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종료」
50대 싱글이 전하는 새로운 가족 시각

많은 이들이 ‘가족이 있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없어서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가족이 있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없어서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의 조부모 시절엔 어딘가에 소속해야 안정되고 행복하단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람들은 개인이 아닌 가족이나 지역 같은 조직 차원에서만 그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소속된 곳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단 생각에 어떻게든 가족이라는 조직이 단절되지 않도록 애쓰는 게 당연했다. 

세상은 달라졌다. 가장 근본적이며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의 개념도 바뀌었다. 이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이나 혹은 가족을 ‘소속돼야 할 조직’으로 여기는 전통적 사고방식은 소멸하고 있다. 가족을 향한 시선이 달라진 이유를 살피다 보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연결된다. 지금은 소속이 주는 행복보다 자유가 주는 행복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많은 이들이 ‘가족이 있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없어서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가족 종료」는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생각이 담긴 에세이다. 결혼하지 않은 채 50대를 맞이한 작가가 가족이 사라지는 시대 풍경 속에서 싱글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제 사람들은 가족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가족이 없기에 비로소 누리거나 가질 수 있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바란다.” 저자는 스스로 당당하고 중요한 1인 가족의 주체가 되려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좋은지 제안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본다.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시대에 부모 자식 관계, 며느리라는 존재의 의미, 남녀노소에게 필수가 된 가사 능력, 혼자 사는 것도 혼자 죽는 것도 평범해진 사회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가족의 풍경을 전한다. 기대나 부담감이 없어 산뜻한 사실혼 관계, 가족 대여사업과 앞으로 늘어나게 될 별의별 가족 등 기존 가족 형태의 종료,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시작까지, 가족을 다시 정의한 이야기도 다룬다. 

저자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50대 싱글이다.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육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저자는 태어나서 자란 가족을 ‘생육 가족’, 결혼 등으로 인해 새로 생긴 가족을 ‘창설 가족’이라고 설명한다). 자신까지 떠나고 나면 생육 가족이 종료되니 가족의 소소한 기억과 전통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현상이 딱히 씁쓸하거나 원통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요즘 일본에는 자신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족이 사라지는 현장에 있으면서도 그 기억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별 감흥이 없단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혼인율·출산율의 수직 낙하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된 지금, 가족 종료의 현실은 머지않아 보편화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족의 의미, 가족의 변화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지금의 가족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나타날 새롭고 다양한 가족의 형식과 삶을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 가지 스토리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파트리샤 포즈너 지음|북트리거 펴냄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책에서 소재로 다뤄진 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생존자가 아닌 가해자의 행적을 쫓는다. 우연히 아우슈비츠에 주임 약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그의 정보를 수년에 걸쳐 수집했다. 이를 통해 평범한 제약사 직원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주임 약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우슈비츠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감정을 저글링 하라!」
저스틴 바리소 지음|니꼴 펴냄


‘감성 지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감성 지능을 잘 활용하고 있는 걸까. 만약 당신이 흥분한 나머지 말이나 행동을 실수하고 후회했다면, 감성 지능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7가지 감성지능촉진 도구를 소개한다. 다른 사람과의 장벽을 허물고 관계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강한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리 하틀리 카터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 


우리는 쉽게 ‘낚인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끌려 읽고 보니 광고글인 경우가 허다하다. 홀린듯 물건을 샀다가 실망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낚였다는 말 대신 ‘설득당했다’는 말로 바꿔보면 어떨까. 그들이 우리의 뇌를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들여다보자는 거다. 그 방법을 안다면,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설득할 때도 유용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저자가 ‘설득의 비밀’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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