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잘 모르는
전대차 계약의 함정
구로점 폐점하는 롯데마트
‘전대차 갑질 논란’의 이유

A마트에서 B브랜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C매장 사장은 전대차 계약을 맺고 A마트에 입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도 강화됐지만 정작 C매장 사장은 이를 누릴 수 없다. ‘임대 계약’이 아닌 ‘전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구로점 상인들은 지금 이 문제로 곡소리를 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대차 계약에 숨은 함정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11월 말 구로점을 폐점하는 롯데마트의 ‘전대차 갑질 논란’도 취재했다.  

대형점포에서는 전대차 계약이 일반적이다.[사진=뉴시스]
대형점포에서는 전대차 계약이 일반적이다.[사진=뉴시스]

11월 30일 롯데마트 구로점이 문을 닫는다. 마트 안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던 상인들은 이 사실을 9월 4일에야 알게 됐다. 폐점이 고작 3개월여 남은 시점이었다. 상인들로선 다른 매장을 알아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2018년 10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용어설명 참조)’이 공포됐지만 상인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이 체결한 계약방식이 임대賃貸가 아닌 전대轉貸였기 때문이다. 

전대는 임대한 부동산을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계약이다. 복잡한 내용이니 실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A란 대형마트에 B브랜드의 C매장이 입주해 있다. A마트는 B브랜드와 임대차계약을 맺었고, C매장은 B브랜드와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도식화하면 ‘A마트→B브랜드→C매장’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전대차 계약을 체결한 C매장은 계약의 꼭대기에 있는 ‘A마트’와는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잃는다. 중간에 있는 B브랜드에 힘이 없거나 B브랜드가 A마트 다른 지점과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 C매장으로선 법적 대항력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B브랜드가 A마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 롯데마트 구로점 일부 상인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렇다. 롯데마트 측은 ‘전대차 계약’ 뒤에 숨어 있고, 구로점 일부 상인은 저항할 수 있는 창구조차 없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혹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018년 공포되지 않았느냐면서 ‘법적 대항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전대차 계약을 맺은 C매장 측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대차 관계에서 인정되는 권리를 규정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13조를 보자. “전차인(C매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전염병 등으로 어려울 때 임대료, 보증금의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 언뜻 C매장에도 완전한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C매장의 권리기간은 A마트와 B브랜드가 체결한 ‘임대기간’에 종속된다. A마트와 B브랜드가 ‘임대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C매장 상인으로선 10년까지 가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전차인의 전차기간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맺은 임대차 계약기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한 논리다. 전대차 계약 자체가 임대차 계약에서 파생됐기 때문이다. 

사실 전대차 계약관계에선 ‘중간에 있는 자(B브랜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임차인(A마트)과 전차인(C매장)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야 해서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실제론 그 반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임대인은 전대차 계약을 통해 얼마든지 유리한 고지를 만들 수 있다. 임차인으로 가족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을 앉히거나, ‘하청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회사를 맡기면 전차인을 쉽게 통제할 수 있어서다.” 

구 소장은 말을 이었다. “가령, 전체 건물을 ‘관리소장’이 운영하는 임대관리회사에 빌려주고 그 회사가 개별호실 전차인들과 전대차 계약을 맺으면 전차인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임대인으로선 전대차 계약 하나로 세입자 문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마트 구로점이 손대지 않고 코 풀 듯 매장 상인들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가 세입자들에게 가능하다면 전대차 계약을 맺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앞서 언급했듯 상가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상가임대차보호법마저도 전차인들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올해 총 12개 지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애초 16개 점포 폐점을 계획했던만큼 이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법의 그늘에 있는 전대차 계약은 또 얼마나 더 있을까. 얼마나 많은 매장 상인들이 눈물을 흘려야 할까. 답은 전대차 계약의 최상단에 있는 롯데마트만이 알고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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