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정미 단장과 조새한 변호사
최근 레버리지 투자를 빙자한 신종 피싱이 성행하고 있다. 언뜻 투자 사기처럼 보이지만 피싱에 더 가깝다.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하게 하려는 수법과 조직의 형태도 피싱 범죄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막기 위한 해법도 피싱 대처법과 비슷할 거다. 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을 막는 게 급선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정미 레버리지박멸단장과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에게 레버리지 사기를 막을 방안을 물었다.
✚ 레버리지 사기 피해자를 모아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최정미 레버리지박멸단장(이하 최정미 단장) : “사실 나도 레버리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다. 지난해 투자사기를 당해 6월 소송을 시작했다. 이후 비슷한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알게 됐다. 지난해 9월 ‘레버리지·FX마진 가상거래 사기 피해자들의 모임’ 카페를 만든 후 피해자를 모아 소송에 나섰다.”
✚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나
최정미 단장 : “지난 3월 22명의 피해자를 모아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피해 규모는 40억원에 이른다. 2차 고소를 준비 중인 피해자는 15명, 피해액은 20억원 상당이다. 피해를 인지한 피해자가 적어서 그렇지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다. 한 지방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레버리지 사기의 경우, 3000만원 이상 고액 피해자만 30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 레버리지 사기를 보이스 피싱(Phishing)과 같은 피싱 범죄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이하 조새한 변호사) : “피해자를 끌어모으는 방법이 투자일 뿐 나머지 과정은 피싱과 같다. 피해자를 속여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하게 한 후 편취하는 수법도 똑같다.”
피싱(Phishing)이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 수법이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자금융사기가 대표적인 예다.
✚ 그렇다면 레버리지 사기임을 인지한 피해자는 인출을 막는 지급정지신청이 가능한가.
최정미 단장 : “그렇지 않다. 레버리지 사기는 지급정지신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새한 변호사 :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레버리지 사기는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없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1차 관문이 없는 것과 같다. 이는 피싱 범죄를 규정하는 법에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조새한 변호사 : “피싱 범죄의 지급정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근거로 한다. 문제는 법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중고나라 물품사기나 투자정보 제공을 빌미로 한 레버리지 사기는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정미 단장 : “그렇다. 최근 레버리지 사기가 증가하는 것도 사기꾼들이 이런 법적 공백을 알고 있어서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사기꾼은 돈을 찾아 잠적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 레버리지 사기와 같은 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최정미 단장 : “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의 유통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돈을 빼돌릴 방법이 없어지면 레버리지 사기와 같은 피싱 범죄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최근 금융당국이 대포통장을 양도·양수·대여했을 때 받는 처벌을 강화했다.
조새한 변호사 :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고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대포통장을 거래한 피의자가 통장이 범죄에 사용될 줄 몰랐다고 잡아떼면 100만~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게 전부다. 심지어 이 벌금을 레버리지 사기 조직의 총책이 내준다는 얘기도 있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조새한 변호사 :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람을 피싱 조직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 대포통장이 불법적인 행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을 공산이 커서다. 대포통장 주인이 사기죄 공범으로 처벌받으면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수월해진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약한 ‘과실에 의한 사기 방조죄’가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포통장이 범죄에 사용될 경우 통장 주인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면 대포통장 거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 최근엔 유령법인을 설립해 만든 법인통장을 범죄에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정미 단장 : “그렇다. 일례로 최근 지방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사기에 사용된 법인통장을 일일이 찾아 살펴봤다. 처음엔 5개였던 유령법인의 통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55개로 늘었다. 마지막에는 찾는 게 지겨워져 조사를 포기했을 정도다. 법인통장을 개설하는 게 쉽다는 걸 안 사기조직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 법인통장 개설도 규제해야 하는 건 아닌가.
조새한 변호사 : “그건 아니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선량한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법인통장 개설을 규제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이 경우에도 법인 대표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유령법인을 설립할 때 명의를 빌려주는 일도 막을 수 있다.”
✚ 유령법인의 설립을 막을 방안은 필요해 보인다.
최정미 단장 : “법인 설립 인가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같은 대표자의 명의로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하거나 법인 상호와 등록한 업종이 다른 경우는 확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레버리지 사기가 의심되는 업체 중 법인명은 ‘○○스탁’ ‘○○에셋’인데 업종이 의류 도매업이거나 전자상거래 소매업인 곳이 무척 많았다. 법인 등록이 수월한 업종을 찾아 유령법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레버리지 사기는 대부분 메신저 단체채팅방을 이용하고 있다.
조새한 변호사 : “그렇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쉽게 만들었다가 쉽게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피싱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정미 단장 :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채팅방을 만들 때는 최초 개설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본인인증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n번방 사건에서도 보았듯이 단체채팅방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 레버리지 사기와 같은 신종 피싱이 성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찰의 수사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최정미 단장 :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내가 레버리지 사기를 신고했을 때 중간관리자는 물론 총책까지 특정해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수배가 내려져 있어 그걸 기다려야 한다고 얘기했다. 총책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사건이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다.”
✚ 실제로 피싱 범죄의 경우 총책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검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다.
최정미 단장 :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10월 제주 경찰은 7년간 중고나라 물품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을 검거했다. 이 사건도 총책의 사무실이 필리핀에 있었고, 20여 단계를 거쳐 돈을 세탁했지만 결국엔 잡아냈다.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레버리지 사기 등 피싱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전담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새한 변호사 : “그렇다. 경찰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건을 보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찰은 살인이나 정치적 사건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이 피해를 입은 투자사기 사건은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찰의 수사 의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 레버리지 사기가 유행하는 데는 쉽게 큰돈을 벌려는 투자자의 욕심도 한몫하는 것 같다.
조새한 변호사 : “맞는 말이다. 돈을 향한 잘못된 욕망이 레버리지 사기꾼이 파고들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레버리지 사기와 같은 피싱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적이지 않은 투자를 멀리하는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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