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기차와 변속기

“전기차엔 변속기가 필요 없다.” 흔히 알려진 자동차 상식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모터는 가속 페달만 밟으면 변속기가 없이도 안정적인 회전수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용 변속기 개발 대신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만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전기차용 변속기가 전기차의 난제를 풀어줄 해법이 될 것으로 본다.

전기차 전용 변속기 개발이 시급하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전용 변속기 개발이 시급하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 산업은 여러모로 변화가 크다. 동력원이 단순히 전기 배터리로 바뀌는 게 아니다. 그간 자동차를 구성해 왔던 주요 부품이 사라지거나 바뀐다. 가령 자동차 한대당 들어가는 부품이 2만~3만개에서 1만여개로 반토막이 날 공산이 크다. 지금은 차 부품 상당수가 엔진을 만드는 데 쓰이지만, 전기차엔 이 엔진이 모터와 배터리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연기관 전용 전장부품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전기차 시대에 없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또 다른 부품은 ‘다단 변속기’다. 내연기관 엔진은 여러개의 기어가 조합된 다단 변속기가 있어야 시동이 꺼지지 않고 속도에 맞는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엔진의 회전수(rpm)가 어느 정도 올라가야 최대 토크(회전력)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모터는 다르다. 작동 즉시 최대치의 회전력을 발휘한다. 내연기관은 변속기가 없으면 엔진이 멈추거나 효율이 떨어지지만, 전기차는 변속기 없이도 주행과 가속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용 전기차엔 변속기 대신 ‘1단 감속기’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전기차용 변속기’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항상 강조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선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부터 살펴봐야 한다. 지난 10월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는 ‘기대감만 부풀려놓고 눈에 띄는 신기술 발표가 없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필자의 감상은 달랐다. 특히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보다 56% 저렴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기차 시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배터리의 경제성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에너지를 싣고 다녀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월등히 낮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항상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라는 난제를 품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런 숙제를 ‘저렴한 배터리의 직접 개발’로 풀겠다고 밝힌 셈이지만 필자는 ‘전기차용 변속기’가 해답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전기차용 변속기를 통해 동력 효율을 높이면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르쉐는 전기차 ‘타이칸’에 2단 변속기를 채용했다. 1단 기어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을 전달하고, 2단 기어는 고속에서도 높은 효율과 출력을 발휘하게끔 돕는다. 

국내에서도 전기차용 변속기가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쯤이면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6단 변속기가 전기 오토바이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전기 오토바이는 주행거리가 60~70㎞에 불과하다. 배달용으로 사용하기엔 빈약한 성능이다. 하지만 6단 변속기를 장착하면 같은 배터리 용량이더라도 주행 가능거리가 100㎞ 이상으로 늘어난다. 배터리를 더 얹으면 충전도 없이 하루 종일 운전이 가능한 200㎞ 운행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시장 판도를 뒤바꿀 만한 혁신기술이라고 할 만한데, 이 기술이 몸집 큰 전기차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 전기가 마련될 공산이 크다.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변속기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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