까 그게 어렵죠.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원료 하나, 제품 하나 만들 때마다 리스크를 줄여가면서 해야 하니까 사실 좀 어렵죠. 그렇다고 꼼수를 쓰고 싶진 않아요.”


✚ 꼼수요?
“간혹 이런 제의가 들어와요. 기존에 있는 원료를 살짝만 바꿔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요. 그런데 그건 소비자들 기만하는 행위잖아요. 그럴 땐 ‘다른 곳에 가서 만들라’고 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스스로 경쟁력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에게도 이 점은 늘 강조하고 있어요.”

✚ 생활용품 말고 다른 것에도 관심 있으신가요?
“최근에 남성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의외인데요?
“남성 제품들은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요. 그래서일까요? 원료 자체를 좋은 걸 쓰질 않더라고요. 남성 제품은 따갑고, 강해야 한다는 인식 탓인지 원료를 과다 사용하기도 하고요. 남성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향, 사용감 등을 조사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아요. 아이 때문에 순한 원료를 개발했던 기획력이 있으니 그걸 살려 남성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어떤 점에 포커스를 맞추셨나요?
“‘남성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줄여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 심리스 속옷을 예로 들어볼게요. 여성들은 다양한 소재를 접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심리스 속옷을 만들어서 제품 테스트를 해봤는데,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 소재 때문에요?
“입어 보니 너무 편하다고요.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는데, 그런 반응이라면 더 바랄 게 없죠.


✚ 이번에도 직접 제조에서 판매까지 하시나요?
“아뇨. 개발·제조·유통 다 해보니 확실히 저는 개발 쪽에 더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새롭게 만들고 있는 남성 제품은 아예 분리해서 다른 데 유통을 맡겼습니다. 대신 저는 좋은 천연원료를 사용해 남성 제품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리사이클링 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리사이클링 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문득 최종 목표가 궁금해지네요.
“분명히 저도 돈을 좇아 일을 했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이젠 그런 것보다는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에 더 끌려요. 최근엔 실생활에서 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집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리사이클링하는 방법 같은 거요.”

✚ 그럼 회사엔 손해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화학제품을 이러이러한 걸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활용해 만든 제품도 있다. 한번 써보시지 않겠느냐.’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맡겨야죠.”


✚ 그만큼 자신 있단 얘기로도 들리네요.
“그런가요? 네, 맞아요. 이쪽 일을 하다보니까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했을 때, 안전성 검사를 끝내서 제품을 출시했을 때, 거기에 소비자들이 호응해줄 때 기쁘더라고요. 잘 만들면 소비자들도 신뢰할 거란 확신엔 변함이 없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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